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완벽주의자가 아니어도 괜찮아
성공하는 1등급 공부법: 완성편 (수험생활)
완벽주의 성향인데도 1등급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런 걸까? 1등급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받을 수 있는 등급이다. 그런데 완벽주의 성향의 경우 만점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놓친다. 다른 것을 놓치면 결국 완벽한 상태가 되지 않아서 중도 포기한다. 완벽하지 않을 바에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완벽주의 성향이라고 했지만, 지나치면 강박증이라 부를 수 있다. 1등급을 받는 멘토들은 오히려 이 강박증을 버리려 노력한다. 그래야만 계속 공부할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주어진 시간과 공부해야 할 양은 정해져 있다. 시간 안에 최대한 해내는 게 우선이지, 완벽하게 해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 ‘최고보다 최선을’이라는 말도 그래서 있는 것이 아닐까?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 중 여자 주인공인 헤르미온느가 마법으로 동시에 여러 수업을 듣는 내용이 있다. 그렇게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면, 완벽주의가 되어도 좋다. 시간이 충분하니까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겐 유한한 시간만 있을 뿐, 마법은 부릴 수 없다. (혹시 진짜 마법사가 있다면 예외겠지만...)
1등급 멘토들은 그래서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자신의 상황 속에서 최선의 노력을 통해 결과도 극대화하려고 한다. 내신이든 수능이든 모두 실제 만점을 꼭 받지 않더라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내신은 100점을 맞아도 1등급이 안 나올 때도 있다.) 1등급 멘토는 이 점을 정확히 간파하고 전략적으로 공부한다.
즉, 모든 과목을 완벽하게 공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신이 이미 1등급을 안정적으로 받는 과목이 있으면 유지만 하려고 한다. 대신 아직 1등급이 안 나오는 과목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미 앞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으로 공부하는 이야기를 했으니 기억이 날 것이다.
이번 꼭지에서는 1등급 멘토들이 어떻게 완벽주의 성향을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지 그 모습을 공유할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본인이 그동안 하고 있던 습관이나 행동이었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최소한 효율적인 공부법을 배울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하교할 때 보면 자신의 몸보다 더 커다란 가방을 메고 낑낑대고 걸어가는 장면을 많이 목격한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가방끈이 끊어질 기세다. 무엇이 들었냐 물으면, 집에 가서 공부할 책이라고 한다. 근데 과연 이 친구들은 집에 가져간 그 책을 모두 공부할까? 대다수가 ‘그렇게 못 한다’에 한 표를 걸어본다.
왜냐면 과거 학창 시절의 나도 매일 후회하면서도 책을 바리바리 싸서 집에 가는 버릇은 고등학교 3년 내내 못 고쳤기 때문이다. 매일 집에서 다 끝내겠다는 다짐과 목표도 버리지 못했다. 이걸 좋게 말하면 완벽하게 공부하려는 성향이고, 안 좋게 말하면 강박증인 것이다. 괜히 무겁게 가방 메고 다니며 체력 낭비하지 말고, 가방에는 꼭 필요한 책만 들고 다니도록 하자.
이제부턴 완벽주의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강박증이라 부르겠다. 두 번째는 필기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2장에서 다루기도 했다. 글씨를 예쁘게 쓰려는 경우, 배운 내용을 그대로 필사하여 다 적으려는 경우, 펜을 종류별로 다 가져야 하는 경우 등 공부 본질에서 벗어나 환경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는 강박증을 버리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과목 단권화 노트를 만든다고 할 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모두 담은 노트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만들어 낸 건 너무 잘한 일이고 뿌듯한 건 맞다. 하지만 실제 수능을 보는 날에 그 많은 내용을 다 볼 수는 없다. 완벽하게 단권화 노트를 만든 건 사실이지만, 실제 자신의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모르는 것만 남겨둔 혹은 계속 헷갈려서 공부가 필요한 내용만 남겨둔 1페이지 요약 메모장이 더 효율적이다. 2020학년도 수능 만점자였던 《1페이지 공부법》을 쓴 홍민영 작가를 비롯해 다른 1등급 멘토도 실제 시험장에는 그날 볼 내용을 담은 노트만 간단히 들고 갔다. 이제는 모든 걸 담아내려는 강박증을 버리고, 필요한 것만 골라서 담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공부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도 공부지만, 시험을 잘 보는 것도 하나의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만점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기에, 세 번째는 시험문제 푸는 시간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앞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이성윤 멘토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을 2달 앞두고 9월 모의평가에서 ALL 1등급을 받았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기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근데 막상 수능 날 1교시 국어 시험 난도가 높아서 이성윤 멘토는 무너졌다. 다름 아니라 문제 푸는 시간 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원래 이성윤 멘토는 한 지문당 자신이 문제를 풀 시간을 정해놓고 풀었는데, 그날은 어려운 지문이 나와서 끝까지 놓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있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1교시를 망쳤다. 사실 만점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에 1교시의 풍파는 오래갔다. 안타깝게도 그해에는 수능 만점이 아니라 한 명문 대학의 최저 기준조차 나오지 않아 쓴맛을 봤다.
특목고에서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수능 모의고사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이라면 명문대 진학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만점이라는 완벽한 점수를 목표로 하다 보니 오히려 결과가 잘 안 풀렸다. 만일 어려웠던 그 지문을 잠시 제쳐두고, 다른 지문을 먼저 풀고 돌아와서 봤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그 지문에 있는 문제를 다 맞히지 못해도 1등급은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에는 국어 1등급 컷이 더 낮았기에 완벽함을 버렸다면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남았다. 수험생이라고 해서 온종일 공부만 하는 완벽한 공부 기계가 되지 말자는 이야기다. 수험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장소 불문 공부만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공부하고, 쉴 때는 제대로 쉬라는 말이다. 하루에 2시간씩만 자고, 밥도 굶어가며 공부하려는 생각을 버리라는 말이다.
그동안 부족한 공부를 만회한다고 고3 때 잠도 줄이고, 먹는 시간도 줄여서 공부하는 학생을 많이 봤다. 처음에 시작할 땐 효과도 좋고 해 볼 만하나 일주일만 지나면 바로 역효과가 난다. 몸이 버티지 못하니 모든 게 무너져 내린다. 사람은 절대 기계가 될 수 없다. 공부하는 시간과 쉬고 회복하는 시간이 균형이 맞아야 오래 공부할 수 있다.
여러 1등급 멘토가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밤늦게까지 자습한 후에 집에 가서 무언가 더하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다. “집에 가서는 불만 끌 힘만 남겨둬라.”라고 할 정도로 학교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집에서는 공부에 미련을 가지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시험 기간처럼 필요에 따라서는 집에서 공부할 수도 있겠지만, 계속 공부만 해야 한다는 강박증은 버리라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간혹 오해하는 학생들이 있다. 선생님이 학교에서만 공부하고 집에서는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합리화하는 학생들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집에서 마냥 놀라는 말이 아니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 모든 에너지를 쏟고, 후회 없이 하루를 보냈다면 집에서는 쉬라는 말이다. 공부 임계점도 넘기지 못한 상태인데, 그렇게 설렁거리며 공부하면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1장 <시간 관리 끝판왕이다> 꼭지에서 분명 100%로 계획을 세울 때 보다 80%만 세울 때 더 지키기 쉽다고 했다. 100%와 같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너무 지나치면 강박증이 된다. 그리고 강박증은 오히려 독이 된다. 완벽주의가 아니어도 괜찮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서 멈추는 것보다, 부족해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발전하고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1등급을 받는 상황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