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why) 루틴인가? (루틴의 힘)
습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다. 나태함과 게으름도 당장 나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내 삶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일 이미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때는 늦은 것이다. 암세포가 퍼져서 고통이 느껴지면 이미 되돌리기엔 늦은 것처럼 나태함에 빠진 경우도 그렇게 느끼는 순간 이미 피해를 입은 후이기 때문이다.
습관과 루틴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왜 나태함을 언급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다름 아니라 나태함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나쁜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 습관이 고착되면 파란만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게다가 나태함처럼 고질적인 습관은 쉽게 고치기도 어렵다. 큰 변화가 있지 않는다면 말이다.
나태함은 인스턴트 음식이나 초콜릿처럼 한번 중독되면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맛이다. 하나만 더 먹어야지 생각하고서 먹고 나면 두 개만, 두 개가 아니라, 그냥 다 먹어 버리게 되듯이 매일매일 나태함과 어울리다 보면 그런 시간이 쌓여 어느새 나태함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무감각해진다.
그리고 그 나태함은 무기력으로 이어지고, 무기력한 생활이 계속되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과장해서 표현해보자면, 아무런 의미 없이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이런 부정적인 연쇄반응 과정을 살펴보면, 좋지 못한 루틴의 힘도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항상 바쁘다고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 바쁘니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그 사람들은 오히려 루틴 없이 무질서한 삶을 살아가는 나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질서(disorder)는 루틴(routine)과는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한 삶을 살고 있다면, 정해진 시간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상태와 같다.
참고로 무질서와 착각하면 안 될 것이 있다. 똑똑한 게으름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은 루틴이 있다는 점이다. 비록 평소와 다른 루틴이 없는 하루를 보냈다고 해서 무조건 나태하게 하루를 보냈다고 볼 수 없다. 평소에 루틴대로 열심히 살아오다가 휴식을 위한 큰 틀에서의 또 하나의 루틴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도 어찌 보면 습관이다. 오랜 시간 새롭게 마음먹은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태함이라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루틴의 힘을 모르고 무질서한 삶을 살다 보니 항상 분주하게 지내는 삶에 갇히게 된다. 따라서 지치고 지쳐 ‘번아웃’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더는 일도 공부도 모두 하기 싫어진다.
이런 상태는 마치 사회에서 나타나는 아노미(anomie) 현상이 아닌가 싶다. 아노미 현상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 기준이나 질서가 상실되고 새로운 질서나 가치 기준이 확립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즉 사회적 기준이나 규범, 가치관을 상실하여 정신적인 혼란이 계속되는 상태다. 다만 그 범주가 한 명이라는 개인으로 옮겨서 생각해보면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뭐든지 열심히 하면서 사는 게 옳다고 생각하며 분주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 소모가 심한 삶으로 인해 번아웃이 오고, 그 삶에 지쳐서 자신이 겪는 삶의 가치에 대해 의문점을 갖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특히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 없는 삶에 대해 가치 혼란이 올 것이다. 아마도 굳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후회도 할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던 수험생도 마찬가지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이 수험생도 번아웃 증후군으로 인해 점점 삶이 무너져 나태함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나태함은 ‘무기력’ 증상과도 같을 수 있다. 교육심리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을 일컬어 ‘학습된 무기력’이 왔다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자신이 목표로 하는 일을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미국 소설가이자 평론가 플로이드 델은 ‘게으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즉 게으르고 나태한 삶이란 루틴과 질서가 없는 삶이란 말이다. 나태함은 방향성이 없어 마음의 에너지가 분산된 상태를 말한다. 또한 나태하다는 것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내일이 되면 다시 다음 날로 할 일을 미루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혹은 나는 지금 나태함에 빠진 게 아닌지 점검해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게으름과 나태함을 가장 쉽게 알아차리는 있는 방법이 있다. 자신의 체중과 체형이 혹시 변화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만일 몸이 무거워졌다면 그 무게와 비례하게 행동하는 의욕도 같이 무거워졌을 것이다. 이에 따라 삶도 더 무거운 삶을 살게 된다. 귀찮음과 편안함이란 과실로 인해 불어난 몸은 더더욱 그 과실을 원하고 악순환의 고리가 그렇게 시작된다.
사실 루틴을 철저히 지키며 살아가는 나조차도 가끔은 번아웃이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루 정도 충분하게 잘 쉬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오면 성공인데, 간혹 너무 몸과 마음이 지쳐서 일주일 동안 좋은 루틴을 깨고, 좋지 못한 루틴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었다.
밥을 먹자마자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 영상을 보는 일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그게 1시간, 2시간, 3시간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 일주일 동안 반복되면 바로 ‘나태함’이라는 블랙홀에 빠지게 된다.
일주일이면 다행인데 그 이상 상황이 지속하면 심신 건강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코로나 블루로 몇 달 동안 이 삶을 지속했더니 몸무게 10kg이나 늘고, 체형은 외계인 E.T처럼 변했다. 축 처지고 늘어진 배를 보며 우울한 감정도 같이 생겨서 삶에 대한 의욕도 함께 사라졌다.
다행히 여러 노력 끝에 다시 천천히 루틴을 하나씩 만들어가며 지금의 상태가 되었지만,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나태함과 무기력증 그리고 우울함까지 조용히 삶을 갉아먹는 나쁜 습관이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가진 나쁜 습관도 결국은 습관이자 삶의 루틴이 된다. 그래서 좋은 루틴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눈뜨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부터 잠자리에 들 때 하는 행동까지 우리가 만들어가는 루틴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는 의미다.
한 예로, 침대 정리는 1분도 안 걸리지만, 하루를 깔끔한 기분으로 시작하게 해 준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성공의 요인 중 하나로 아침에 침대 정리를 꼽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별거가 아닌 일도 우리 삶에 하나씩 쌓여서 계속 영향을 준다. 그러니 나쁜 습관이 아무리 작은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영향은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유머로 ‘그거 먹는 건가요?’라는 표현은 자신이 잘 모르는 이야기할 때 혹은 나랑은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 쓴다. 혹시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나태함, 그거 먹는 건가요?’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습관 중 하나인 나태함은 루틴을 잘 지키는 사람들에게는 모르는 영역일 테니 말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포드는 ‘산업혁명의 가장 큰 핵심적인 기계장치는 증기기관차가 아니라 시계’라고 말했다. 시계의 발명으로 인해 정확한 시간 관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 관리가 유리한 상황이니 루틴의 힘을 더 길러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는 ‘시간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나쁜 습관이라도 시간 관리를 통한 좋은 습관으로 바꾼다면 나태함 없이 일이든 공부든 성공적인 결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이렇게까지 루틴의 중요성과 그 효과에 관해 이야기했는데도 혹시 아직 루틴의 힘을 믿지 못하겠는가? 만일 그렇다면, 자신의 나태함에 대해 합리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는 합리화로 가득한 나태함은 던져버리고 좋은 루틴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