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 도전
인생을 바꾸는 독서가 답이다.
책을 거의 읽지도 않던 사람이 갑자기 책을 쓰겠다고 했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글로 남기면서 재미를 느꼈다. 어쩌다 보니 정말 책 한 권 분량을 채웠다. 주변 사람들한테 글을 보여주며 책을 내겠다고 했다. 근데 돌아오는 답변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형식의 책은 못 봤다는 것이었다. 책을 쓸 때 참고했던 책이 있었다. 이지성, 정회일 작가가 쓴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의 형식을 빌렸다. 근데 주변에서 출간을 만류하니 이유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전기 작가인 제임스 보즈웰은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도서관 절반 이상 뒤진다.”라고 했다. 근데 1년에 책 한 권 읽을지 말지 했던 사람이 갑자기 책을 쓰려고 했으니 당연히 글이 엉망일 수밖에. 책을 쓰는 일은 생산이다. 생산은 투입(input)의 결과인 출력(output)이다. 무언가 넣어야 나온다는 말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책을 쓸 때는 다른 책을 많이 인용한다. 책이 또 다른 책을 낳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그리고 작가가 되기 위해서.
사람마다 책을 읽는 이유가 다르다. 어떤 이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어떤 이는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치유하기 위해서, 어떤 이는 재미를 위해서 모두 다른 이유가 있다. 하지만 모두 공통점이 있다. 책을 읽으며 독자는 모두 자신만의 생각을 완성한다. 어느 정도 독서 임계점을 넘어선 사람들의 경우에는 생각의 폭이 일반인과는 다르다. 그들은 책을 통해 세상의 지식도 얻었고, 자아 성찰의 시간도 보냈기 때문이다. 나의 독서 100권 프로젝트의 시작은 표면적이었으나 막상 실천하면서 내면이 더욱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실례로 《딱 1년만 미치도록 읽어라》의 저자인 이주현 작가도 학창 시절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기 위해 독서를 시작했다. 그는 안 좋은 일을 겪고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는데, 독서를 통해 치유, 회복, 성장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1천 권 독서법》을 쓴 전안나 작가는 책을 읽으며 정신적으로 나약해졌던 자신을 되돌아봤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엉클어진 감정 기복을 바로잡으면서 틀어졌던 인간관계도 회복했다. 지금 소개한 두 인물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에 나온 주인공이라서 자세히 설명했지만, 실제 독서광이면서 성공한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1년간 100권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멘토로부터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처음에는 책을 추천받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초반에 읽었던 책 중에 유근용 작가가 쓴 《일독일행 독서법》이 있어서 실천하는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독서 관련 책을 쓴 작가들이 강조하는 공통적인 내용은 책을 읽고 꼭 하나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실천하라는 것이었다.
기억에 남는 내용을 정리해보면, 책 한 권을 읽고 1% 변화를 가질 수 있다면 10권을 읽으면 10%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만일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고 1%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1년 동안에는 38배 변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공통적이었다. 결론은 100권 1000권을 읽어도 아무런 실천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않은 것이라는 의미다. 다행히도 이 사실을 깨닫고 책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나의 상황에 적용하여 실천하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영국의 동화 작가인 루머 고든은 “독서를 배우면 다시 태어나게 된다.”라고 했다. 만일 실천하는 독서를 한다면 이 말은 진실이 된다. 내가 100권을 읽으며 주로 읽었던 책은 자기 계발, 재테크(부자마인드), 심리학, 독서법, 글쓰기, 뇌과학, 영어학습법 등이었다. 특히 책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독서법과 글쓰기 관련 책은 여러 권을 읽었다. 독서법 관련 책에서 다들 하는 이야기도 같은 분야의 책을 최소한 3권 이상 혹은 10권까지도 읽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대학교 전공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수준까지 지적 수준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교집합 되는 부분이 계속 반복되어 나온다.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반복하면서 남이 쓴 생각이 내 생각으로 정리되는 순간이 온다. 한 사람의 시선만 따라가면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을 놓치게 되지만, 여러 사람의 다른 관점을 비교하며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100권 읽기를 성공한 후에는 실제 독서법과 관련된 책을 10권 더 읽었는데 교집합도 많았지만, 여집합 부분도 많았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책과 책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독립적이다.
그 이유는 책 한 권에는 작가마다 다른 인생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책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다. 책은 작가가 살아오면서 배우고, 경험하고, 느낀 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래서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도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미국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나 많다.”라고 했다. 그만큼 책 한 권이 지닌 가치는 크다는 말이다.
이왕이면 내 인생에 영향을 주는 책을 고를 때 신중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엔 멘토한테 조언을 구한 것이었다. 근데 재미있는 건 책 안에는 또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자기 생각을 뒷받침할 책이나 문구를 책에 자주 인용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읽고 싶은 책이 생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은 꽤 유용하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려면 동기가 필요한데,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찾게 되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건 없지 않을까? 어떨 때는 한 권의 책 안에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소개되어 다음 책은 무엇으로 결정해야 하나 고민한 적도 있었다.
문제는 독서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처음 나의 목표는 1주일에 2권의 책을 읽어서 52주로 이뤄진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는 거였다. 근데 고3 담임교사로 매일 야근을 할 정도로 바쁜 시즌이 있었다. 이어서 둘째 아이가 태어나서 독서는커녕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할 상황이 안 됐다. 아내가 출산한 병원 입원실에서 제자들 추천서를 새벽 1시까지 쓰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아내가 조리원에 있는 동안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집안일하고, 잠시 출근도 하고, 저녁에 씻기고 재우는 일까지 하다 보니 녹초가 되었다. 아이를 재우고 나서 책을 읽을 수도 있었겠지만, 도저히 체력이 따라갈 수 없는 일정이었다.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때까지 대략 50권 넘는 책을 읽었었는데, 그런 이유로 잠시 프로젝트를 멈춰야 했다. 둘째 아이가 100일이 지나서야 조금 숨통이 티였다. 아이를 낳아서 키워본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신생아는 2~3시간마다 배고파서 깨기 때문에 부모도 잠을 거의 제대로 못 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해를 넘겨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둘째가 통잠을 자면서 나도 다시 정상인처럼 생활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2년간 100권 읽기 프로젝트로 목표를 수정했다. 그랬더니 부담이 좀 줄었고, 편한 마음으로 다시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둘째 육아로 심신이 많이 피폐해졌고, 게다가 코로나 블루(우울증)까지 찾아와서 심각한 상황에 놓였다. 아내는 첫째가 태어났을 때 산후우울증이 왔었다. 그땐 10층에 살고 있었는데 그냥 베란다에서 뛰어내려도 1층처럼 느껴질 것 같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지금은 23층에 살고 있다. 근데 새벽에 울다가 깬 둘째를 안아서 재우다가 창밖을 내다봤다. 아내의 말이 기억난 건지 모르겠지만 1층에 그냥 뛰어내려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다행히도 금방 정신을 차렸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국의 작가인 벨 훅스는 “나는 삶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항상 책에서 얻었다.”라고 했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모두 책에 있다.”라고 말했다. 문득 이런 말들이 생각나서 내가 처한 상황과 아픈 내 마음을 고치고 싶어서 책을 다시 찾았다. 자존감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원장이 쓴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을 통해 내가 누군지 왜 사는지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육아로 인해 내 삶이 없다 보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방황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자존감을 회복하고, 자아정체성을 찾기 위해 읽었던 여러 책 덕분에 다시 독서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가속도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 이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뉴턴의 가속도의 법칙이다. 단거리 육상 선수가 출발 후 달리는 방향으로 힘을 작용하여 가속도를 점차 증가시켜 중간 질주 시 최고속도를 낼 수 있다. 일주일에 1권을 목표로 했더니 목표를 이루는 게 수월해졌다. 실천하는 독서 습관이 잡혀가며 독서의 힘이 점점 커졌다. 가속도의 법칙에 적용해보자면,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질량)은 감소하고, 점점 독서량(힘)은 증가하니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80권 정도 읽게 되자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그때부터 매주 1권의 책을 읽고, 1개의 꼭지 글을 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내가 정한 주제별로 필요한 분야의 책을 찾아 읽으면서 100권 읽기 프로젝트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니까 확실히 글을 쓰는 게 편해졌다. 좋은 글이 되기 위한 삼다(三多)의 조건을 채우고 있었다. 책의 꼭지 절반인 20개를 완성하면서 동시에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달성했다. 10월 말이었으니 22개월 만에 100권을 달성한 것이다.
신기한 건 100권 달성 후 독서와 글쓰기에 가속도가 더 붙었다.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읽고 2~3편의 꼭지를 쓰고 있다. 뉴턴이 발견한 제1운동 법칙인 ‘관성의 법칙’과 제2운동 법칙인 ‘가속도의 법칙’이 동시에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12월인 지금은 4주 만에 10권 정도 책을 읽고, 10개 정도의 꼭지를 완성했다.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독서 120권에 도달할 것 같다. 혹은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독서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점이다.
영국 작가인 새뮤얼 스마일즈는 “그 사람의 인격은 그가 읽은 책으로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혹시라도 독서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꿈꾼다면 무슨 책을 읽을지 신중할 필요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은 나의 관심 있는 분야에 편향되어 있다. 독서가들이 꼭 읽으라고 말하는 인문고전 작품은 한두 편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완수하면서 더 큰 목표가 생겼다는 거다. 다른 작가들처럼 죽을 때까지 1만 권의 책을 읽고 싶다. 근데 그 목표가 헛된 꿈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독서를 하면 할수록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이룰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느낌이 궁금하다면 일단 나처럼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계획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