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름 아님 ‘두려움’ 때문이다. 그 두려움은 사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우리가 모르는 것을 도전할 때 생기는 두려움이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뇌》에서 이렇게 말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내재적인 속성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기 습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보다 설령 위험할지라도 자기에게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한다.” 그만큼 우리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인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도전받는 삶을 살아간다. 그때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부딪히고 도전하느냐, 물러서고 회피하느냐를 선택한다. 대부분 사람은 두려움 때문에 ‘회피’를 선택할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본능적으로 위험에 처했을 때 두려움을 느끼고 그에 맞는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맹수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뱀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우리는 도망쳤다. 그땐 자기를 방어하는 본능이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게 된 이유였다.
근데 그렇게 피하기만 하면서 살았다면 지금의 인류문명을 이룰 수 있었을까? 아니다. 사실 인간은 미국의 뇌과학자 풀 맥린이 말하는 영장류의 뇌를 통해 현재의 인류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장류의 뇌는 대뇌피질이 감싸고 있는 전두엽이라는 부분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과 감정 통제를 할 수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등 가장 진화된 뇌이다.
근데 아쉽게도 인간은 영장류의 뇌와 더불어 파충류의 뇌와 포유류의 뇌의 영향을 받는다. 풀 맥린이 분류한 제1 뇌는 우리 뇌의 하부 뇌간인 파충류의 뇌(본능의 뇌)이다. 이는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부터 생기기 때문에 인간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숨 쉬는 일부터 시작해서 모든 본능적인 기능을 한다. 호흡, 심장박동, 체온 조절 등 기초적인 생명 유지에 관한 기능을 한다. 제2 뇌는 중뇌의 편도체 부분으로 포유류 뇌(감정의 뇌)이다. 포유류 뇌는 감정, 식욕, 성욕, 단기 기억 등을 담당한다. 특히 이 중에 우리의 감정을 담당하는 포유류의 뇌가 발동할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다행히 인간은 영장류의 뇌를 가지고 있기에 두려움을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두려움은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의 저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로버트 마우어도 ‘변화는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 중에 변화와 두려움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겉보기에 아주 사소한 변화든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든 변화를 피하려고 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두뇌는 변화에 저항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떤 것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더 많은 꿈을 꿀수록 더 많은 두려움이 솟아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선 우리의 파충류의 뇌가 작동한다. 몸에서 열이 나고, 심장이 빨리 뛰고, 맥박이 빨라진다. 이어서 포유류의 뇌에서는 이 스트레스를 여러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에서 스트레스를 위험으로 감지하고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 이처럼 뇌는 자신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고 피하고 싶은 걸 먼저 처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왜냐면 그 감정이 바로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이 우리의 뇌가 우리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무지(無知)는 두려움을 내포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은 이해되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천둥, 번개, 지진, 해일 등 자연현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인간은 다양한 신을 각각에 투영하여 경외로운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바로 그 예다.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이 사실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했고, 세상의 끝에는 괴물이 산다거나 추락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이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에서도 우리는 모르는 분야에 대한 무지(無知)로 인해 두려움을 느낀다. 새로운 도전은 기존 것과는 다른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기존의 지식과는 다른 새로운 지식에 대한 무지로 인한 두려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쉽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류의 역사처럼 생존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이상 우리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두려움을 가진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서 그렇다.
하늘의 제왕 독수리의 경우에는 높은 나무나 절벽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운다. 처음에 새끼는 높은 곳에서 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어미는 나는 법을 따로 가르쳐주지 않지만, 새끼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서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운다. 그렇게 두려움을 극복하며 독수리는 강하게 자란다. 70년 정도를 사는 독수리는 부리와 발톱이 계속 자란다. 근데 이를 계속 두면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자란다. 그때 독수리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겪으며 절벽에 가서 부리와 발톱을 간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생존을 위해서 독수리는 변화를 선택한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냥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가졌던 두려움도 동시에 사라진다. 우리는 살면서 처음 해보는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도 막상 하다 보면 별거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막상 시작해보면 다음 단계부터는 우리는 적응해가며 어떻게든 결과를 만든다.
한 예로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학교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오프라인 강의 위주로 진행되었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얼굴 보며 수업하던 대부분 선생님은 급변화된 상황으로 인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어떤 이는 생전 한번 해보지 않던 영상 촬영과 편집을 해야만 했다. 그런 교사들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다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근데 이 변화에는 모두가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생존과 직결되었기에 외면할 수 없었다.
처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두려웠던 교사들은 막상 수업을 촬영하고 영상을 편집하면서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 익숙하지 않은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연구하면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다. 교사로서 우선시 되는 수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건 교사로서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교사들은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변화해 갔다. 아인슈타인도 어려워서 시작 못 하는 게 아니라 시작을 안 하기 때문에 어려운 거라 했다.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지만, 그게 생존과 관련이 있으면 인간은 변화한다. 변화로 인한 두려움은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혹은 누군가가 강력하게 이끌어 주면 변화에 동조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1970년대의 국가의 추진력에 의해서 이룰 수 있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회복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격동의 시대에 누군가 강력하게 추진하면 두려움을 떨쳐내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이와 같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영어교사가 되면서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없는 내용을 바탕으로 무료 강의를 제작하고 싶었다. 근데 미디어 분야에 대한 막연함과 두려움으로 인해 생각만 하고 10년 동안 실천하지 못했다. 영상 촬영 장비나 편집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큰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도 꾸준히 관심 가지고 주변을 지켜봤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연구하며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 분야에 익숙하려고 노력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 나는 ‘무(無)’에서 시작했다. 촬영 장비가 없어서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무료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심지어 첫 영상은 누가 봐도 구도가 이상했다. 근데 10년 동안 가졌던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일단 시작했다. 다행히도 간접적으로나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미디어 교육하는지 계속 지켜봤기에 시작을 못 할 만큼 두려움이 크지는 않았다. 물론 20분짜리 영상을 편집하는데 처음에 10시간이 걸렸다. 영상 프로그램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데 영상 제작 개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 오래 걸렸던 영상 편집도 익숙해지니 2시간 만에 끝낼 수 있었다.
공포와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 하나는 서서히 그 요인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체계적 둔감화’라고 한다. 이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정신의학자 조셉 울페에 의해 개발된 행동수정 기법이다. 두려움을 적게 느끼는 상황부터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상황의 단계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장 두려움을 가장 많이 느끼는 상황을 극복하도록 하는 행동 치료이다. 이 방법의 요지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극과 긍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이 방법을 썼던 것이었다. 일단 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나 프로그램을 활용한 점과 다른 사람은 미디어를 활용해서 어떻게 교육하는지 살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완벽한 영상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독수리도 처음부터 잘 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도 처음부터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으려 했다. 대신 독수리가 한 번 두 번 비행하며 점점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처럼 나도 조금씩 나아지는 영상을 보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나도 교사이기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미 유튜브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기에 영상 촬영과 편집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없었다. 미디어 분야에 문외한들은 발을 동동거리며 매일 걱정했고, 심지어 첫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힘들게 밤새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에 두려움을 미리 느끼고 겪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코로나 시대의 학교 현장에서 하는 미디어 활용 교육은 나에게 더는 도전이 아니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이자 경영학자인 스티븐 코비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큰 위험은 위험 없는 삶이다.” 오히려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내가 조금 잘하게 되었다고 계속 그 방법만 고수하면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심지어 내 전공 분야인 영어와 관련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재를 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봤다. 게다가 현대 사회는 다양한 분야가 결합되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려 노력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해온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