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잖아
성공하는 1등급 공부법: 완성편 (수험생활)
공부는 혼자와의 싸움이다. 그러나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주변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누군가 있다면 힘이 된다. 10년 넘게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은 그들은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좋은 마음을 써야 일이 잘 풀리는 것처럼,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외향적인 성격인 경우엔 학급 임원을 맡아서 투철한 봉사 정신을 보이기도 한다. 본인이 학급에 많은 도움이 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우리도 같은 마음을 보이려는 심리로 인해 똑같은 행동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아는 1등급 멘토들은 협력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도 잘 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주장이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대표 선수로 알려진 축구 천재 ‘메시’ 선수의 일화가 흥미롭다. 어린 시절부터 드리블에 두각을 보였던 그는 패스보다는 드리블을 즐겼다. 그의 실력은 출중해서 그로 인해 축구계에는 신계와 인간계로 나눌 정도로 그의 실력을 신격화하며 높이 평가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와 유스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메시 선수는 큰 깨달음을 얻는 날이 있었다. 메시 선수를 지도하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빨라도 사람이 공보다 빠를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드리블이 최고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메시 선수는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감독은 다시 말했다. “주변 동료에게 패스하면 자신이 직접 드리블해서 달리는 것보다 공을 더 빨리 이동시킬 수 있다.”
이날 이후로 메시 선수는 축구는 사람 1명의 기량보다 11명의 협력이 있을 때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는 경기장에서 뛰는 메시 선수의 스타일을 보면 드리블도 잘하지만, 동료 선수와 협력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1등급 멘토들도 공부할 때 친구들과 교류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보통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쉬지 않고 공부만 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공부에 몰입하는 1등급 멘토들의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이기에 고독을 즐기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외딴섬에 홀로 남겨지면 인간은 외로워서 고독사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1등급 멘토들도 공부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먼저 우호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정은 감정을 낳기 때문에, 먼저 좋은 감정을 보여야 좋은 감정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특목고라는 특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1등급 멘토들은 동아리 회장과 같은 임원 직책을 맡아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 주도적인 성향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런 태도는 결국 공부할 때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공부의 목적도 수동적으로 점수를 잘 받기 위함이 아닌, 자신의 꿈과 연결 지어 능동적으로 배우려는 자세로 이어진다. 이처럼 리더십도 있고, 인성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은 이유는 다 있는 것이다.
100%라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대부분 내가 봐왔던 1등급 멘토들은 매우 관대한 마음을 지녔다. 누군가 필기한 걸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주고, 모르는 걸 물어보면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심지어 방황하는 친구를 붙잡아 같이 공부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멘토도 있었다. 주변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함께 발전하고 성장하는 걸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필요에 따라서는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주변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도 많이 봤다. 한 예로 성적이 꽤 좋았던 우리 반 학생 한 명은 자신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담임교사였던 나에게 찾아와 정보도 얻고, 마음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정말 자주 상담 요청을 하길래 나중에 꼼꼼히 세어보니 30회 넘게 상담했다.
다른 1등급 멘토는 영어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영어 교사인 나를 찾아와 적극적으로 질문했다. 처음에는 교과 관련 질문만 하는 사이였다가, 나중에는 진학할 때 진지하게 고민을 나누는 멘토-멘티 관계까지 발전했다. 여름방학인데 1시간 가까이 진로와 진학 상담을 전화로 할 정도면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그들은 교우 관계도 좋을뿐더러 교사와도 좋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다. 힘들고 지친 수험생활을 함께 고민하며 헤쳐나가면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 물론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경우엔 교우 관계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았다. 내신이든 모의고사든 시험이 끝날 때마다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며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친한 사이로 지내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우리 반 내신 1등이었던 박원빈 멘토와 수능 모의고사 1등이었던 이성윤 멘토는 안타깝게 첫해 기회를 놓치고 반수를 하면서 함께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의지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면접을 준비할 때도 상대방의 예상 질문을 뽑아주고, 서로에게 면접관이 되어 면접을 같이 준비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반수에 성공했고, 입시의 한(恨)을 함께 풀어냈다.
김주연 멘토의 경우에는 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사람들과 교류했다. 만나서 놀고 그런 교류는 아니었고, 자신이 듣던 인터넷 강의 게시판에 모르는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을 남겼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자신이 겪는 수험생활과 자신이 듣고 있는 인터넷 강의와 강사에 대한 평가를 솔직하게 남기며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사람은 하루에 자신이 해야 할 말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언어를 사용하고, 누군가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그런 말이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에게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푼다.
끝으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스스로 고립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론적으로 증명된 건 아니지만, 공부하겠다고 고립을 자처한 학생 중 수험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잘 노는 사람이 공부도 잘한다는 말처럼,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공부도 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