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1등급 공부법: 기술편
*** 오답 노트는 꼭 해야 하나요?
학생들 사이에서는 시험이 끝나고 오답 노트를 만드느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의견 차이는 각 학생의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시험 문제를 별로 틀리지 않은 학생의 경우에는 오답 노트를 작성하는 시간에 대한 부담이 적다. 반면에 많이 틀리는 학생은 시간적, 물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에 그런 거 같다.
1등급 혹은 만점을 목표로 하는 멘토들은 위의 상황에서 전자에 해당하니 대부분 오답 노트를 작성한다. 그리고 오답 노트가 필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잠시 후 공통적인 특징을 설명할 때 하도록 하겠다. 반면, 오답 노트 정리를 많이 해야 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다양한 상황이 펼쳐진다.
아무리 처음에 의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문제를 너무 많이 틀려서 오답 노트 양이 많으면 중간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시험을 망쳤기 때문에 다시 쳐다보기가 싫어서 오답 노트를 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답 노트 작성 실패의 원인은 지쳐서 그만두거나,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성적 향상을 위해서 꿋꿋하게 오답 노트를 정리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도 한다. 그런 경우 틀린 문제를 찾아서 정리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물리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고생 끝에 보상을 받게 된다. 쉽게 말해, 성적 향상이 된다는 말이다.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하면서 공부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메타 인지라는 것이고, 주어진 시간 안에 공부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오답 노트는 어떻게 하는 건지 1등급 멘토들의 비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 1등급 멘토들의 오답 노트(점검 노트) 비법
오답 노트를 작성하는 방법이 다양해서 어떻게 하면 공통점을 잘 요약해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수십 명의 1등급 멘토들과 수십 권의 공부법 책에 나오는 오답 노트 비법을 정리해보니 결국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시험 문제를 왜 틀렸는지 분석하며 외적 요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둘째는 시험 문제에 나온 내용에서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틀린 유형은 무엇인지, 풀이 과정이 맞는지 등 시험 내적 요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셋째는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등 부수적인 요소를 확인하는 것이다. 차근차근 각각의 방법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 왜 틀렸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라
보통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정말 몰라서 틀렸거나 혹은 고민하다가 헷갈려서 틀렸을 때 2가지 경우로 구분한다. 그런데 1등급 멘토들은 여기에 한 가지 경우를 더 추가한다. 그것은 바로 맞히기는 했지만, 찍어서 맞힌 문제도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거다. 찍어서 맞힌 건 몰랐거나 헷갈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결국 위의 두 사례에 해당한다.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 첫 번째는 이렇게 자신이 틀린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별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오답 노트는 의미가 없다. 가장 미련한 짓은 오답 노트를 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무분별하게 맞힌 거 틀린 거 구분 없이 무식하게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오답 노트할 문제를 고를 때는 전체 문제를 살펴봐야 하지만, 최종적으로 선택할 때는 위의 3가지 고려사항을 꼭 잊지 않고 적용해야 한다. 오답 노트에 들어갈 내용으로 따로 선정하지는 않지만, 맞힌 문제 중에서도 자신이 잘못 해석한 선지나 내용은 없는지도 해설지를 통해 꼭 확인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신이 모르는 내용이라서 틀렸는지 확인
2. 헷갈려서(실수, 착각) 틀렸는지 확인
3. 몰라서 찍었는데 운 좋게 맞혔는지 확인
4. 위의 과정을 모두 실행 후 오답 노트에 정리할 문제 최종 선택
* 선택한 문제의 개념 및 유형 분석
오답 노트에 정리할 문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개념이나 문제 유형에 따른 출제자의 의도 파악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문제마다 출제자가 요구하는 게 분명히 있다. 따라서 우선은 문제에 나온 개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과목을 망라하여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념이기 때문이다. 모르는 개념이 시험에 나오면 틀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시험 후에는 모르는 개념을 꼭 정리해야 다음 시험에서는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개념에 관한 공부 다음으로는 시험 문제 유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내용을 몰라서 틀릴 수도 있지만, 시험 문제 유형에 익숙하지 않아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모를 때 틀리기 때문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문제 유형에 따라 답을 찾는 과정을 모르면 잘못된 답을 고를 수도 있다. 출제자가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답이 아닌 다른 걸 고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부와 시험공부는 또 다르다는 말이 있다. 그 말은 시험마다 요구하는 지식도 다르고, 시험 유형(객관식, 주관식 등)이 달라서 따로 전략적으로 준비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수능 시험이든, 공무원 시험이든, 변호사 시험이든 시험에 나오는 문제 유형이 달라서 준비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심지어 수능 시험 안에도 여러 영역이 있고, 영역 안에서도 과목마다 공부하는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그러니 시험이 끝나고 나면 오답 노트도 과목별로 내용을 따로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오답 노트를 정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면, 해설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해설지에는 문제에 적용된 개념, 성취기준, 정답과 오답 선지에 대한 해설, 문제 풀이 과정 등 핵심 정보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부족한 개념이라고 판단하면, 개념서를 찾아서 개념노트 정리를 따로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해설지를 보며 문제에 적용된 개념(용어) 확인
2. 필요한 경우 개념(용어) 노트 정리
3. 틀린 문제 유형을 확인 후 문제 풀이 전략 연구
4. 정답과 오답의 이유 찾기(자신이 생각한 부분과 다른 점 비교)
* 시험 감정 기록 및 공부 계획 세우기 (점검 노트)
1등급 멘토들은 이 세 번째 단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일 플래너를 쓰며 하는 행동이기도 해서 습관처럼 오답 노트 어딘가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는다. 그들에게는 오답 노트의 가장 큰 목적은 자신이 시험을 보면서 잘못한 부분을 반성하고 다음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일 시험을 보며 경험한 것을 최대한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 오답 노트 작성을 절대로 다음 날로 넘기지 않는다. 아무리 똑똑하다고 해도 사람의 기억은 하루가 지나면 사라지는 법. 그 사실을 알기에 시험이 끝난 날에 바로 정리한다. 물론 내신 시험 기간의 경우에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시험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정리하는 멘토들도 더러 있다.
이 단계를 ‘점검 노트’라 부르는 유가연 멘토는 자신이 겪은 시험 날 상황을 일기처럼 자세히 적었다. 실제 노트를 구매한 건 아니었고, 플래너에 붙이기 위해 A4용지를 세로 방향으로 접어서 반으로 잘라 썼다. 그리고 과목별 반성할 점과 시험 끝난 후의 공부 계획을 썼다. 다음은 유가연 멘토가 썼던 점검 노트 예시다.
<과목별 반성>
1. 국어
OOO 선생님 과목에서 많이 틀렸다. 고전 시가 쪽에 취약하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평소 실력으로 인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고전 시가 문제를 더 많이 풀어보아야겠다. 한자성어 문제도 틀렸는데, 흔한 모의고사, 수능 출제 유형이므로 한자성어는 꼭 따로 복습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2. 영어
2문제는 실수, 2문제는 몰라서 틀렸다. 실수 2문제는 영어 공부를 꼼꼼히 안 한 탓이다. 몰라서 틀린 2문제는 모두 문법이었는데, 하... 학교 선생님이 정리해주신 문법 프린터를 매우 꼼꼼히 봐야겠다.
3. 심화영어
100점! 다음에도 100점 기원!
4. 수학
점수가 너무 안 나와서 뒷면에 따로 정리함.
5. 과학
공부했는데도 그렇게 잘 나오진 않았다. 과학은 개념이 어려운데 수업 시간에만 의존해서 공부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다음엔 인강을 들어서 부족한 개념을 보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6. 한국사
100점! (좀 운이 좋았지만) 다음에는 문화재 파트도 교과서로 꼼꼼히 다지자!
7. 일본어
97.3점! 역대 최고 점수다! 한 문제는 공부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순전히 실력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일본어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탓이다.
8. 국제경제
많이 틀렸다. 많이 공부 안 한 건 사실이다. 수준 있는 문제를 다음엔 좀 더 풀어봐야겠다. 물론 개념도 철저히!
<시험 끝난 후의 공부 계획>
1. 수학 부교재&학원 숙제
2. 국어 ‘문학 개념어’ 문제집 계속 풀기
3. 영어 어휘 경시대회 준비
* 2학기 중간고사는 기나긴 추석 연휴가 껴있다. 너무 무리해서 장거리 레이스에 지치기보다는 공부할 시간을 정해놓고 집중해서 끝낸 후 쉬는 방식으로 공부하자!
*** 마무리하며...
플래너, 개념노트, 색깔 펜 활용법에서 계속 강조한 내용이지만, 오답 노트도 모양이나 크기에 너무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틀리는 문제가 많다면 처음부터 전체를 다 하려고 하면 중간에 포기하게 될 테니 필요한 부분 중심으로 정리를 하도록 하자. 나중에 점점 공부를 잘하게 되고, 틀리는 문제도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오답 노트에 적는 내용도 적어질 것이다.
공부는 항상 그런 식이다. 처음엔 모르는 게 많아서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지만 조금씩 아는 것도 많아지고 실력이 향상되면 될수록 시간이 단축된다. 공부 가속도가 붙어서 더 앞으로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1등급 멘토들도 처음부터 공부를 다 잘한 건 아니다.
그들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항상 다음 단계의 목표를 세워서 앞으로 나아갔기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점을 잊지 말고, 오답 노트 활용법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효율적으로 적용하여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