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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Jun 23. 2021

<6> 어떻게든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는다

1. 올바른 1등급 공부법: 개념편 (접근법)

《서울대 수석은 이렇게 공부합니다》을 쓴 김태훈 작가는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수석 입학 및 수석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석으로 졸업한 공부 레전드로 불린다. 그런 그도 어린 시절에는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니 누군가 공부에 흥미가 없다 하더라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 진짜 이유를 찾는다면 말이다.      


공부가 재미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정한 공부의 매력을 느끼기 전까지는 더욱 그렇다. 사실은 공부도 생존을 위해 한다. 누군가는 먹고 살아가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공부의 범주가 꼭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입시공부에 국한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많이 가난했던 외국에서의 유학 생활 중 나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며 모르는 분야를 공부해야 했다. 요새 말로 일명 ‘알쓰(알코올 쓰레기)’였던 나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위해 주류 관련 자격증을 따야 했다. 다음 관문은 30개가 넘는 와인을 맛보며 맛을 구분할 수 있어야 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는 와인을 소개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시음’하고 맛을 기록하는 면접을 봤는데, 4번째 와인을 맛보면서 이미 미각을 잃은 상태라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미리 와인의 종류와 맛의 특징에 대해 밤새며 공부해 갔다. 비록 실제 맛을 못 느꼈지만, 올바른 맛의 특징을 적어낼 수 있었고 덕분에 취업할 수 있었다. 만일 그때 ‘생존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제대로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아직도 가끔 든다.    

  

공부법 책에서 굳이 ‘술’ 이야기까지 등장하는지 의아할 수 있지만, 술 한 방울도 입에 안 대는 나로서는 나름의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공부해야만 했던 그때 경험을 공유했다. 이보다 더 극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물론 내가 인터뷰한 1등급 멘토들은 이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부해야 할 이유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은 5가지 욕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과 애정의 욕구, 존중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점차 위계가 올라간다. 이외에도 인간의 욕구는 충분히 더 있을 수 있지만, 보편적인 욕구라고 보면 된다. 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를 언급한 이유는 이를 충족시키려면 자연스럽게 ‘공부’도 하게 된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다.      


학창 시절에 갑자기 성적이 오른 친구가 있었다. 공부에 전혀 두각을 보이지 않았다가 갑작스럽게 반에서 1등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유가 궁금했다. 그 이유를 물어볼 수 있을 만큼 친하지 않아서 아는 친구한테 전해 들었다. 집안 사업이 망하면서 부모님이 이혼했고, 살 집도 없어서 친척 집에 얹혀살게 되었다고 했다. 앞으로 먹고 살아갈 걱정에 막막했던 그 친구는 돌파구로 공부를 선택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생리적 욕구’와 직결되기에 공부해야 할 이유가 분명했다. 어떻게 보면 ‘안전의 욕구’와도 관련이 있었다. 만일 친척이 내쫓으면 살 집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그 친구는 중학생이었기에 할 수 있는 건 공부뿐이었다. 공부라도 잘해야만 생존이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아쉽게도 이렇게 극적인 상황에 놓이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기본적인 욕구는 충족하며 살고 있어서 생존을 이유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다들 공부에 흥미가 없는 걸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있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서라도 공부할 이유를 찾아가며 공부한다는 점이다.      


1등급 멘토들은 남들보다 빨리 깨우친 것들이 있다. 첫째,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둘째, 지금 배우는 내용이 언젠가 내 인생에 쓰일 거라는 걸 안다. 그들도 공부가 하기 싫고, 힘들고, 재미도 없고, 괴롭기까지 하다. 다만 다른 점은 그걸 잘 참고 이겨낸다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든 공부할 이유를 찾아내고 끝까지 공부해낸다.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하는가? 실험의 의도는 자기 통제력과 미래의 모습과의 상관관계였지만 나는 이 실험을 다른 관점으로 보려고 한다. 순수하게 자기 통제와 욕구라는 관점에서만 해석하고 싶다. 15분만 참고 견디면 마시멜로가 1개가 아니라 2개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더 많은 마시멜로’를 먹을 수 있다는 게 기다릴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시멜로를 많이 먹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자기 통제가 가능했다는 말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이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공부가 재미있어서 계속하는 거다. 여러 번 언급했지만 아쉽게도 그러긴 쉽지 않다. 문제는 내가 좋아해서 하고 싶은 과목이 있지만 어렵고 하기 싫은 과목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는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있거나 혹은 얼마나 자기 통제를 잘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래서 1등급 멘토들은 자신이 어렵고, 힘들고, 성적이 잘 안 나오는 과목에 대해서 더욱 공부할 이유를 찾으려 노력한다. 이유를 찾는 방법도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자신에게 보상을 주는 방법을 택한다.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으로 유학 가서 박사과정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정재영 멘토의 일화가 흥미롭다.     

 

어린 시절 게임을 좋아했던 그에게 부모님은 남들과는 특이한 방법으로 보상을 제안했다. 보통 부모라면 3시간 공부하면 1시간 게임을 하도록 허락할 것이다. 그런데 정재영 멘토의 부모님은 공부한 시간만큼 게임할 시간을 보상으로 주었다. 게임을 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고 싶었던 정재영 멘토는 그만큼 공부 시간도 늘려갔다. 덕분에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도, 공부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처음엔 재미없었던 공부도 하다 보니 흥미가 생겼다는 점이다.     


여러 심리학 이론에서도 동기 부여 방법으로 ‘보상’을 사용한다. ‘보상’은 외적 동기에 많은 영향을 주는데,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여기서 외적 동기는 지금 바로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의미하고, 내적 동기는 즐거움과 함께 오랫동안 지속하도록 힘을 준다. 어린 시절 게임을 좋아하던 그가 공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박사과정까지 해낸 걸 보면 ‘보상’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처음에 모르는 내용을 공부할 때는 힘들다. 그런데 조금씩 모르는 걸 알아가고, 문제를 맞히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가끔은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1등급 멘토들은 참고 견디며 노력한 끝에 이 느낌을 경험한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하기 싫은 공부도 다시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 그 경험을 쌓는다.     


처음에 언급했던 공부 레전드 김태훈 작가도 《서울대 수석은 이렇게 공부합니다》에서 ‘공부 자존감’이란 표현을 쓰며 이렇게 말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보다 싫어하는 과목에서 공부 자존감을 얻는 것이 고른 성적과 실력 향상에 아주 큰 도움을 준다. 재미는 없어도 이 과목을 왜 공부하고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깨달으면 그 과목 공부를 헤쳐나가는 힘이 생긴다.”      


<지능보다 노력이 우선이다> 꼭지에서 언급되었던 10분짜리 집중력을 가진 서동주 변호사도 10분 공부하면, 10분 쉬며 보상을 주는 방법으로 꾸준하게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 여러 1등급 멘토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주말에 보기 위해 평일에는 꿋꿋하게 참고 공부했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이 끝나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상상하며 참고 공부했다.      


심지어 어떤 멘토는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기 위해 하기 싫은 과목을 중간에 넣어가며 공부했다. 이는 좋아하는 과목 공부하는 게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공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를 좋아하고, 수학을 싫어한다고 가정해보자. 수학 문제 3문제를 풀고 나면 보상으로 영어 문제 3문제를 푸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러 공부 고수들이 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된 방법이라 신뢰가 가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오래전이지만 메가스터디 손주은 대표가 한 강의에서 들려준 일화가 생각난다. 자신이 과외했던 학생에게 공부 동기 부여를 위해 가혹한 말을 했다고 했다. 외모에 자신이 없었던 학생은 큰 충격을 받고 공부만이 자신이 살길이라고 생각하고 공부할 이유를 찾았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공부가 생존일 수도 있고, 자기만족일 수 있다. 어찌 되었건 공부가 나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을 오를 때 정상에 올라가야 할 이유를 찾고 정상까지 오르게 되는 것처럼, 공부도 해야 할 이유를 찾고 계속해 나간다면 분명 공부 성취 경험을 할 것이다. 당장 공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 이유를 만들어봐라. 사소한 거라도 괜찮다. 위에서 말한 ‘보상’이 일단 공부의 이유가 되어도 좋다. 공부를 멈추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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