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실천하는 독서의 힘
‘일독일행(一讀一行)’이라는 말은 책을 한 권 읽고, 한 가지 행동을 실천한다는 말이다. 이는 《일독일행 독서법》의 저자인 유근용 작가가 한 말이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신이 느낀 바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은 것과 같다. 단 한 문장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실천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근데 우리는 요새 얼마나 책을 읽고 있을까? 책을 읽더라도 생각의 변화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을까?
2015년 UN이 발표한 연간 평균 독서량이 미국은 79.2권, 프랑스는 70.8권, 일본은 73.2권이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독서량은 9.6권으로 192개국 중 16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 해당하면서도 독서량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5년 전 통계일 때도 현저히 적은 숫자를 기록했는데 현재는 더 줄고 있으니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2020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 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18년 10월 1일~2019년 9월 30일) 대한민국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6.1권이었다. 1인당 두 달에 책 한 권 정도 읽는다는 뜻이다. 독서실태조사는 2년마다 실시하는데 2017년과 비교해보면 현재 2.2권 감소했고, 2009년과 비교했을 때는 10년 사이 약 20% 감소했다. 근데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2019년 성인 평일 기준 평균 독서 시간은 31.8분으로 2017년 대비 8.4분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서량은 줄었는데 독서 시간은 증가한 것이다. 이는 안 읽는 사람은 더 안 읽고, 읽는 사람은 더 많이 읽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아무리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바뀌었다고 해도 독서가 주는 장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근데 우리는 너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우리가 찾고 싶은 정보가 빠르게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디어가 더 친숙한 젊은이들은 포털 검색창을 통해서 기사나 블로그를 통해 정보를 찾기보단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서 정보의 갈증을 해소한다. 수업 시간에 정보를 찾으라고 학생들에게 인터넷 사용을 허용했더니 유튜브로 정보를 찾는 모습을 보며 놀랜 기억이 난다. 요샌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정보를 글자로 찾고 있는지 혹은 영상으로 찾고 있는지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물론 다양한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그런데 영상으로는 세상 모든 지식을 담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지식은 글자로 기록되어 왔다. 문자의 역사가 그렇게 깊은데 고작 100살 먹은 영상이라는 매개체가 지식 전달의 모든 부분을 담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100살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세계 첫 상업 영화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 첫 상업 영화는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L'Arrivé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라 시오타 역에서의 열차의 도착)’이라는 제목으로 약 50초 정도의 무성영화였다.
분명 영상이 우리에게 주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독서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선 독서는 독서 자체로 우리에게 많은 이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교육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병조 작가의 《10대, 교과서 대신 1000권의 책을 읽어라》라는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직업은 11,000개 정도라고 한다. 3만 개 직업이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직업 수가 부족하지만, 학교 교육으로는 도저히 직업교육까지 다룰 수 없는 점이 한계라고 저자는 꼬집었다. 100개의 직업에 대해서 모르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진로 지도를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안타깝지만 학교에서의 교육은 단순히 대학에만 집중하는 실업자 교육이라는 것이었다.
또한, 안병조 작가는 다양한 직업을 탐구하려면 교과서 1권으로 1년을 배우는 것보다도 자신의 관심 분야에 관한 책 10권을 읽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했다. 같은 분야의 책 10권을 읽으면 대학교 전공자와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된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이 가고 싶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며 어떻게 자신도 그 길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은 한 사람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는 “책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다.”라고 했다. 이는 한 사람이 사는 세상의 지식을 포함한다는 뜻이다. 영국 수필가 조셉 에디슨은 “책은 위대한 천재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이다.”라고 하며 그만큼 책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도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살아 있는 사람도 만나기 어려운데, 죽은 사람은 만날 수가 없다. 근데 그 사람이 남긴 책을 통해 지식을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독서가 좋지 않을 수 있으랴.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독서는 가장 효율이 높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조사하다 보니 이미 성공한 사람을 찾게 됐다. 조언을 얻고자 그 사람을 만나려고 하니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접 찾아가서 컨설팅을 받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연장에 찾아가는 것이다. 1:1 상담의 경우에는 1시간에 수십만의 비용이 들고, 강연도 참가비가 몇만 원이 든다. 그리고 1~2시간으로 어떻게 그 사람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 근데 1~2만 원으로 한 사람의 모든 경험과 지식 그리고 생각까지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성이 높은 투자가 아닌가.
독서는 뇌 발달에 많은 영향을 준다. 뇌 교육학 분야의 김호진 박사가 쓴 《똑똑해지는 뇌 과학 독서법》 책을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뇌가 좋아진다는 것은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연결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연결망을 형성하기 위해 재배열되는 것을 말한다. 근데 이 현상은 뇌가 새로운 것을 학습할 때 더 활성화된다. 이런 변화와 활성화가 되는 것을 뇌가 성장하고 발달했다고 말한다.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이라는 책을 참고해보면 우리의 뇌는 3세경 그리고 성인이 되기 전에 두 번의 가지치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시냅스의 양이 감소한다. 그 이유는 뇌가 효율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남겨두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가지를 쳐서 약화시키거나 없애버린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뇌 발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계속 변한다. 물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새로 형성되는 건 아니다. 기존의 뇌 구조를 바꿔서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독서가 뇌 발달에 의미가 있는 이유다.
이 정도 이유만으로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독서를 많이 하면서도 변화와 성장이 없는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모든 책의 가치의 그 절반은 독자가 만든다.’라고 했다. 이 말은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그 책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책을 읽고 새롭게 익힌 지식이나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다면 우리는 행동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실천하는 독서’만이 삶을 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독서 관련 책을 쓴 유근용 작가와 안병조 작가 두 명 모두 독서 후 실천을 통해 인생의 큰 변화를 일으켰다. 유근용 작가는 1년에 520권을 읽었고, 안병조 작가는 3년에 947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너무 좋겠지만 그건 어렵다. 대신 한 권을 읽고 느끼는 점이 있어서 계속 독서를 해나간다면 이들처럼 성장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실 독서를 많이 하는 나라의 독서교육을 살펴보면 왜 선진국인지 알 수 있다. 국가의 경제지표”가 “독서량”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다. 그 사실을 대표하는 스웨덴의 독서교육이 이를 증명한다. 스웨덴에서는 가정에선 부모가 아이가 어릴 적부터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어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은 도서관에서 일정한 교육을 수료한 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책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함께 진행한다.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독서를 어릴 때부터 경험하여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는다.
두 번째로 스웨덴은 환경적인 부분에서도 독서 환경 조성이 잘 되어있다. 스웨덴 수도에 있는 도서관들은 집 또는 지하철역에서 30분 이내에 위치해있다. 누구든 언제든 독서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 심지어 이민자에게도 이 도서관은 모두 열려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 활동이 활성화되어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 안에 북클럽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어 다른 사람들과 독서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독서 습관이 형성되어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독서 활동이 이어지는 환경에 살고 있다.
스웨덴 말고도 독서 강국은 많다. 이미 교육 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는 스웨덴과 비슷한 모습이다. 가정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혼자 책을 읽고 끝내는 게 아니라, 느낀 점을 자신이 글로 써서 표현하는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다.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교사가 문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책을 읽고 해석, 요약, 정리 단계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이를 문제기반 학습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책을 읽은 뒤 토론을 통해 책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 후 에세이를 쓴다. 토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사고를 확장하는 교육이다. 이 모든 독서교육은 ‘생각하는 독서’, ‘실천하는 독서’와 관련이 있다.
나는 어릴 땐 자의든 타의든 책을 많이 읽었다. 실제 2020학년도 조사 결과에도 청소년들이 성인보다는 책을 많이 읽는다는 통계가 있다. 근데 고등학교 입학 후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독서와 점점 멀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독서 습관을 잃었다. 한 번 놓아버린 습관은 2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다. 1년에 책을 한 권 읽을지 말지 했다. 그런 내가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2019년 1월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운이 좋게도 세 번째로 읽은 책이 유근용 작가의 《일독일행 독서법》이었다. 그 책을 접하고 책 한 권 읽을 때마다 한 가지 교훈을 찾으려 노력했고, 삶에 적용하고 실천해왔다. 덕분에 생각하고 실천하는 독서를 하게 된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4장. 도전에 관하여’의 한 꼭지인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다.
분명한 건 책을 읽는 사람과 안 읽는 사람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5%의 책을 읽는 사람이 95%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책을 읽지 않으면 지배받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큰 차이가 있다. 생각 없이 실천 없이 주구장창 책만 읽는 사람은 아무런 변화를 얻을 수 없지만, 책을 읽고 실천하는 사람은 삶에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볼프강 괴테, 카네기, 에디슨, 벤자민 프랭클린, 뉴턴, 빌 게이츠, 세종대왕, 이순신, 안철수를 아는가? 이 사람들처럼 우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 보라. 위대한 업적과 기적을 일으킨 그 사람들은 모두 독서광이자 실천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