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와 해리포터, 웨스트앤드 다녀오다
"엥? 7시도 안 되었잖아?"
전날 새벽 1시 넘어 잤는데 7시도 안 되어 눈이 번쩍 떠졌다. 자다 깬 찜찜함 없이 아주 개운하고 상쾌하다. 동현이도 이미 일어나있다. 우리가 영국에 왔구나! 둘다 배시시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내가 지낸 '제너레이터 호스텔'은 전 세계 여행객들로 북적인 곳이다. 샤워실과 화장실이 공동이라는 불편한 점이 있지만 역에서 가깝고 조식이 무료라 예약했다. 나는 여행을 오면 아침을 꼭, 아주 많이 먹는다. 동현은 한 접시 먹고 '맛없어'라고 놨다. 나는 빵만 세번 먹었는데 냠냠냠.
여행을 다니면서 먹는 것, 잠자는 것, 화장실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행히 난 밥도 잘 먹고, 화장실도 하루에 두번씩 가는 대변인이다. 잠귀가 밝아 여행을 하면 '숙박'은 돈을 좀 더 주고 교통비를 줄여 걸어댄다. 동현은 잠자는 것과 배변은 괜찮았지만 워낙 한식파라 한식, 중식, 일식 등을 먹고 다녔다.
밥도 먹고 시원하게 씻고 나서 동현이와 오늘 갈 곳을 지도에 표시했다. 오늘 갈 곳은 '베이커 스트리트'에 있는 셜록홈즈 박물관과 해리포터 스튜디오, 웨스트 앤드.
"에걔? 일정이 이게 다입니까?"
내 유럽여행 일정표를 본 사람들이 던진 말이다. 실제 내 여행 일정표를 보면 하루에 2-3곳 정도의 장소만 적혀있다. 다년간 여행을 다니며 깨우친 나만의 여행방식이다. 나는 여행을 가기 전 '가고 싶은 곳'만 정한다. 꼭 봐야하는 것,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시간과 거리에 따라 적당히 분배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즉흥이다. 하루에 두 세곳 이상은 절대 일정을 잡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있고, 내가 몰랐던 곳이 항상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니니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고, '오늘의 할당'을 채우면 진짜 자유시간이 생기는 기분이라 무엇을 해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여행객'과 '현지인'이라는 두 가지 신분이 생긴다는 것. 내가 가고 싶은 명소를 둘러볼땐 철저한 여행객이다. 그 일정이 끝나면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다니는 길과 음식, 때로는 숙소에서 푹 쉬면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여가를 보낸다. 낯선 여행지에서 일상! 묘한 기분이 든다.
이 날도 베이커 스트리트를 가는 도중 킹스크로스역에 있는 9와 3/4정류장에서 사진을 찍고 공원 한 바퀴 돌았다. 이 재미, 빡빡한 스케줄이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참고! 킹스크로스역과 세인트 판크라스역은 붙어있다. '유로스타'를 타는 사람은 '세인트 판크라스역'으로 가야한다는 사실. 아울러 킹스크로스역에 들어가서 안쪽으로 쭈욱 들어가면 9와 3/4정류장을 볼 수 있다.
"베이커 스트리트다!"
셜로키언(셜록 홈즈를 추종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인 나는 홈즈 동상이 보이자마자 소릴 질렀다. 베이커 스트리트 끝에 자리한 '셜록 홈즈 박물관'은 셜로키언의 성지다. 층층이 올라갈 때다 셜록 홈즈의 주요 이야기들과 관련한 장면을 마네킨으로 재현해 놓았고, 벽난로 앞에서는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모리어티 교수도 있고, '그 여자'아이린 애들러도 있다. 굉장히 좁고 엘리베이터도 없지만 그마저도 낭만이 느껴진다.
>>셜록홈즈박물관
엄청 작고 좁다. 때문에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짐은 들고 오지 않는것이 좋다. (짐을 맡길 곳도 없음) 바로 옆에 '비틀즈 스토어'가 있다. 근처에 애비로드가 있음.
"너 스타일 참 멋지다"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가기 위해 유스턴역에서 왓포드정션 가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흑인 직원이 우릴 불렀다. 무슨일이냐 물으니 나보고 스타일이 좋단다.
>나: 고마워!
>직원: 오 너 꼭 해리포터 주인공 같다.
>나:오 거기 가려고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
>직원:(박장대소하며)그럴것 같았어! 왓포드 정션 가는 기차 플랫폼은 반대야!
>나:으악!
>직원:(크게 웃으며)여기는 엄청 오래 걸리는 열차가 서는 곳이야.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야해. 멀리서 봤는데 네가 '누가봐도'그곳에 가는 것 같아 불렀어.
>나: 정말 고마워!!!!(꾸벅인사)
'왓포드 정션'만 보고 갔는데, 거기는 완행전철이 서는 곳이었다. 그때 시간이 1시 50분, 우리는 3시 스튜디오 예약이라 급행을 탔어야 했다. 내 옷차림 덕에 직원 안내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다.
한국에 있을 때는 "흑인은 불친절하고 무섭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이곳에 와서도 흑인을 좀 경계했었다. 하지만 이후 여행지에서 본 흑인들은 친절하고 상냥하며,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오히려 매꼬롬히 인물좋고 멀끔한 백인들이 깐깐하고 고지식하며 불친절한 적이 더 많았다.
"누나, 저기 도비봐라!"
장난감덕후 동현이가 상점에 뛰어들어간다. 집어든 것은 소름끼치게 잘 만든 도비읺형. 하나 갈까 고민했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고 '너무 잘 만들어서'징그러워 그냥 두고 왔다. 만져보면 정말 사람 스킨같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는 영화 '해리 포터'시리즈의 주요 장면을 실제 촬영한 세트장이다. 영화 속에서 본 옷과 장소들이 나오니 어찌나 신기하던지. 세트들마다 여기는 어떤 장소이며, 인 장면이 나왔다고 친절히 안내가 되어있다.
웅장하고 거대한 세트와 빗자루, 지팡이 시연, 버터맥주(완전 내 입맛에 찰떡이었다)온갖 맛이 나는 젤리 (동현이는 지렁이 맛과 귀지 맛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맛없다고)갖가지 먹거리가 즐비했다. 이 뿐인가,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 9와 3/4정류장까지 "아 맞아 이 장면 기억난다", "오 저저 나쁜놈"하면서 영화를 추억했다. (마법의 모자, 빗자루, 지팡에.... 다 갖고싶었는데 동현이가 안말렸음 여기서 파운드 다 탕진할 뻔했다....)
"누나 저기가 더 싼 것 같아"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 아쉽지 않게 놀고 웨스트 앤드로 향했다. 유스턴역에서 피카딜리 서커스 역까지 걸어갔다. (도보 30분) 피카딜리서커스역에서 내리면 '웨스트앤드(뮤지컬을 볼 수 있다), '소호거리(일명 '차이나타운'저렴한 먹거리가 많다), '코번트 가든'등 도보로 다녀볼 수 있다. 한식당, 일식당도 있다. 우리는 구경하면서 적당한 식당을 찾았고, 그 중 가격이 괜찮은 '중식뷔페'에 들어갔다.
차이나타운에는 뷔페전문점이 많다. 가격또한 천차만별. 가장 저렴한 곳이 1인 6파운드, 비싼곳은 13파운드 정도였다. 10파운드가 넘어가면 확실히 종류도 많고 더 깔끔했지만 그 밑으론 다 비슷하고 우리는 종류보단 먹던것만 먹어서 "밥"이 있는 싼 집으로 갔다.
음식맛은 우리나라 중식과 별 차이 없었지만 단무지나 짜샤이 같이 느끼함을 줄여줄 반찬이 없어 음료수를 들이켰다.
"이것도 봤고, 저것도 봤고"
웨스트앤드에 왔으니 뮤지컬 한 편 보고가려했는데,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웬만한 작품은 한국에서 다 봐서 보고싶은 작품이 없었다. 물론 오리지널의 스케일과 느낌은 완전히 다르겠지만- 그냥 한국에서 좋은 자리에 앉아 우리 배우님들로 보자고 과감히 패스했다. <끝>
*이남매의 이-팁 <냄새에 속지 마세요>
"영국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다면서요?" 누군가 물으면 내 대답은 "음..글쎄요"
영국에서 음식을 먹을 때 가장 난감했던 것이 음식 냄새와 맛이 달랐다. 크레페의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한 입 먹으니 짭짤하고 퍽퍽한 맛이 났고, 고소한 냄새의 스프를 먹으면 비릿하고 아린 맛에 수저를 내려놓기 일쑤였다. 영국에서는 모험하지 말고 익숙한 것을 중심으로 먹자, 또는 어떤 재료가 들어갔는지 꼭 확인하고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