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야 할 일 vs. 하고 싶은 일

1. 왜(why) 루틴인가? (루틴의 힘)

by 신영환

우리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까? 힘들고 재미없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어린 시절처럼 마냥 놀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물론 학생이니까 공부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려운 수학을 굳이 왜 배워야 하는지, 나는 영어를 쓰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데 영어는 왜 배워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10여 년 전 일이지만 한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 33%는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괴로워한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수험생들은 대학입시 스트레스가 어마 무시하다. 해야 하니까 하면서도 힘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다행히도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과목 선택에 대한 폭이 커져서 자유로운 느낌이 있다. 그래도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요 과목은 필수로 해야 하기에 부담이 큰 것이다. 필수라는 말은 곧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가 된다. 소위 10개 주요 대학이라는 곳에서도 수능 최저를 제시할 때 시험 결과 중 최소한 국어나 수학 둘 중에 하나는 꼭 반영하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생들이 해야 할 공부와 하고 싶은 공부 사이에서 항상 갈등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좋아해서 역사학과에 진학하고 싶어도 필수 과목을 공부하지 않으면 실제 역사학과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막말로 수학이 싫으면 그만두고 안 하면 될 텐데 교육과정 및 입시제도상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서울대 수석은 이렇게 공부합니다》를 쓴 김태훈 작가는 책의 1/3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과목별 공부하는 이유를 찾았다. 국어는 모든 과목의 성적을 결정하고, 영어는 삶의 무대를 세계로 넓혀주고, 수학은 풀기 어려운 문제를 쉽게 바꿔준다고 했다. 과학은 모든 과목 공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사회는 내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했다. 이 외에도 도덕,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그리고 금융까지 언급하면서 우리가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게끔 이야기를 풀어갔다.


공부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자세히 탐구한 것에 대한 이유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유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우리는 할 수밖에 없다. 공부와 별개이기는 하지만, 직장이 있으면 일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으면 길러야 하고, 원초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사실 어릴 때는 생각 없이 그냥 부모가 이끌어 주는 대로 따라가거나 마냥 숨만 쉬면서 놀기만 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는 상황에 놓인다. 아무리 싫은 일이라고 해도 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 몸은 저절로 움직인다. 그렇지 않다면 몸이든 정신이든 어딘가 아픈 거니까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앞서 프롤로그에서 나의 아침 일상을 그리며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내가 만든 루틴으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자동적으로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일이 항상 있기에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루틴을 만들어서 생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면, 아침을 못 먹거나 화장실을 못 가거나 씻지 못하거나 무언가 불편한 일이 생겨서 하루 시작부터 출발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는 교사라서 지치고 힘들어도 쉬지 못하고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일주일 동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수업 준비도 필수다. 만일 수업을 준비하지 못해서 수업 진행을 할 수 없다면 나는 교사로서 자격이 없어진다. 그래서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다른 많은 행정업무도 미리미리 끝내야 한다.


담임교사의 경우에는 학생과 상담도 진행해야 한다. 나도 처음엔 교사는 수업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할 일이 다양하고 많아서 식은땀을 흘릴 때가 많았다. 그런데 모두 안 하면 안 되고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일과 시간 안에 그 모든 걸 끝내지 못하면 야근해야만 한다. 그러면 밤늦게까지 몸도 피곤하고, 집에 가서 육아와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된다.


가끔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업무가 많아서 힘들 때면, 가끔 상상하며 희망해본다. 수업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수업도 아이들 성적과 상관없이 흥미와 재미 위주로 진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집에서도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육아와 집안일을 할 때면, 내가 좋아하는 독서와 글쓰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끔씩 그렇게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사실 그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에 어떻게 하면 해야 할 일에 쫓기는 신세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오랜 시간 고민 끝에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해놓자.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더니 조금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은 빨리 끝내 놓고 남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말이다.


《해빗》이라는 책에서는 우리의 삶의 43%가 습관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 습관을 더 늘리기로 했다. 해야 할 일이 일과에서 50%가 넘어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해보겠다. 다만 실제 그렇게 루틴을 만들어 낸 결과 하루를 3개의 파트로 나눠서 살게 되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사로서, 저녁에는 집안의 남편이자 아빠로서, 밤 9시 이후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지금까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은 공부하는 수험생들도 루틴의 힘과 효능을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분명 공부가 어렵고, 힘들고, 싫을 것이다. 특히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데 해야 하는 공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학생으로서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 그것이 대학을 준비하는 입시 공부든, 취업을 준비하는 기술 공부든 모든 게 다 공부라는 것이다.


인생을 조금 멀리 바라보며 고등학교 3년의 생활을 해야 할 공부를 하는 시기로 보고, 나머지 인생은 조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시기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지금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 공부 루틴화를 통해 최대의 효율을 끌어내어 20대의 시작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혹은 눈앞에 보이는 일상으로 바꾸어 생각해보자. 공부하면서 분명 지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일에는 쉬지 않고 공부하고 주말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혹은 하루 중 낮부터 저녁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10시부터 2시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야 할 일은 루틴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며 끝내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라는 말이다.


루틴과 관련된 책에서 공통적으로 루틴의 효능에 대해서 말한다. 특히 좋은 루틴을 설계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고 루틴을 잘 형성하라고 한다. 또한 루틴은 특별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생각 없이 해야 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한다. 하기 싫을 때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게 만든다.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인 도스토예스키는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4대 성인 중 한 명인 중국의 공자도 ‘타고난 본성은 비슷하지만, 습관에 의해서 달라진다.’고 했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도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참고로 이 책에서는 루틴과 습관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볼 것이다. 그러니 너무 어휘 쓰임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양한 루틴(습관)의 효능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롤로그: 우리의 삶은 습관으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