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why) 루틴인가? (루틴의 힘)
양궁에서 과녁의 노란색 부분을 맞히기 위해서는 우선 양궁장으로 이동해야 하고 활을 들고 당겨야 한다. 높은 산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도 산 입구까지 먼저 가야 하고 계속 올라가야 꼭대기에 오를 수 있다. 그런데 만일 목표만 정하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목표가 높고 좋다고 해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공부할 때 목표를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목표만 세우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것이고, 그다음으로 안타까운 건 계획은 열심히 세우는데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다.
공부 방법을 연구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목표도 명확하게 세웠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생각보다 실천하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책상에 앉기까지가 매우 어렵다. 거실에서 쉬고 있다면,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방에 들어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귀차니즘이 발동된 셈이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책상에 앉았는데, 집중이 되지 않아서 휴대폰 잠깐만 봐야지 하고 폰을 막 들었는데, 부모님이 과일을 들고 방에 들어오신다. 부모님은 휴대폰을 들고 있는 내 모습만 보고 오해하고 한 마디를 던지신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또 휴대폰 만지는 거야?!” 나는 분명 막 공부할 참이었는데, 잠깐 휴대폰을 든 것뿐인데, 막상 아무것도 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 억울하다. 기분이 안 좋아지니 하려고 했던 공부도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 시나리오는 누구든지 한 번쯤 겪어본 상황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공부 목표를 세운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항상 이런 식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도 발생하면 목표를 이루기는커녕 상황만 더 악화된다. 그래서 목표가 아무리 좋아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혹시 도미노의 원리를 알고 있는가? 도미노는 처음에는 작더라도 점점 큰 순서대로 밀어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심지어 다음 도미노가 1.5배 크더라도 밀수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원씽》에서는 샌프란시스코 과학관의 한 물리학자의 합판을 이용한 실험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5cm의 도미노가 8번째에는 90cm가 되며, 23번째 도미노는 에펠탑보다 크고, 31번째 도미노는 에베레스트보다 900m가 더 높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등비수열이 계속된다면 57번째 도미노는 지구에서 달까지 다리를 놓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것은 기하급수 원리 혹은 나비효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실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면서 놓이게 되는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이제 이것을 공부하는 수험생의 상황에 대입해보자. 요즘에는 공부에 방해될만한 요소가 많다. 특히 가장 공부에 많은 영향을 주는 건 휴대폰 사용이다. 최근(2021년 기준) 뉴스를 보면 평균적으로 하루에 2시간 이상 중고등학교들이 휴대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수치도 평균 치니까 일부 학생의 경우에는 2시간 이상으로 더 많이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학생들은 휴대폰 사용을 많이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는 시간 외에는 자신이 원한다면 항상 사용 가능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물론 일부 학교에서는 일과 중에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방과 후 집에서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 하루 2시간은 충분히 채울 듯하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거창한 목표를 세웠는데 막상 공부보다는 휴대폰을 하는 시간이 더 많다면 이를 역으로 이용해볼 필요가 있다. 즉,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나 환경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중에는 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폴더폰을 일부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은 여러 기능이 있어서 언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서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화나 문자 하는 일 말고는 휴대폰을 쓸 일이 없어지니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수업 시간에는 수업을 듣고, 자습 시간에는 자습을 하고, 주어진 상황에 맞게 계속 공부를 하면 된다. 공부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면, 그 외에 대해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휴대폰 통제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과 비슷하게 공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례도 있다. 집에 가면 침대에 눕고 싶고, 거실에서 뒹굴고 싶고, 컴퓨터로 인터넷도 하고 싶고 공부를 방해하고 쉬고 놀도록 유혹하는 요소가 많다. 그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일부러 매일 학교에 남아서 야간자습을 하고, 심지어 주말에도 학교 도서관에 나와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있다.
공부하는 게 귀찮고 싫었던 학생들은 이렇게 공부 환경을 만들면서 상황을 통제하여 지속적으로 공부 습관을 들일 수 있었다. 학교에 남아서 할 수 있는 게 공부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공부를 하겠다는 의지가 기본으로 장착되어야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공부에 대한 관심이 있을 테니 지금 하는 이야기가 공감이 되리라 믿는다.
마케팅 전략으로 대형마트 입구에 들어서면 과일 판매대와 야채 판매대가 위치해 있다. 이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유통업체의 전략이다. 과일과 야채 판매대는 비교적 높이가 낮아 멀리 있는 상품들도 잘 보이게 한다. 이는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만든다. 또한 색상이 선명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종류별 혹은 색상별로 비치해 구매를 편리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상품 배치에도 전략이 숨어있다. 인기상품이나 주력상품은 주로 오른쪽과 판매대 3~4단에 위치해 있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판매대 3~4단은 소비자 시선이 가장 자연스럽게 가는 위치로 편하게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사람의 시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어 오른쪽에 비치할 경우 더 오랜 시간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장을 돌아다니려면 반시계 방향으로 움직이게 돼 있다.
끝으로, 계산대 앞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미처 사지 못했을 법한 상품을 진열하면서 구매 욕구를 추가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물건도 막상 눈앞에 놓이는 상황이 되면 우리는 소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이런 점을 살려서 공부에 대입하면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지런하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습관을 만들 때도 ‘상황’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 나는 수요일이면 분리수거를 하러 나갈 때 일부러 운동 복장을 갖추고 나간다. 집 밖에까지 나가는 게 귀찮고 힘들지만, 막상 나가면 걷게 되고 그렇게 산책 시간을 즐기게 되기 때문이다.
소비 통장에도 한 달에 쓸 돈만 넣고 체크카드를 이용하면 그 이상 돈을 안 쓰게 된다. 반대로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엔 자신이 얼마를 쓰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이 돈을 쓰게 된다. 어떻게 보면 신용카드도 소비자가 소비를 더 하도록 만든 시스템이자 상황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교사이자 어린이 문학 전문가인 메건 데일리가 쓴 《독자 기르는 법》에서는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기르게 하려면 거실에 눈에 잘 띄게 책장을 두거나 책을 비치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책을 읽은 아내는 거실에 아이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꾸었다. 그러자 집에 변화가 생겼다.
책을 가끔 읽어 달라고 했던 아이들이 눈앞에 책이 항상 놓여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책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한다. 심지어 밥 먹을 때도 책을 가지고 와서 난감했으나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이니 그렇게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목표가 있다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가 저절로 행동하게 만드는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루틴의 힘은 이런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통제할 수 있을 때 발휘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앞서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이 저절로 나올 수 있도록 어떤 상황이나 환경을 만들지도 함께 고민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