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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Nov 02. 2020

<22>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우리의 삶의 43%는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라고 말했다. 이는 마치 생각을 먼저 바꿔야만 연쇄적으로 반응이 일어나서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운명을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지름길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과 행동을 건너뛰고 바로 ‘습관’을 바꾸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그 무엇이다. 따라서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반복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근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모두 뇌의 작용으로 일어나고 습관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안다. 따라서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습관 형성의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뇌는 효율성을 추구하기에 반복되는 행동을 무의식에도 할 수 있는 습관으로 만들어 에너지를 절약하려고 한다. 뇌과학자들은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에너지를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뇌에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뇌는 일상에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습관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뇌는 휴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간은 뇌의 10% 능력만 사용한다고 하는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이는 증명된다.       

    

또한, 뇌는 변화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뇌의 입장에서 환경이나 상황이 변하는 것은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변화하고 싶거나 창조적인 무엇인가를 하려면 대뇌피질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근데 두려움이 발생하면 대뇌피질의 기능이 저하된다. 대뇌피질의 기능 저하는 큰 변화를 시도할 때 우리는 실패할 확률을 높인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성공적으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무의식의 습관으로 굳히게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로버트 마우어는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책을 통해 그 답을 구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혁신만을 유일한 전략으로 믿는 나머지 좌절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아주 부드럽게 언덕을 올라가는 방법으로 언제 정상에 올랐는지 눈치채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 혁신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다.”라고 했다.           


즉, 뇌가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변화를 추구하는 ‘스몰 스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몰 스텝 전략이 우리 뇌에 새로운 신경망을 만드는 데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스몰 스텝은 너무 쉬워서 실패할 일이 없다.”라고 말하며 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것은 성공이 보장된 작은 행동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독일 출신의 미국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도 “지나치게 큰 목표를 세우지 않는 것. 이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라고 했다. 사실 우리가 흡족한 보상을 얻으면 뇌는 도파민을 내보낸다. 도파민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앞으로도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든다.           


인간 행동 연구가이자 《Habit(해빗)》의 저자 웬디 우드도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3%에 달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만큼 습관이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리고 습관 형성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상황’이라고 했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서 의식적으로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이 가능하지만, 사실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는 말이다.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나쁜 것을 참는 자제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습관을 형성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웬디 우드의 말에 따르면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언제나 ‘투쟁’이 아니라 ‘자동화’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투쟁하지 않는다.”라고 묘사했다.           


지금까지 습관 형성의 원리를 정리해보면, 뇌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거기에 지속적인 작은 성공이 모여 성취감을 이뤄 적절한 보상이 곁들여져서 뇌가 즐겁게 반복적인 행동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내 의지보다는 주변 환경을 적절한 상황에 놓이게 하여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다. 그게 자동화이고 습관이 된다.          

 

나는 사실 이 방법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게도 습관 형성을 위한 노력을 해보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특히 뇌 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운동하는 습관은 수험생에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습관처럼 할 수 있은 운동으로 식후에 걷는 운동이 있다. 식후 걷기는 위장운동을 도와 소화를 돕고, 혈당 수치를 떨어뜨려 식사 후 빠르게 올라가는 혈당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소화를 위해 혈액이 위에 몰리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줄어서 졸기 마련이다. 따라서 식사 후 걷기는 오후에 졸린 뇌를 방지할 수 있다.           


낮에도 좋지만, 저녁 식사 후 걷기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큰 효과를 보인 것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은 저녁 식사 후 걷기 운동이라고 했다. 저녁에는 소화력이 낮보다 감소하기에 소화를 위한 운동 시간으로도 좋고,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녁에는 지방으로의 전환이 쉽게 일어나므로 칼로리 소모를 위해서 저녁 식사 후 걷기가 좋다고 했다.           


솔직히 하루 내내 일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다시 운동하러 나가는 건 매우 귀찮은 일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피곤할 때는 따뜻한 방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게 더 좋다. 근데 계속 그러면 체중 증가를 통해 비만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것과 같기에 식후 걷기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 3회 이상 운동하러 나갈 수 있도록 ‘쓰레기 버리기’는 내가 집에서 담당한다. 일반 쓰레기, 분리수거(재활용품) 쓰레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려면 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정장소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 없이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일은 쉽지 않지만, 상황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막상 나가면 걷고 싶어 지고, 걷다 보면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리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낀다.           


공부 습관도 마찬가지다. 책상에 앉기까지가 힘들지, 막상 책상에 앉으면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공부를 전혀 안 하던 사람이라면 처음에 공부 습관을 들이는 건 쉽지 않을 수 있다. 뇌가 아직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습관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21일에서 많게는 100일까지 걸린다고 한다. 행동의 종류에 따라 습관 형성까지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66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근데 재미있는 건, 아무리 좋은 습관을 형성했다고 하더라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너무 쉽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뇌는 그 전의 습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들인 습관이 예전의 것보다 못한 것으로 판명되면 뇌의 도파민은 활동을 멈추고 앞으로 그 행동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다. 다이어트를 했던 사람은 당연히 먹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음식을 적게 먹는 습관을 유지하기 어렵다. 운동 습관을 들인 사람도 밖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는 것보다 집에서 뒹굴며 있는 게 더 편해서 자꾸 운동을 미루게 된다.           


그래서 뇌가 판단할 시간을 주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을 만들라는 뜻이다. 그게 바로 자동화다. 자동화를 위해서는 좋은 습관으로 향하는 행동을 그냥 반복하는 것이다. 습관 형성에도 임계점이 있기에 임계점을 돌파하면 내적 갈등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행동이 생긴다. 자신이 선호하는 상황을 인식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반응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아닌지 고민하기도 전에 행동이 나서게 된다. 습관은 그만큼 마음을 빠르게 장악하는 능력이 있다.           


근데 문제는 지치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는 나쁜 습관에 다시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받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그냥 시작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한 예로 베테랑 소방수들은 자신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습관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능력을 길렀다. 그들은 습관이 지배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그런 행동이 가능하다. 습관이 지배하는 삶이란 비의식적 자아, 상황, 자동화, 습관을 말한다. 반면 초보 소방수들은 아직 자동화가 되어있지 않기에 의식적인 삶을 산다. 그래서 그들은 훈련이 필요하다. 훈련의 핵심은 혼란을 제거하는 것이다. 혼란은 망설임을 낳고, 망설임은 중요한 순간에 부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라. 그리고 다음 행동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자동으로 행동을 하고 있다. 그것이 모두 습관이다. 그 습관이 곧 우리의 삶이다. 나는 우리가 매일 성장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올바른 습관 형성이 필수라 생각한다. 삶의 43%나 차지하는 습관적 행동을 잘 형성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미국 최고의 자기 계발 전문가인 제임스 클리어의 베스트셀러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우리 모두 인생에서 불행을 겪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인생은 대개 습관으로 결정되곤 한다. 모두 똑같은 습관을 갖고 있다면 누구라도 똑같은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습관을 갖고 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그만큼 습관 형성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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