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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Jun 17. 2021

<4>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안다

1. 올바른 1등급 공부법: 개념편 (접근법)

지능보다 노력이 중요하지만, 무식한 노력만이 정답은 아니다. 1등급 멘토들도 무한 노력의 기저에는 ‘메타인지’라는 요소를 두고 있다. ‘메타인지’는 미국의 발달 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이 만든 용어다. ‘Meta’는 그리스어로 ‘사이에, 뒤에, 넘어서’라는 뜻이고 ‘상위’에 있다는 의미다. ‘인지(cognition)’라는 말이 ‘무언가를 인정하여 앎’이라는 뜻이니, 아는 것을 넘어서 내가 아는지 모르는지를 아는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나아가 생각해보면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BS 다큐 《학교란 무엇인가 8부 0.1%의 비밀》에서도 상위 0.1%의 학생들이 학업성취도가 높은 이유는 지능이 아닌 ‘메타인지’ 능력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상생활을 살펴보면 평범한 학생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힘은 차이가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와 실수를 어떻게 바로 잡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메타인지 학습법》의 저자인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버나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리사 손도 ‘인생은 결국 문제 풀이의 연속’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매일 문제에 봉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놓인다. 그때 필요한 건 지능이 아니라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고 그녀는 주장한다.

           

《시냅스 독서법》의 저자인 독서치료연구소 박민근 소장은 일반적으로 ‘공부에 문제가 있다’고 의뢰해온 아이들 대부분은 무기력 단계이거나 외적 혹은 내적 강압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들은 피상적인 학습자로 스스로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한다. 반면, 전략적 학습자는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자신의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도 메타인지 전략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1등급 멘토들은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전략적 학습자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 특히 자신들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어서 강점은 더 강화하고, 어떻게든 약점을 보완하려고 애쓴다. 자세히 살펴보면, 강점보다는 약점을 메우기 위해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태도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에 나온다.      


사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아닌 자존감이 강하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실수를 두려워하고 남의 이목에 신경 쓴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예를 들어, 자존심이 강한 학생은 모르는 게 있어도 티를 내지 않고, 체면에 더 관심이 많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자신이 모르는 걸 알아내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물어본다.      


1등급 멘토들은 순간 몰라서 창피한 거보다 영원히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래서 철저히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자신이 실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는 두 번의 실수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들은 ‘한 번의 실수는 실수가 맞지만, 두 번의 실수는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충실하게 과정을 보냈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일 모르는 게 시험에 나와서 문제를 틀렸다면, 결과에만 탓하지 않고 몰랐던 사실을 왜 확인 안 했는지 혹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과정으로 돌아가 이유를 찾는다. 다른 무엇보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위에 관심 가지고 자신의 모습에서 잘잘못을 따지기 때문이다.      


리사 손 교수는 메타인지 전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모니터링 전략이다. 모니터링(Monitoring)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판단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잘 됐고, 잘못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컨트롤링(controlling) 전략이다. 부족한 점이나 잘못된 점이 있으면 이를 바로 잡는 과정이다. 두 가지 전략 모두 결과가 아닌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나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속한다. 이처럼 메타인지 전략은 결과 위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인지 전략이다.          


과정이란 완성의 단계가 아니기에 완벽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완벽하지 않다는 말은 우리가 얼마든지 실패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할 때 성장이 일어난다. 다시 말해 우리가 경험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용기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용기가 있을 때 성장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고의 교육》이라는 책에서도 ‘실패할 용기’는 곧 자신감이라도 설명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고3 담임을 하며 만났던 한 학생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 위에서 말한 메타인지를 사용하는 전략적 학습자이자,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 학생은 외고 일본어과에 입학해서 1학년 때는 성적이 최상위는 아니었지만,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파악하고 있었다. 우선 어린 시절 일본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일본어에 능숙했기에 일본어는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했다. 대신 자신이 약한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해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그 덕분에 내신 성적이 계속 향상되었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한 약점을 보완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3학년 1학기 마지막 시험과 일본 유학 시험 시기가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충분히 있는 학생이었는데도, 그때는 생각보다 더 힘들어했던 것 같다. 얼마나 급하면 시험 기간을 1주일 앞두고 상담을 요청했겠는가. 두 마리 토끼를 잡자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하나를 포기하자니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담임교사로서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이런저런 조언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간단히 응원의 말을 전했다. “다른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너니까 할 수 있어. 너 자신을 믿어봐.”라고 말이다. 그 학생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다. 상담을 마치고 몇 주 후 그 학생이 모든 시험 일정이 끝났고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우려했던 일본 유학 시험도 우수한 점수로 붙었고, 3학년 내신 성적도 반에서 1등을 기록했다. 덕분에 서울대도 합격할 수 있었다. 전략은 이러했다. 내신 시험은 마음을 비우고, 일본 유학 시험에 매진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하나를 포기했다. 기회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도 있었으나 운 좋게도 일본 유학 시험 과목이 주요 과목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주어진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고,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용기를 보였기에 나온 결과라 생각한다. 이것도 저것도 놓치기 싫어서 고민만 하다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면, 분명 둘 다 놓쳤을 거다.

     

이 학생은 서울대를 포함하여 지원한 수시전형에 모두 합격했지만, 국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유학의 길을 선택했다. 나중에 국비 장학생 간 1년간 진행된 평가에서도 1등을 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본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고 들었다. 이 학생 외에도 1등급 멘토를 포함한 ‘메타인지’가 뛰어난 학생은 과정에 충실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메타인지’는 분명한 교집합 요소라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의 교육은 메타인지를 기르는 교육과 유사하다. 유대인 격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일생을 먹고살 수 있다.” 세상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위 0.1%의 유대인들의 하브루타 교육이 곧 메타인지를 기르는 교육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교육 전문가 서상훈과 유현심 작가의 《메타인지 공부법》에서도 메타인지가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혔다.           


누군가 바보는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천재는 역으로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다. 중국 고대 사상가 공자도 “지지위지지부지위부지(知之爲知之不知爲不知)”라고 했다. 세계 4대 성인이라 불리는 두 사람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대해 스스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두 성인이 강조한 것은 현대에서 말하는 ‘메타인지’와 같다. 이처럼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할 줄 알 때 성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 그들은 진정한 성인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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