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시기란 우리가 무엇인가 배울 때, 그 시기를 놓치면 절대 하지 못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 발달은 유아기에 최초로 이뤄진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도 근거가 있다. 출생 3세 정도까지 뇌에서는 초기 가지치기를 한다. 청소년기에는 정교한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뇌는 점점 ‘구조화(organization)’된다.
고3 시기는 우리 인생의 결정적 시기다. 이 시기를 놓치면 절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배우는 게 쉽지 않다. 청소년기에는 비교적 쉽게 뇌를 리모델링 공사할 수 있다. 폭발적인 발달이 일어나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이다. 뇌의 발달 과정은 ‘과잉생산(overproduction)’이라 할 정도의 증식을 거친 후에 사춘기에 ‘가지치기(pruning)’를 한 후 성장발전을 해나간다. 사춘기 청소년의 뇌는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뇌의 조직과 신경망을 형성하고 더 빠르고 정교한 기관이 된다. 이런 이유로 불안정한 사춘기를 거친다.
역사에서 볼 수 있듯 불안정한 시기에 더 많은 위인과 업적이 나타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이를 증명한다. ‘제자(諸子)’란 여러 학자들(공자, 노자, 맹자, 장자 등)이라는 뜻이고, ‘백가(百家)’란 수많은 학파들(유가, 도가, 법가, 묵가 등)을 의미한다. 수많은 학파와 학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사상과 학문을 펼쳤던 시기다. 이처럼 불안정한 청소년기에는 잠재력이 무한하다. 무한한 잠재력을 기를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다.
지식도 결정적 시기에 담아두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이 퀴즈를 푸는 프로그램을 보시면서 정답을 시원하게 맞히신다. 기억력은 감퇴하는 데 어떻게 퀴즈를 잘 푸시는지 여쭈어 본다. 아버지께서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많이 해서 그렇다는 말씀뿐이다. 한 명의 예시라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학창 시절에 배운 게 오래간다는 말이다.
청소년기의 뇌에서는 유아기 때 성장에 버금가는 ‘제2의 회백질 성장’이 이루어진다. 회백질은 대뇌를 둘러싸고 있는 겉질로 판단이나 의사결정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다. 신경 세포체가 많이 모여 있어서 회색으로 보인다. 이들 신경 세포체는 다른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를 형성한다. 청소년기에 더 밀도가 높아지고 신경세포(뉴런)의 수가 증가한다. 하지만 10대 후반이 되면 회백질이 얇아지기 시작한다. 시냅스의 가지치기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시냅스의 가지치기는 신경회로가 보다 정교하게 그 기능을 하려는 과정이다.
시냅스의 가지치기는 우리의 뇌 구조와 기능을 바꾼다는 의미다. 뇌 과학에서 말하는 신경가소성이다. 신경가소성이란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유연하게 바뀐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뇌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환경변화, 공부, 운동, 지식에 의해 시냅스의 모양과 강도, 그리고 가지치기의 수가 바뀔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에게도 신경가소성이 나타난다고 한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의 회복과 고양이 실험을 통해 성인기에도 신경재생이 가능하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현재는 전 생애에 걸쳐 신경가소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유년기에 가장 활동성이 높고, 나이가 들면서 신경가소성이 점차 감소한다.
한재우 작가의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에서도 뇌 과학의 원리를 설명한다. 우리나라 전체를 ‘뇌’라고 볼 때, 통신선은 ‘신경세포(뉴런)’, 연결지점은 ‘시냅스’, 이를 코팅하는 것은 ‘미엘린’이라고 묘사한다. 뇌에서 정보는 뉴런을 타고 아주 약한 전기 신호의 형태로 전달된다. 구리선 전기가 찌르르 흐르는 것과 같다. 중간에 전기가 새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미엘린을 만들어 감싸고 정보가 새지 않게 하면 빠르게 신호가 흘러 정보를 기억한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한재우 작가는 ‘공부란 외부의 자극을 뇌 속의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라 했다.
청소년기의 또 다른 뇌의 변화는 백질(대뇌 속질)의 발달이다. 백질은 신경섬유(축색돌기)가 분포하는 부분이다. 백질의 발달은 백질의 밀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질의 밀도가 증가했다는 것은 ‘수초화(myelination)’과정이 진행되었다는 뜻이다. 신경섬유에 미엘린이 칭칭 감겨(수초화) 뇌의 전달 속도가 효율적으로 높아진다.
청소년기의 뇌의 발달은 전두엽의 신경세포가 가장 왕성하게 성장한다. 추론, 논리적 사고, 이성적 판단과 같은 기능을 지배하는 부분의 신경세포가 많아진다. 성인으로 살아가면서 필요한 고차원적 사고력을 기르는 시기라는 의미다. 또한 운동, 감정,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두정엽과 뇌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측두엽의 능력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런 백질의 밀도는 청소년기에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언어학에서는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만 12~13세쯤으로 규정한다. 영화 「늑대소년」을 참고하면 이해가 좀 더 수월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늑대소년은 성인에 가까운 나이인데도 언어를 구사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다. 실제 이 영화의 모티브는 1799년 7월의 어느 날 프랑스 남부지방의 아베롱과 타르느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만 12세가량의 소년이다. 이 소년의 이름은 빅터(Victor)로 사냥꾼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계속해서 혼자 숲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못했고, 네 발로 기어 다녔고, 물고 할퀴고 동물처럼 행동했다. 장 이타르라는 프랑스의 한 의사는 이 늑대소년을 교육하기 위한 노력 했다. 주의력이 없고, 다양한 감각이 부재되어 있는 빅터를 교육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타르는 빅터를 성공적으로 사회화시키겠다는 목표를 실패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결국 빅터는 사회화되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죽었다고 전해진다.
언어 습득의 결정적 시기를 대표하는 다른 일화는 빅터가 발견되고 200년 뒤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만 13세 고립되고 학대받은 지니(Genie)의 사례다. 지니는 정신이상자 아버지의 비이성적인 요구 때문에 작고 어두운 방에서 요람과 의자에 묶여 11년 이상을 보냈다. 아내와 아들이 지니에게 말을 거는 것을 금지했고, 자신은 그녀에게 으르렁거리거나 짖기만 했다. 지니는 다른 소리를 내면 물리거나 매를 맞았고, 완전한 침묵 속에 오랫동안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잔 커티스를 포함한 선생님들과 치료사들에게 돌보아지고 교육을 받았지만 5년 이상의 언어 노출에도 불과하고 보통 5살 아이의 언어와 다를 바 없었다.
두 사례를 통해 결정적 시기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사회성을 포함하여 다른 부분에서는 두 아이 모두 성장을 보였으나 언어적인 측면에서는 장애가 있었다. 제2차 뇌의 성장과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청소년기에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청소년기의 뇌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감정적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학습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다.
“공부도 때가 있다.”라는 말도 다 이유가 있다. “10대의 1년은 미래의 10년과 같다.”라는 말도 있다.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누군가 근거 없이 말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이다. 따라서 성인이 되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고3 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