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핵심은 이해와 암기다. 90% 이해를 바탕으로 10% 암기 비율로 공부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오해하고, 10%의 암기를 간과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암기는 공부에서 필수요소다. 필수요소가 빠지면 완전 학습은 될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암기를 잘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공부를 ‘이해-정리-암기’라고도 한다. 수능 만점자와 1등급 멘토들도 정리 과정 없이 전체를 다 암기하는 경우는 없다. 즉, 그들은 모두 자신이 공부한 걸 정리하는 개념노트를 만든다는 말이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외울 건 많은 데다가 우리의 뇌도 모든 걸 기억할 수 없기에 그렇다.
《의대생 공부법》에서도 노트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봤다. 첫째는 나의 언어로 이해하기 위해서고, 둘째는 여러 곳에 있는 정보를 단권화하여 시험 직전에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한 마디로 내가 배운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이다.
플래너 작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지만, 개념노트를 작성할 때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노트 정리가 ‘공부를 위한 정리’인지 아니면 ‘정리를 위한 공부’인지 명확히 구분하라는 것이다. 당연히 전자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예쁘게 노트 정리를 하기 위해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신이 노트 정리를 하는 목적이 맞는지 아닌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딱 한 가지만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중에 내가 이 노트를 여러 번 활용해서 볼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노트 정리를 해야 하는지 아닌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능 만점자인 《1페이지 공부법》의 저자도 처음엔 노트 정리를 잘해서 칭찬도 받고 기분이 좋았는데, 목적이 전도되어 쓸데없는 내용까지 추가하며 노트 정리에 힘을 쏟는 자신을 보며 방법을 바꿨다고 했다. 불필요한 정리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 덕분에 노트 정리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 1페이지에 정리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처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한 건 맞지만,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걸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개념노트 정리는 왜 필요한지 알아봤다. 지금부터는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암기를 하기 위해 노트 정리를 해야 하는지 살펴보도록 할 예정이다. 시간도 단축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는 방법들이 있으니 잘 따라 해 보길 바란다.
*** 어떻게(how) 개념노트를 정리해야 할까?
* 가장 먼저 목차를 확인하라!
그동안 개념노트라는 걸 정리해본 적이 없었다면, 방법을 몰라서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막막한 기분이 들 것이다. 우선 위에서 언급했지만, 어떤 노트를 사용할 것인지보다 노트 정리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멘토의 경우에는 배운 내용을 모두 백지에 적는 방법을 썼고, 다른 멘토는 교과서에 추가로 필기하거나 색깔 펜으로 구분하여 키워드에 동그라미를 치는 방식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노트 정리의 본질은 바로 ‘핵심 내용’을 추려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게 핵심 내용일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를 예로 들어보자. 교과서를 포함하여 모든 책에는 맨 앞에 목차가 있다. 이 목차는 책 전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다시 말해, 핵심 요약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공부법 혹은 노트 정리법을 살펴보면, ‘목차 공부법’ 활용을 적극적으로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무조건 합격하는 공부만 한다》의 저자인 이윤규 변호사는 책을 보는 순서가 따로 있다고 말하면서 그때 가장 먼저 목차를 봐야 한다고 말했고, 심지어 항상 목차를 복사해서 늘 가지고 다녔다고 했다. 《0초 공부법》의 저자 우쓰데 마사미도 목차를 보고 전체상을 파악하라며 목차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수능 만점자든, 1등급 멘토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노트 정리의 달인은 목차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만일 목차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내가 공부할 내용, 즉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공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노트 정리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작업이라 볼 수 있다.
사람의 뇌는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기존의 지식의 틀(스키마)과 연결 짓는다. 그렇게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끼면 장기기억으로 남긴다. 목차를 먼저 공부하는 이유는 이와 같다. 목차를 익힌 후에 거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학습하면, 목차에 나왔던 키워드와 비슷한 내용을 서로 연결 짓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 그러니 목차를 가장 먼저 봐야겠다는 생각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중요한 것과 모르는 것만 남겨라
노트 정리를 하면서 지치거나 공부에 실패하는 이유는 완벽히 정리하려는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모든 정보를 머릿속에 담아낼 수 없다. 그래서 목차 공부법에서 말한 것처럼 무엇이 더 중요한지 구분하고,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기억해야 하는 거다. 시험에서도 중요한 거 위주로 출제되기 때문에 시험 때 마지막까지 볼 노트에는 중요한 것만 남겨야 한다.
그런데 이미 목차를 보면서 노트 정리했다면,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목차에 있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중요한 내용을 추가하며 정리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N회독 공부를 진행하며 노트에 정리한 내용도 점차 간소화되어야 한다. 노트 정리의 최종 목적은 시험 당일 10분 동안 내가 꼭 봐야 할 내용만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한 내용을 반복하며 암기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것이 안 된 내용 중심으로 노트에 남겨두는 것이다. 이것도 다시 키워드만 추려서 정리하려면 시간이 드니까 여러 방법을 이용해서 최종적으로 볼 키워드만 남겨둬야 한다. 이 부분은 색깔 펜 활용법에 관해 이야기할 때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중요한 건 노트 정리한 내용을 공부하면서 모르는 내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해에서 암기 단계로 넘어와 완전 학습으로 가는 방법이다. 노트 정리는 그 중간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암기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대한 간략히 정리하라
우리가 ‘7+9=16’이라는 수학 기호를 사용하지 않고, ‘칠 더하기 구는 십육’이라고 다 쓰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은 이렇게 쓰는 게 비효율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수학 공식도 그렇고 화학식도 그렇고 간략한 기호만 사용해도 충분히 이해를 도울 수 있다. 게다가 시간도 단축할 수 있어서 매우 효율적이다.
이런 효율적인 방법을 그대로 노트 정리에 활용하면 된다. 1등급 멘토들의 노트 정리법을 요약해보면 아래 4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글자를 줄이고 최대한 기호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O, X’와 같은 표시로 말을 줄이거나, 화살표를 활용해서 상하좌우의 상태를 표시할 수 있다.
ex) 건강 식습관: 채식 O, 육식 X / 물 O, 탄산음료 X
ex) 인플레이션: 화폐가치↓, 물가↑, 실업↑
둘째, 문장 전체보다는 단어 위주로 적는다. 이때는 주로 명사형(한자어)을 사용하면 된다.
ex)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잠을 충분히 자야 많이 생긴다. (X)
→ 행복 호르몬(세로토닌): 잠 충분 → 생성多 (O)
셋째, 암기해야 할 중요한 단어는 굵고 진하게 쓴다. 혹은 밑줄을 긋는다. 이는 뇌에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ex) 임진왜란은 1592년에 시작됐고,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조선 전기와 후기로 나뉜다. (X)
→ 임진왜란 1592년 시작 - 조선 전기/후기 나뉨. (O)
넷째, 필요에 따라 그림, 도표, 그래프 등을 활용한다. 때로는 글보다 시각자료가 더 이해하기 쉽다. 특히 무언가 비교할 때는 표가 훨씬 보기 좋다.
ex) 태풍, 허리케인, 싸이클론, 토네이도 구분
*** 노트 정리는 무엇(what)에 도움이 되는가?
이미 왜(why) 노트 정리하고, 어떻게(how) 노트 정리해야 하는지 알아보며 그 효과를 확인했다. 다시 한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할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한 데, 노트 정리를 통해 암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언어로 간소화하여 정리했기에 이해가 빠르고, 여러 정보를 하나로 모아 둘 수 있어서 여러 책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과 모르는 것 위주로 핵심만 모아서 불필요한 내용을 공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계속 강조했지만, 인간은 컴퓨터처럼 모든 것을 다 머릿속에 담을 수 없다. 뇌의 기억 공간은 무한하다고 하지만, 실제 우리의 기억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뇌는 효율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하면 기억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기억으로 남겨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노트 정리는 뇌의 기능을 최대로 활용한 공부법이라 할 수 있다.
끝으로, 1등급 멘토들은 이렇게 증언한다. 개념노트 정리 혹은 1페이지 정리는 심리적 안정을 준다고 한다. 시험 날까지 공부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은 지우고, 모르는 거만 남겨두면서 완전 학습을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만점 혹은 1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완전 학습은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그들은 완전 학습의 한 방법으로 ‘정리’ 과정을 꼭 거친다. 이 점을 명심하고 앞으로는 효율적인 개념노트 정리를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