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문해력이라는 무기를 사용한다
올바른 1등급 공부법: 개념편 (접근법)
2021년에 방영한 EBS 다큐프라임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현재 공부하는 학생들의 ‘문해력’이 얼마나 많이 저하되고 있는지 밝혔다. 참고로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부족하면 학업 부진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공부에 있어서 문해력은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영어 지문에서 다양한 지식을 접하는 나로서는 ‘언어의 기원’에 대한 글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다. 최초의 인류가 단어 혹은 문장 하나 말했다고 그게 언어가 되는 게 아니라 ‘대화’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언어의 시작이라 했다. 대화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의미한다. 글은 그 말을 문자로 옮긴 것이니 결국 문해력도 누군가 하고 싶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언어를 이해하려면 우선 어휘를 알아야 하고, 문장에 쓰인 표현을 알아야 하고, 심지어 문장이 가진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쓴 글, 즉 책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문해력은 독서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문해력 공부》를 쓴 김종원 작가도 높은 문해력은 대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잘 모른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제대로 배울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독서를 통해 글을 쓴 사람과 대화하고, 내가 모르는 걸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문해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책 보다 영상에 많이 노출된 현대인들은 아무래도 문해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부에서 1등급을 받는 멘토들은 하나 같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름 아닌 ‘독서 습관’이다. 멘토마다 시기나 방법은 달랐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독(多讀) 경험을 했다. 덕분에 문해력이 형성되어 학창 시절 중 가장 문해력이 필요한 고등학생 때 1등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1등급 멘토들은 미취학 아동 때부터 가볍게 독서를 시작했다. 그림 책부터 시작하여 글 밥을 조금씩 늘려가며 독서를 했다. 그렇게 조금씩 책에 흥미를 느끼면서 몰입 독서로 넘어가게 된 계기는 대부분 좋아하는 분야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독서 습관이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 적용되었고, 다양하고 많은 진도를 나가는 고등학교 공부까지 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 번째로 박원빈 멘토는 위인전 같은 전집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좋았다. 그래서 그 많은 전집을 여러 번 읽으며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삶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까지 전집 위주로 읽던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문학과 비문학 관련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었다. 반에서 내신 1등을 했던 그였기에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이 학업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이성윤 멘토의 경우에는 자연과학 분야에 관한 책에 흥미를 느껴서 한국어든 영어든 가리지 않고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거의 모든 자연과학 분야의 책을 섭렵했다. 덕분에 어려운 학문을 다루는 책을 읽으면서도 지식 확장에 대한 흥미를 느꼈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던 고등학교 때는 경제 관련 원론을 읽을 수 있었던 비결도 어린 시절부터 했던 어려운 분야에 대한 독서 습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등급 멘토들의 공통된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다독(多讀)’을 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남들보다 책을 읽는 양이 어마어마했다. 재미있는 점은 독서에 대한 동기 부여가 명확했다는 거다. ‘만권 독서’, ‘이달의 독서왕’ 등 보상이 있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독서를 즐겼다. 그리고 이때의 독서가 고등학교 공부에도 영향을 분명히 주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 분야에 유독 천재성을 보이는 오경제 멘토는 어린 시절 ‘만권 독서’ 타이틀을 받을 정도로 다독(多讀) 왕이었다. 특정 분야 관련 독서를 한 게 아니라 편식 없이 독서를 한 덕분에 고등학교 때는 수학을 제외하고 국어, 영어, 사회탐구 과목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실제 대학에서 배우는 교재를 읽으며 언어 관련 지식에 관해서 심화 탐구하는 모습을 보인 그였기에 독서가 얼마나 문해력에 그리고 공부 능력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서영 멘토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 한 달에 40권 정도의 책을 읽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중학교에 가서도 독서를 많이 했는데, 오경제 멘토와는 달리 편식 독서를 했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사춘기 시절 비문학보다는 문학작품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소설이나 시를 많이 읽었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 국어에서 문학 공부는 따로 하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다만 인문계열이 아닌 상경(경제 등) 혹은 자연과학(물리 등)과 같은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었기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그래도 어린 시절 독서 습관 덕분에 비문학 분야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사회탐구 과목에서는 수능에서 만점 혹은 1개 틀리며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본인도 어린 시절에 했던 독서량이 공부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 살아있는 증명이 아닐까 싶다.
다독(多讀)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김주연 멘토의 경우에는 조금 특이한 면이 있다. 대부분 다른 멘토들은 한국어로 된 책을 읽었다면, 김주연 멘토는 토플 지문을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의 지문을 통해 간접 독서를 한 경우다. 8~9년 동안 토플에 나오는 거의 모든 분야의 내용을 영어로 읽으며 어휘력도 기르고, 배경 지식이 생기면서 글을 빨리 읽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을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문과에서 이과로 바꿔서 공부할 때도 새롭게 배우는 수학 과목에만 매달리느라 다른 과목 공부는 많이 하지 못했다. 게다가 수능 문제 형식에 대한 이해도 없었지만, 수능 국어와 영어에서는 거의 항상 만점을 받았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이과 과학 과목도 토플 지문에서 많이 본 내용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카이스트 진학에 성공한 그녀가 그 비결을 꼽으라면, 본인은 글을 빨리 읽으면서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코딩 분야를 전공으로 하고 현재 직업으로 가질 수 있었던 이유도 어릴 때 습득한 ‘문해력’ 덕분이라 했다. 흥미롭게도 꼭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통해서라도 독서를 많이 하면 ‘문해력’이 생기고, 이는 공부할 때 남들은 죽어라 뛰는데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서와 문해력이라는 주제로 ‘시기’가 꼭 어린 시절이어야만 좋은 것인가에 대한 답변을 해보려 한다. 우선 정답부터 말하면, 중학교 때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독서의 끝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를 잘하게 된 두 명의 멘토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들은 모두 중학교 때 독서를 했다. 다만 엄청난 ‘몰입 독서’였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고등학교 때 글쓰기로 평가받을 수 방법은 논술전형에 응시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 논술전형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글 쓰는 능력이 뛰어나야만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진짜 사실은 작가라면 알 것이다. 글쓰기 능력은 독서에서 나온다는 걸 말이다. 먹은 게 있어야 배출할 게 있는 것처럼, 좋은 글을 읽어야 좋을 글을 쓸 수 있다.
구민재 멘토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독서광까지는 아니었지만, 중학교 때 삼국지를 접하면서 몰입 독서를 했다. 다른 작가별 삼국지 시리즈를 모두 섭렵했고, 한 권당 최소 20~30번씩 읽었으니 중학교 3년 동안 읽은 권수로 환산해보면 수백 권은 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와서 교내 논술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하면서 논술전형이 자신에게 적합하다는 걸 알았고, 논술 시험과 수능 최저를 맞히기 위해 노력한 끝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해 다른 동기들을 포함한 논술전형 지원자 수가 100건 넘었지만(일반고는 훨씬 많은 수가 지원), 합격자는 현역 중에서는 오직 구민재 멘토뿐이었다. 이렇게 보면 미친 듯이 읽었던 삼국지가 그에게 ‘문해력’이라는 무기를 만들어줬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정지원 멘토도 중학생이 될 때까지는 특별히 독서에 흥미가 없었다. 대신 중학교 때는 청소년이 읽어야 할 문학작품 시리즈를 여러 번 읽으면서 몰입 독서를 했고, 이때 생긴 문해력 덕분에 논술전형에서 여러 군데 합격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내신 성적도 상위권이었기에 이때의 문해력이 학업 능력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지금까지 독서와 문해력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마침내 1등급을 이뤄낸 멘토들의 이야기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한 분야든 다양한 분야든, 한국어든 영어든, 어린 시절이든 조금은 늦은 시기든 일정 수준의 독서량을 해내면서 생긴 문해력은 분명 공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학교에서 만난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진학한 내신 우등생과 수능 우등생 모두 그들 인생에 ‘독서’와 ‘문해력’은 뺄 수 없는 키워드였다. 놀랍게도 100%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99%에 가까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독서를 했다는 점이다. 글을 읽기 전에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거나 자녀 앞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1등급 멘토들도 그 모습을 보고 배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어떻게 보면 독서와 문해력이라는 무기는 쉽게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독서하는 습관만 있다면, 자녀는 금방 따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아직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먼저 독서를 실천하길 바란다. 혹은 이미 중학생 그 이상의 학생이라면 늦게 독서를 시작한 멘토들도 독서를 통해 1등급의 영광을 얻었으니 따라 해보길 바란다. 공부의 시작은 사실 독서에서 비롯되니까 말이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중학교 때와는 달리 과목 수도 늘어나고, 지필 평가, 수행평가, 학교 활동 등 시간 내에 동시에 해야 할 것도 많이 있다. 이때 만일 ‘문해력’이 부족하다면 앞서가는 다른 친구들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 거꾸로 만일 고등학교 올라오기 전에 ‘문해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다면, 처음은 주춤하더라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 꼭지에서 언급했지만, 공부의 9할은 ‘이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니, 독서를 통해 기른 문해력이야말로 올바른 공부로 인도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