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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Sep 13. 2023

열 둘. 스페인 / 누드비치에서 옷입고 다니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오게 된 단 하나의 이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우와앗! 한국음식이다!!!!"

동현이가 어쩐일로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씻고, 옷을 갈아입길래 신기하게 봤더니 "한국 음식 냄새가 너무 좋아서 저절로 눈이 떠졌어"란다.


한인민박 '올레 바르셀로나'에서는 매일 아침 8시 30분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푸짐하고 정갈한 한국밥상. 전날 인사를 못한 사람들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전날 바로 들어가 자버려서 조금 어색했는데, 사람들이 내가 등장(!)하니 먼저 인사를 해주신다. 알고보니, 어제 내가 먼저 잠든사이에 동현이가 이들과 함께 상그리아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동현이는 이미 이곳의 사람들과 친해져서 농담도 주고받고, 영국과 프랑스 다녀온 이야기도 재미나게 한다. 나에게는 '남매가 같이 다니기 쉽지 않은데 신기하다', '퇴직금을 털어서 왔다는 이야기 들었다. 대단하다'고 말해주신다. 이녀석이 별걸 다 말했네. 부끄러워서 밥만 열심히 먹었다.  



▶돼지갈비찜과 콩나물국. 동현이가 좋아하는 깍두기까지 있는 밥상에 동현이는 환호성을 내질렀다.

  

“내가 정말 보고 싶던 곳이었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 가족성당)>. 내가 대단한 신자도 아니고(참고로 난 무교), 건축에 대한 엄청난 지식도 없지만, 그냥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냥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이유는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네. 미스테리) 성당 입구에서부터 그 웅장함에 압도 되고, 꼭대기 탑부터 천천히 내려오면서 본 바깥의 모습과 성당의 내부,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성당의 매혹적인 외관에 푹 빠져버렸다.(무려 3시간 넘게 둘러보았다.)동현이도 연신 감탄을 하면서 ‘이유는 모르겠는데, 여기는 그냥 굉장히 멋진 곳이야’라고 감상평을 남겼다.  



▶아침 10시에 입장예약을 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이는 오른쪽 탑(탄생의 파사드)에 오르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탄생의 파사드Tower on the Nativity facade'정상에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줄을 섰다. 고난의 파사드와 탄생의 파사드 사이에서 갈등 했지만... 두 탑의 구조가 같다는 것, 그리고 탄생의 파사드가 가우디가 직접 참여한 곳이라는 정보에 '탄생의 파사드'로 예약했다. 엘리베이터 정원은 5명. 안내양이 함께 동승한다. 우리는 독일에서 온 노부부와 함께 탔는데, 안내원이 우리들에게 영어할 줄 아냐고 물었고, 우리는 모두 해맑게 'NOOOOOO~'라고 했더니, 안내원도 '자기도 할 줄 모른다'면서 '저도 독일어랑 한국어 몰라요'라고 싱긋.



▶탄생의 파사드로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 예약시간 10분 전에 도착하면 티켓확인 후 안내해준다.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티켓. 나는 '소쿠리 패스'를 이용했다. 오른쪽 상단의 QR코드가 훼손되면 안되니 주의하도록 한다.
  

'탄생의 파사드'에 올라가 바깥을 보니 후덜덜 거린다. 층수로 감도 오지 않는다. 엄청난 높이. 바깥을 감히 볼 엄두도 안난다. 복도도 성인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만하다. 저절로 수행이 될 것 같다.  



▶꼭대기에서 절반쯤 내려오니, 이제야 바깥쪽을 마구 볼 용기가 난다. 하지만 손은 주먹 꾸욱- 



▶더 내려오니, 테라스까지 나와서 사진도 열심히 찍는다. 새삼 탑의 위엄을 보고 얼어붙기도 했다.  

▶내려오는 계단. 모두 여기서 하나씩 찍던 재미난 사진. 나는 이 사진 찍다가 모르는 외국 꼬마랑 눈이 마주쳤다. 민망 *-_-*  


슬렁슬렁 내려오다 보면 어느덧 성당 내부로 다시 들어가게 된다.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웅장하고 장엄한 성당의 내부에 잠시나마 얼어붙었다. 수 많은 관광객이 있었지만, 소란스러운 사람들은 없었다. 모두들 이곳의 위엄에 압도된 것 같았다. 


"아름답다"라고 말하기에는 그 깊이가 너무 깊고, "장엄하다"고 하기에는 예술적인 면모가 무척이나 뛰어난 곳이었다. 혹시나, 누군가가 '바르셀로나에서 단 하나만 꼭 봐야 한다면?'이라고 물으면 주저않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단, 두 탑 중 하나를 보고 내려오는 것으로 해야합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서 '단 하나'만 보고 오라는 것은 가혹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는 촬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는 사람은 많이 없고, 모두들 눈으로 보기 바쁘다. 나 또한 몇몇 사진을 찍다가 '사진으로 찍고 나중에 보는건 어리석은 일이야!'라는 생각에 과감히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곳곳을 둘러보았다. 성당을 나오니 오후 1시. '우리가 여길 3시간동안 봤어?'라고 서로 놀랐다. 그 대단하다는 '루브르 박물관'도 3시간 봤는데.... 역시 이곳은 대단하다!





“누나, 여기 ‘누드비치’가 있어!”

아침에 지도를 유심히 보길래 뭔가 했더니, 동현이가 ‘의미심장하게’ 누드비치를 가자고 한다. 나 또한 호기심에 흔쾌히 ‘좋아!’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에 오면 꼭 간다는 바르셀로나 해변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우리는 패기 넘치게 걸어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더워서 길가다가 사먹은 폴라포 아이스크림. 프랑스 보다 50센트 정도 저렴했다.

▶▶동현이가 '있어보이게' 찍어달라그랬는데... 미안....
  

해변으로 내려가기를 20여분... 둘러둘러 구경하다보니 허기져서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물가가 비싸디 비싼 영국과 프랑스에 있다가 스페인에 오니 이곳의 모든 것이 저렴, 그 자체! 간만에 가격을 보지 않고 마음놓고 시켜먹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가는 길에 배고파서 들린 파에야 집. 음료 두 잔을 시켜놓고 사진 삼매경.

▶▶동현이는 스테이크. 손바닥 만한 소고기 스테이크에 계란 프라이 두 개, 감자튀김 한주먹 듬뿍이가 우리돈으로 6천원 선. 내가 시킨 파에야는 해산물과 고기 등이 잔뜩 들어가 있는것이었는데, 양이 2.5인분... 결국 절반 정도를 남겼다. (혼자 1.5인분 먹었다)  


스페인의 대표 음식인 '파에야'는 입맛에 잘 맞았다. 레몬을 살짝 뿌려먹으니 느끼한 맛도 없고, 밥은 푹 익혀서 먹자마자 바로 스르르 녹는다. 무엇보다 해산물이 어찌나 푸짐한지! 한치에 오징어, 새우, 홍합, 가리비 등등 온갖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있다.

▶해변 가는 길. 바르셀로나는 365일 중 360일이 날씨가 좋다고 한다. 이 날도 쾌청하고 시원했다.  



"해변에는 역시 맥주야!"

'산미구엘'과 안주거리(?)를 사고, 해변에 입성했다. 슬리퍼를 챙겨오지 못한 우리는 고민 끝에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고 쫄래쫄래 다니기로 했다. 처음 마셔 본 산미구엘은 굉장히 특이한 맛이었는데, 동현이는 제입맛에 맞지 않는지 연신 음료수를 들이켰다. 

▶산미구엘 맥주. 우리돈으로 1천원도 채 안된다. 맛은... 그냥 굉장히 특히했다 .같이 산 치토스는 사진만 보고 '매콤하겠다'고 해서 산건데, 어찌나 매콤한지 입천장이 홀랑 다 까졌다. 


▶해변도착 기념으로 한 컷.  

‘누드비치’라고는 하지만 따로 ‘누드비치 입니다’고 정해진 곳은 아니고, 그냥 벗을 사람은 벗고, 아닌 사람은 수영복이나 비치웨어를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헐벗은 여인을 보고 눈 둘곳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갔는데, 한참을 가다 보니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옷을 입은 우리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바다가 바로 보이는 집에 산다. 걸어서 15분 남짓한 거리에 해변이 있고, 심지어 아버지는 배만드는(!)곳에 계신다. 그래서인지, 나는 바다와 해변에 대한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바르셀로네타에 오니... 해변이란게 이렇게 시원하고 멋진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르셀로네타 해변 사진 

실오라기 하나도 없이 ‘자연인’의 모습을 보여 준 외국인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음, 역시 외국인은 남다르군”이라며-의미심장한 멘트를 하던 동현이와, 그런 동현이의 멘트에 크게 공감하며 ‘엄청나’라고 말한 나.


"몬주익도 가보자. 걸어서는 좀 힘들테니... 오오 저기 케이블카다!"

황영조 선수의 일화로 잘 알려진 '몬주익 언덕'. 전망이 참으로 좋다는 이야기에 가볼까-했는데, 막상 가자니 높은 언덕의 높이에 막막했다. 어쩔까.. 했는데, 다행히 해변-몬주익 까지 가는 케이블카다 있었다. 신난다!  


+케이블카에서 바라 본 바르셀로나의 모습




"몬주익, 그냥 큰 공원이네?"

몬주익 언덕에 오르니 시원한 나무와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그늘 없는 땡볕이었지만, 시원하고 짭짤한 바다바람을 맡으며 쉬어가기로 했다.  

+몬주익의 아름다운 모습  


“우리 조금만 쉬자”

오후 내내 땡볕을 걸어 다니고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훌쩍 넘었다. 컵라면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잠이 솔솔 쏟아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9시쯤, 다시 일어난 우리는 ‘동네구경가자’면서 길을 나섰고, 어쩐 일인지 KFC에서 닭다리를 뜯어먹었다. 냠냠. 바르셀로나에서 첫날. 우리는 ‘관광객’에서 ‘현지인’으로 바뀌고 있었다.  


▶숙소에서 먹은 저녁. (우리가 챙겨간 라면)라면을 먹고 있으니 김치를 내어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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