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에 기대어>-허진이,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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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기대어>는 선물+소장용으로 두 권 구입했습니다. 이후 파지트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한 권의 책을 더 받았습니다. 좋은 책을 나눠준 출판사에 감사인사드립니다.
(서포터즈 최초로 서평단 선정되어 책을 받기 전에 서평을 올렸습니다)
지난 가을. 감자책방에서 허진이 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인생토크>는 작가, 책이 아니라 “사람”이 주제였습니다. 책방에서 이런 행사를? 호기심이 동해 신청했습니다.
행사날. 뽀얗고 앳된 얼굴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아유, 저리 애기같은데 가정을 꾸리고 연단에 서서 발표도 한다니! 토크쇼 구성, 내용도 군더더기 없었습니다. 마치 “여러분 이게 궁금하시죠?” 라는듯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의, 준비과정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문제, 주변의 상황,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습니다. 준비한 이야길 마친 후 질문시간이 되었습니다. “사회의 편견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를 시작으로 여러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하는 이들의 맺음이 하나같이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였어요. 기특하다, 잘 살고 있다, 나보다 낫다, 대단하다. 자신의 이야길 나누며 눈시울을 붉힌 이도 있었습니다. 질문을 가장한 응원이었어요. 책방이 온기와 애정, 응원으로 가득했어요. 촛불로 방을 가득채웠다는 지혜로운 며느리가 떠올랐습니다.
21년생 아이 키우는 엄마이자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 온전히 생긴 가족, 주변인을 살뜰하게 챙기는 95년생 허진이 님을 더 알고싶었습니다. 토크 말미에 책이 곧 나올거란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과연 그녀는 자신의 이야길 어떻게 풀어나갈까?“
‘자립준비청년’, ‘보육원’은 tv, 책, 잡지 등에서 많이 다룹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애써도 그런 사람들을 100%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해하는 척 하지 않고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이는게 전부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는 정확한 내용을 편견없이 전해야합니다. 저는 <누구는 이럴것이다>, <이건 이렇다>고 덮어놓고 정의내리는 사회가 싫습니다. 겪어봐야 아는데, 응당 그럴것이라 확신하고 배려니, 이해니, 동정이니 하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p.137
함께 캠페인 활동하던 신선 캠페이너는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저렇게까지 잔인할까 궁금했는데, 그 이유를 ‘부모가 없어서’라는 짧은 설명에 그치는 게 당사자로서 억울하고 불편했다“고 사뭇 다른 감상평을 말했다.
친구 중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친구가 취직하고 한달 후 우연히 만났는데, 그가 그러더군요. ”제발 기자들이건 pd건 미디어에서 편견 좀 덮지 않으면 좋겠다”고. 사회적약자라고 안쓰럽다, 우리가 도와줘야한다는건 진짜 편견이다, 그냥 일상을 사는 사람들일뿐이다. 근무 첫 날, 돈 한 푼에 악다구니치는 이들에 환멸을 느꼈대요. ‘지원을 해준다는데 왜 고마워하긴 커녕 당당하지?‘ 그러다 깨달았답니다. 아, 내 속에 편견부터 깨야겠다. 본인이 공부를 했음에도 기저에 ’내가 도와줘야하는 사람‘이 있었다며, 이후 모든 민원인에 대한 마음가짐을 달리했답니다.
그랬더니 하루는 어르신이 그러더랍니다. “당신은 우리를 그냥 민원인으로 여겨줘서 좋다”고. 그 말 하나에 그동안 고생이 말끔히 사라졌답니다. 이 책을 읽는데 그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맞아, 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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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기대어>는 자립준비청년 허진이 작가의 탄생부터 유년시절, 지금까지 삶을 다뤘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의 온상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나오면 겪을 일, 관련 정책의 허와 실, 먼젓번 선배들이 겪은 다양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어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에겐 똑똑한 지침서이자, 독자에겐 관심을 끌어냅니다. 한 사람의 자서전이 모든 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기란 참 어려운데, 똑띠 허진이 작가는 이걸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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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다보면 수집하고 싶은 문장에 밑줄을 긋거나 체크를 해둡니다. 책을 세번째 읽고 제가 표시한 부분이 얼마나 있나 세어보니 스무 페이지더군요. 문학작품이 아닌데 그렇게요? 선택한 부분만 다시 보니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작가의 진심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장들이 담겨있었어요. 화려한 미사여구나 비유, 그럴싸한 문장이 아니라 “마음”이 드러나 있으니 몇 번이고 보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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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9
자립에 대한 부담으로 꿈을 접어두고 현실을 살고있을 자립준비청년을 떠올려본다. 우리 사회가 이들의 재능에 호들갑을 떨어주며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데 응원을 보내주면 좋겠다. 이들에게 앞으로 자립준비청년이 살아갈 현실보다 꿈을 펼치며 사는 삶의 의미를 알려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건강한 자립을 위한 일이자, 잘 살아가는데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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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읽고 싶은 부분은 몇 번이고 돌려봅니다. 저는 제일 처음, 진이님이 태어났을때와 끝에 소이의 탄생을 서너번 번갈아가며 봤습니다. 분명 둘 다 진이님이 겪은 일인데, 시점이 다릅니다. 보통 자기 이야길 하면 감정을 앞세운 후 묘사를 하는데, 그 반대라 상황은 더 생생히 와닿았고, 그럴수록 읽는이의 마음을 더 건드렸습니다.
/p.167
나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타인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걸 아이를 키우며 절실히 깨닫는다. ‘내 딸은 버섯을 좋아하는구나’, ‘집중력이 정말 좋네’와 같은 부모의 애정 어린 관찰과 관심이 아이에게 닿아 ‘나는 버섯을 좋아하는 사람’, ‘나는 집중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자아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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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은 자기연민을 갖고있습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고 불행하다고. 타인에게 꺼내기 어려운 속사정도 있습니다. 그걸 계속 가지고만 있느냐, 동정과 연민으로만 풀어내느냐, 스스로 극복하느냐, 타인과 함께 공유하느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왕따, 부모, 형제와 미묘한 갈등,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쏟아내고나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나도 그랬어“라고 손을들었습니다. 아유 장하다! 칭찬을 받았습니다. “에구 쯧쯧쯧”, “아유 얼마나 힘들었어?”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고, 그랬다면 내 과거가 참 슬프고 힘든게 맞구나...했을텐데. 과거를 묻어두기보단 그냥 그것도 나니까 하고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를 인정하니 현재가 단단해지더라고요.
이 책은 ‘자립준비청년’ 허진이 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딱 그 한줄로 소개하기엔 너무 아까운 책입니다. 별 일 없는 하루를 지나치지 않는 청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청년, 과거를 포장하지 않고 마주하기 시작한 청년, <나를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청년-허진이 작가의 앞날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좋은 책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186
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이 들어 조금 난처하다. 친부모가 조금은, 아니 많이 궁금해졌다. 나를 잊은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는지, 나와 헤어져야 할 정도로 안 좋은 사정이 있었던 것인지, 나를 낳고 산후조리는 제대로 했을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떠올려본 적 없던 그들의 사정을 이해해보려 하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출산과 양육을 경험하게 되면서 생기게 된 변화였다. 아이를 키우면서는 조금의 원망과 배신감도 느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기를 어떻게 보육원에 두고 떠날 수 있는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었는지, 친부모가 없어서 느낀 설움과 외로움을 알기나 하는지...
그렇게 양가감정을 느끼며 매일 그들의 존재감을 내 삶에 크게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내 내가 그만큼 엄마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성숙해져 가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으려고 한다. 이제야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다. 그동안 나에게는 누락도 있던 ‘나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라도 솔직하게 마주하고 싶다.
<기출 변형 가족>, <비밀에 기대어> 두 권을 함께 읽기 권했습니다. 올리고나서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내가 너무 주제넘었나? 좋은 책이고, 두 권 다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이고, 한 권은 후원자, 다른 한 권은 본인의 시각에서 적어냈다는 점에서 읽는 이들이 이들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고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두 권 다 개인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언론에서 깊이 다루지 않고 찾지 않으면 몰랐을 정보도 알려줘서 좋았거든요.
“내 소개를 본 사람 중 10명이 ’보고싶다‘고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면 좋겠다. 그 후 그들의 글을 본 또 다른 10명이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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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작가님이 의도한 바와 달리 해석해서 주제넘게 엮은건 아니었나, 뒤늦게 양해의 말씀 전합니다.
(둘 다 너무너무 좋은 책이니, 함께 읽지 않더라도 꼭 일독하세요! 후다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