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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Jul 13. 2021

<6> 징크스 그건 먹는 건가요

성공하는 1등급 공부법:완성편(수험생활)

사전에서 찾아보면 징크스란 ‘불길한 일,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운명적인 일을 일컫는 말’이라 적혀있다. 마치 이 말은 불가항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징크스는 우연히 생긴 일로 인해 부정적인 경험을 연속적으로 경험하며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이 아닐까 싶다. 혹은 우리가 피하고 싶은 일을 핑계 삼아 다른 대상에 옮겨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매일 신발을 오른쪽부터 신다가 우연히 그날 하루만 왼쪽부터 신게 되었는데 루틴대로 행동하지 못해 종일 계속 신경이 쓰인다.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1층 차이로 놓쳐서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 시험 기간이라 마음이 급하다. 그래도 늦지 않고 다행히 시간에 맞춰 등교한다.      


하지만 시험이 시작되고 답에 마킹을 하려는데 컴퓨터용 사인펜이 나오질 않는다. 다행히 감독 선생님이 주변 친구 여유분을 빌려서 주셔서 위기를 넘긴다. 안심도 잠시 설상가상으로 시험 종료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답안을 밀려서 쓴 걸 알게 된다. 간신히 수정테이프로 답을 고쳐서 제출했는데 한 문제에 답을 중복으로 체크한 것을 깨닫는다.     


오늘 하루 일진이 왜 이리 안 좋나 생각해보니 아침에 신발을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부터 신었다는 사실이 생각난다. 정말 우연의 일치일 뿐인데 모든 일이 신발을 왼쪽부터 신어서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신발은 오른쪽부터 신어야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렇게 이 수험생은 징크스 하나가 생겼다.  

    

위 예시는 작가로서 순수하게 지어낸 이야기가 맞다. 그런데 그냥 생각해낸 게 아니라 실제 멘토들의 사례를 통해 비슷한 예시를 추가했을 뿐이다. 지금부터 들어볼 이야기는 기가 더 찰 것이다. 놀랍게도 1등급 멘토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다소 부끄러운 이야기가 포함되기에 멘토 이름은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 건 그들은 해결책을 항상 모색했고, 징크스를 없애기도 했다는 거다.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벤치마킹해보길 바란다.    

  

1등급 멘토들도 사람인지라 위에서 말한 징크스를 경험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시험 보기 전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 갔는데 편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양변기 칸에 사람이 있어서 하릴없이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하는 수세식 변기가 있는 칸을 이용했다. 근데 그날따라 시험문제가 어렵게 느껴졌고, 실제 결과로 나온 점수도 평소만큼 잘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날 화장실 칸을 선택을 잘못한 것 같았다.      


고3 수험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생긴 첫 번째 멘토는 시험 보는 중간에도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었다. 신기한 건 양변기를 사용하면 시험문제가 잘 풀리는 거 같았고,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면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우연히 생긴 징크스가 시험 점수에 영향을 주게 되자 다른 층을 가서라도 양변기를 이용하는 습관이 생겼다. 징크스를 떨쳐낼 수는 없었지만, 수능 날에도 양변기만 찾아다닌 덕분에 무사히 시험을 마쳤고 결과도 좋게 나왔다.    

      

두 번째 주인공은 시험 볼 때 감독교사가 바로 앞에 서 있으면 신경이 많이 쓰여서 맨 앞자리에 걸리지 않기를 항상 기도했다. 그러나 무작위로 번호를 돌려가며 시험 기간에 자리를 배치하기에 맨 앞자리에 걸리는 날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런 날이면 앞에서 감독하는 선생님이 신경이 쓰여서 아는 문제도 실수로 틀렸다. 자신도 모르게 앞자리 징크스가 생겼다.     


고3 수험생이 되어도 이 징크스가 깨지지 않자, 멘토는 결단을 내렸다. 2주마다 자리를 정할 때 일부러 앞자리에 자청해서 앉은 것이다. 역시나 처음엔 수업 시간마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근데 한 학기 내내 자신의 자리가 맨 앞자리가 되니 시험 볼 때 앞자리에 걸려도 내 집처럼 편한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2학기에는 혹시 수능 날 앞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가 걸릴 수도 있으니 무작위로 다시 앉게 되었고, 다행히 이 멘토는 어디에 앉아도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리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세 번째 멘토는 지나고 보니 별거 아닌데 그땐 왜 그랬나 하는 징크스가 있었다고 했다. 제대로 준비 못 한 과목을 보는 시험 시간에 감독교사가 확인 도장을 잘못 찍어서 반만 찍혔는데, 그게 그렇게 신경이 쓰였다고 했다. 불길한 생각은 현실로 이어져 그 과목 점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받았던 점수 중 최악이었다.     

 

그 이후로 시험을 볼 때면 감독교사의 도장이 계속 신경 쓰였다. 처음엔 도장이 찍히는 크기에만 불안했는데, 그 증세가 심해져 도장이 이름이 위로 가게 찍히지 않고 거꾸로 찍혀있어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혹은 확인란 위치를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감을 느꼈다. 그럴 때마다 도장을 다시 찍어달라고 감독 교사한테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괜찮다는 말뿐이라 더는 부탁하지 못하고 징크스에 휘말렸다.      


이 멘토는 이런 고충을 나와 상담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심리학에 나오는 ‘체계적 둔감화’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수능 날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 답안지를 꼭 활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감독교사 도장이라고 생각하고 도장을 확인란에 꼭 찍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너무 칸에서 벗어나거나, 이름이 뒤집히거나, 모양이 이상하게 찍히거나 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다음부터는 조금씩 도장을 이상하게 찍어보고 문제를 풀게 했다. 감독교사 확인란에 도장이 이상하게 찍혀도 채점했을 때 자신이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오기 시작하자 징크스가 점점 사라졌다. 다행히 이 방법은 통했고, 수능 날은 감독교사의 도장과는 상관없이 시험을 잘 치렀다.      


징크스와 관련된 사례를 살펴보면, 자신의 실력과 노력 부족보다는 다른 대상으로 이유를 옮겨 시험을 망친 이유를 찾으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한 사례는 소수일 뿐이다. 대다수의 1등급 멘토들은 징크스를 키우지 않는다. 그들은 대신 이렇게 말한다. “징크스 그건 먹는 건가요?”      


그만큼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시험 성적은 징크스처럼 별것도 아닌 요소에 의한 게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징크스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 징크스는 내가 비겁한 변명으로 만들어낸 허상이 아닌지 말이다. 내가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로 만들어진 실력이 충분하면 우리는 징크스 따위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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