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글이 우러납니다
독서모임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트레바리”에서 모임장 제의를 받았을 정도. 사람들 만나는데 거리낌은 없지만 책은 책답게 보고 싶고 감상을 온전히 갖고 싶어서 정말 좋아하는 책이나 작가 북토크만 참석한다. 몇 번의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느낀건 “내가 왜 여기있지?”였다. 내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꺼내며 감상을 전하는것도 어려웠고, 다른 사람의 후기와 느낀점을 “굳이 내가 왜?”들어야하나라는 물음표가 커졌다. 딱히 누군가 의견을 강하게 밀고 나간것도 아니고, 부정적인 부분도 없었는데 나는 불편했다.
셋 이상 만남은 어렵다. 1대 1로 마주보고 이야길 나누는게 더 좋다. 사람을 가려 만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를 나누느니 온전히 나를 만나주는 이에게 쏟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차글차글>은 내가 나가는 유일한 모임이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꼭 만난다. ‘유닛’처럼 시간 맞는 멤버와 만나기도 한다. 나에게 <차글차글>은 특별하다. 세 분이서 충분히 해냈을거면서 나를 끼워주셨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다 받아주실거란 편안함이 있다. (세 분은 괴로우실테지만)
이제 어딜가도 막내가 아닌 나이인데, 여기선 쌩막내로 마구 헤집고 다닌다. 떼도 쓰고 아무 말도 안하고 언니들의 말만 듣고 가만히 있어도 된다.
차글차글의 언니들은 똑똑하고 현명하다. 이들의 원천은 책과 경험이다. 옆집 사람의 안부를 묻듯 카뮈의 이방인을 꺼내고, 요즘 읽는 책을 ‘오늘 내가 본 숏츠’대하듯 무심히 던진다. 일상에 책을 늘 두는 분들이라 너무 자연스럽다. 책도 골고루 보신다. 덕분에 백수린, 최은영 작가를 알게 되었고 편협한 내 독서습관도 좀 고쳐졌다.
나는 차글차글 최대 아웃풋이다. “뭐든 해보라”는 응원덕분에 돈안되는 SNS를 놓지 않았고, 그 덕분에 <북덕방 1041호>고정게스트가 되었다.
무엇보다 잔뜩 뾰족했던 모난 성격이 좀 유해졌다. 자세히 밝힐수는 없지만 몇몇 이들을 대하던 태도가 좀 부드러워졌다.(이건 드러나지 않고 나만 인지하는거지만) 말로만 “그냥 포기하고 살아”라고 했지만, 차글차글에서 이야길 나누면서 ‘내가 사실은 놓지 않고 있었구나, 나 사실 아등바등 애썼었구나, 잔뜩 힘을 주고 있었구나’라는걸 깨달았다. 지금은 진짜 ”놔버렸다“ 다 풀어버리니 오히려 관계가 더 나아진것 같다.
화봉동 고은언니는 “이 언니, 이렇게 매력 터지는 여자였어?”라고 늘 반하고 돌아온다. 나의 유일한 덕질메이트, 과몰입권위자! 언니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아닐걸? 다현씨 아닐걸?” 경록님 덕질에 기름을 붓고 화력을 더해주는 고마운 언니. 뭘 해도 잘한다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성안동 전도연 선생님은 누가 울기전에 늘 먼저 우신다. 나는 위로부적격자라 도연쌤을 보면서 늘 “어떻게 저리 다른이의 마음을 흡수하실까?” 선생님에게 큰아이를 맡기고, 내 마음도 슬쩍 위탁해본 결과 그 원천엔 “사랑”이 있었다. 세상 모든걸 어쩜 저렇게 예쁘고 맑게 보시는지. 모진 풍파 겪지 않게 소녀미를 지켜주고싶은 분이다.
천곡동 마샤 스튜어드 선생님은 그냥 멋있다. 선생님은 어떤 일이건 말로만 끝내지 않으신다. 환경보호를 실천코자 손수건을 늘 들고 다니시고, 뜻이 맞는 이들의 활동에 참여하신다. 타고난 감각과 세련됨이 있으셔서 ”오늘은 어떤 옷과 가방을 들고 오실까?“ 언제나 상상 이상의 멋짐을 풀 장착하고 등장하신다. 대화의 마중물과 물꼬는 선생님이 대부분 트신다. 물길을 잘 만들어주시니 차글차글 대화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 귀한 세 분을 모시고 나는 그저 듣기만 한다. 처음 모임에 다녀온 후 나는 차글차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나 고민했다. 내가 받은 만큼 뭘 할 수 있지? 딱히 없었다. 글도 나보다 더 잘 쓰시고 글감도 풍성하며, 시사, 상식, 문화, 예술, 사회 등 소재도 다양해서 어디 낄 엄두도 내지 않는다. 그래서 난 언니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가자면 가고, 이야길 나누면 듣고, 그러다 나 하고 싶은말 잔뜩 하고. (세 분께는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듣기의 재미”를 여기서 느꼈다. 세상에, 듣는게 이렇게 의미있고 재미있는 행위였구나! 만화 <유리가면>에서 주인공 마야는 ‘무대광풍’으로 불린다. 연기를 너무 잘하지만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혼자 너무 튄다. 츠키카케 선생님은 마야에게“인형“역을 준다. 연극이 끝날때까지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거기서 마야는 ”모두가 함께하는 무대에서 혼자 튀는 연기를 한 것에 반성하고, 다른 이들의 몸짓과 연기를 보고 많은걸 깨닫는다. 10대때 혼자 있다 20대에 많은 이들을 만나 넘치도록 말을 했었다. 30대 초반 육아를 하며 혼자 또 지내다 이제사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토해내듯 말을 쏟았었다. 그러다 ‘에너지가 없어서’ 자체적으로 만남을 줄였었는데, 이 때 필요한 말만 하자고 느꼈고, 지금은 나아가 다른이의 말을 듣는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어두운 시절이 꼭 나빴던건 아니었다. 덕분에 이 귀한 모임을 만나 가장 알차게 배우고 있으니까.
매년 좋아하는걸 나이 만큼 쓰기로 했는데, <차글차글>은 늘 들어있을것같다. 내년엔 또 무슨 이유로 차글차글이 좋다고 쓸지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