대학, 꼭 가야할까?

by 신영환

나는 비평준화 지역의 한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명문고를 다녔으니 당연히 명문대학에 진학하리라 생각했다. 특별한 꿈이 없었다. 좋은 대학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성공이라 믿었다. 시작이 잘못된 탓일까.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명문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당연히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니 대기업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제는 대학만 나오면 취업이 잘 되는 시대는 지났다. SKY를 졸업했다고 무조건 취직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런데 다들 인지도가 있는 대학을 못가서 난리다. 아직도 대학이 전부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뉴스를 검색해보면, 고졸 출신이지만 성공한 CEO들의 인터뷰를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직접 회사를 운영한다. 심지어 직원을 두고 큰 회사를 운영하는 CEO도 있다. 고졸이지만 이들을 삼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일류다.


사람을 주로 세 개 부류로 구분한다. 삼류는 남을 위해 일하고, 이류는 자신을 위해 일하고, 일류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일한다. 자신만의 전문분야에서 성공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은 이 기준에서 보면, 모두 일류다. 반면,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삼류다. 일명 일류대라고 불리는 대학을 졸업해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높은 연봉을 받고 회사에 들어갔어도 삼류일 뿐이라는 말이다.


직장과 직업은 다르다. 직장은 누군가 대신 할 수 있지만, 직업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 없다. 그게 차이다. 삼류는 직장에 다니고, 일류는 자신만 할 수 있는 직업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사회에서 성공하고 일류가 되기 위해 좋은 대학에 가려고 한다.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한다. 일류가 되려 했으나 알고 보면 삼류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똑똑하고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온 사람들이 남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그 좋은 머리로 더 큰 일을 하면 좋겠다. 그런데 왜 많은 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직업이 아니라 좋은 직장만을 쫓고 있을까?


어려서부터 우리가 자주 듣는 질문은 “뭐가 되고 싶니?”, “무슨 일 할 거니?”와 같은 ‘무엇(what)’ 중심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무엇(what)’을 할지 고민을 한다. ‘무엇(what)’은 나중에 우리가 이뤄야 할 결과다. 원인이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면 ‘왜(why)’, 즉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무엇(what)’은 동기가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고등학교 때를 생각해보면 나도 결과만 쫓던 인생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왜(why)’보다는 ‘무엇(what)’을 가장 먼저 고민한다. 한 예로, 일반적인 제품 판매 광고에서는 제품을 먼저 소개하고(what), 어떻게 사용할지 말한다(how). ‘why’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상적인 방법이 아니다. 이런 순서로 광고하면 소비자한테 아무런 영감도 줄 수 없다.


마케팅 및 리더십 강의에서 종종 다뤄지는 골든 서클(Golden Circle)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주제의 TED 강연에서 애플의 광고 전략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가 믿는 바, 즉 현실에 도전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가치를 믿습니다.” (Why)

“우리가 현실에 도전하는 방식은 모든 제품을 유려한 디자인, 편리한 사용법, 사용자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How)

“그래서 이 훌륭한 컴퓨터가 탄생했습니다. 한 대 사시겠습니까?” (What)


사이먼 사이넥 골든서클 영상 링크(https://youtu.be/qp0HIF3SfI4)


‘왜(Why)’는 애플의 ‘가치관, 비전, 경영 이념, 존재 이유, 신념 등’이다. ‘어떻게(How)’는 자신들의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했던 행동을 보여준다. 끝에 행동의 결과물을 제시함으로써 ‘무엇(What)’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한다. 이처럼 인간의 사고는 ‘Why-How-What’ 순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이상적이다. ‘Why’가 있기에 ‘What’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원리를 우리가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하는 상황에 대입해보자. 일반적인 학생들은 ‘무엇(What)’, 즉 결과를 위해 공부한다. 공부를 하는 이유가 좋은 대학 진학이다.


“저는 명문대학에 진학할 거예요.(What) 하루에 4시간씩 공부해서 꼭 목표를 이룰 거예요.(How)”


여기에는 ‘Why’가 없다. 명문대학에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일까? 이유는? 돈을 많이 벌려고? 행복하려고? 아이고 의미 없다. 의미 없는 인생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목표가 없다. 궁극적인 목표가 없으니 동기가 없다.


동기부여 강연가인 『1년 만에 교포로 오해받은 영어 정복기』의 저자 김아란 에듀테이터는 ‘뭐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겠다.’로 생각을 바꾸라고 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쫓으면 그게 이유가 된다. 남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쫓는 것도 동기가 될 수 있지만 진정한 동기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온 동기야 말로 진정한 원동력이 된다. 혹시 고3으로서 대학 진학을 고민한다면, 꼭 자신에게 질문하자. 원론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질문 속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질문을 하며 대학에 가야할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돌이켜보면 사회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고민했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두 번의 대학입시 실패 이후에 깨닫고, 처음으로 고민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처럼 잘못된 길을 가는 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교사가 되었다. 교사로서 주변을 살펴보면, 역시나 나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학생들이 많다. 안타깝다. 대학이 인생의 여러분 인생의 종착역이 아니라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이길 바란다.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의 저자 손영배 진로상담교사도 “취업을 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위한 과정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식 PD도 “직업은 꿈이 아니다. 의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피디가 되는 것은 꿈이 아니라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하느냐가 진짜 꿈이다.”라고 말한다. 진짜 꿈에는 자신의 신념이 있어야 한다. 신념은 내가 추구하는 가치다. ‘무엇(what)’이 아니라 ‘왜(why)’이다. 현재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소통, 공감, 나눔 3가지다.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픈 경험을 공감하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이 가치를 추구하기에 교사라는 직업은 적합하다.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며 공감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이제는 안다. 그리고 행복하다.


명문고 출신답게 주변 친구들은 많이들 명문대에 진학했다. 다들 쉽게 대기업에도 취업했다. 연봉도 높다. 하지만 대학 나와서 배운 전공은 별로 써먹지를 못하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대기업에 가려고 비싼 돈 주고 학위를 산 셈이다. 회사에 다니고 싶지 않지만, 경제적 책임을 지고 있어서 쉽게 그만두지도 못한다. 고등학교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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