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버킹엄 궁전/디즈니 스토어/M&M 스토어/빅벤(엘리자베스타워)
이남매유럽기는 2015년 4월 기준입니다.
우와, 2층 버스다!
버킹엄 궁전에 가기 위해 2층 버스를 탔다. 평일 오전이라 2층 버스에는 사람이 없었고, 우리는 2층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았다. 탁 트인 시야 덕분에 영국 시내를 4D체험하듯이 볼 수 있어 좋았지만, 20여분 넘게 타니 뜨거운 햇빛이 정면으로 들이닥쳐서 힘들었다. 버스를 20분 넘게 타니 좀이 쑤신다. 요며칠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더니 이런 부작용도 있다.
한국에서도 내 걷기 사랑은 유별났다. 시간이 촉박하거나 짐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버스정류장을 기준으로 2-3정류장, 많게는 열 개의 정류장 만큼 거리는 우습게 걸어다녔다. 같은 길이라도 걸어다닐때와 차를 타고 갈 때 느낌은 많이 다르다. 요컨대 걸어서 보는 광경이 좀 더 극적이라고 할까? 작은 꽃잎의 흩날림과 신선한 바람의 냄새, 올망졸망한 보도브럭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국은 걷기 좋아하는 이들에게 '천국'이다. 보도블럭도 잘 정돈되어있고 길찾기도 쉽다. 무엇보다 평지라 아무리 걸어도 쉬이 힘들거나 지치지 않는다. 동현이도 걷는것을 좋아해서 우리는 버스비도 아낄겸 참 많이 걸었다. 영국 현지인들의 생활과 삶을 자연스럽게 구경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길거리에 파는 신선하고 저렴한 과일들을 먹으며 '나 여기 사는 사람 같나?'하는 기분을 맘껏냈다.)
영국 여왕이 여기 사는 건가?
동현이와 나는 "여왕이 여기 살면 속시끄럽지 않을까? 이런 대로변에 근위병 교대식 보러 수 많은 사람들이 매일 오는데 설마 여기서 살겠냐?"했다. 숙소에 들어와서 검색해보니 역시 여왕님은 여기 살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거의 끝물에 가서 바글한 인파 속에서 간신히 구경했다. 이걸 보면서 우리나라 수문장교대식도 못지 않게 멋진데.... 더 많이 홍보하고 알려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화장실이 왜 없냐!?
큰일났다. 나는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데, 오늘은 근위병교대식 시간 때문에 급히 나와 화장실을 다녀오지 못했다. 심지어 전날 저녁을 일찍 먹고 잔 탓에 아침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 배가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았다. 교대식을 다 보고 인근 공원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화장실을 찾았다. 설상가상 언더그라운드(지하철역)도 보이지 않고 공원안내도를 보니 화장실 그림이 없다. 주변에 가게도 없다 으악!
"누나 저기 화화장실!!!!!" 동현이가 매의 눈으로 화장실 픽토그램을 발견했다. 동현이도 화장실이 가고싶었는데 어서 가자고 재촉한다. 그런데 하필 그곳은 유료화장실. 동전교환기는 당연히 없다. 주머니를 탈탈터니 거짓말처럼 50센트 두개가 덜렁 나온다. 만세!
돗자리 깔고 점심을 먹자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했던가. 큰일을 치르고 나오니 그제야 공원의 전경이 눈에 보인다. 한껏 비우니 속이 허전했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우리는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미선언니가 "돗자리를 꼭 챙겨가!"라고 말해줘서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돗자리를 사갔다. 크기도 딱 작은 가방에 들어가는 정도라 매일 들고다녔는데 정말 잘썼다. 영국와 프랑스에선 점심값도 아낄겸 간식거리와 샌드위치를 사서 아무데나 앉아 식사를 했고, 프랑스 숙소에선 간이커튼과 화장실 발판으로, 출국 전 짐을 쌀때는 에어캡 대용으로 구겨서 썼다.
우리는 사람들이 다소 적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근처 음식점에서 산 도시락과 음료수, 좋아하는 음악도 틀어놓고 식사를 했다. "여기 음식은 참 맛이 없다"고 아까워서 우적우적 먹었다. 동양인이라곤 우리둘뿐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다들 쳐다봤다. 다들 우릴 보고 환한 미소와 "헬로우"하는 인사를 했다. 나쁘지 않은 관심이었다.
누나 , 내가 아까 본 게 있는데...
동현이의 오덕기질이 잠잠하나 싶더니 슬슬 발동이 걸렸다. 버스를 타고 오다 '디즈니스토어'를 봤단다. 워낙 규모도 크고, 오늘 일정이라곤 '근위병 교대식 구경'과 'm&m스토어 구경'이 전부라 가보자고 했다. 마침 m&m스토어와 멀지 않아서 그러자고 했다. "파리 디즈니랜드가서 살 거니까 눈으로 보기만 하자"고 신신당부도 잊지 않았다. 신기한 장난감과 앙증맞은 캐릭터가 우리를 유혹했지만 비싼 가격 덕분에 이들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다. (다행히 파리 디즈니랜드가 10%정도 더 저렴해서, 런던에서 사지 않길 잘했다!)
여기 그냥 무료야?
이번 유럽 여행의 목표 중 하나인 '세계 3대 박물관 둘러보기'를 실천하기 위해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일부특별전을 제외하곤 무료로 운영한다는 설명에 '우와'했지만, 이후 진효가 다른나라에서 약탈한 문화재가 대부분이는 씁쓸한 이야길 들었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도 있어서 대여한 후 '이집트관'부터 둘러봤다.
중간중간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선 '대영박물관에서 특별히 볼거리'를 검색해 찾아다녔다. 동현이는 30분이 지나자 몸을 배배꼬면서 '난 그냥 입구에 앉아있을게 구경하고 와'라면서 쏠랑 가버린다. 혼자서 느긋하게 한국관까지 둘러보니 3시간이 지났다. 동현이는 와이파이가 되어서 인터넷 검색하고 쉬고 있어서 시간이 이렇게 되었는지도 몰랐단다.
M&M이다!
박물관에서 축 쳐졌던 동현이가 "M&M월드"스토어를 보자 튀어들어간다. 이곳은 초콜렛은 안좋아하면서 이 캐릭터를 좋아하는 동현이를 위해 특별히 영국 일정을 짜면서 넣어둔 정식 코스다. 정식코스답게 동현이에게 용돈도 미리 주고 어차피 살거면 여기서 사렴이라고 했더니 단번에 제법 큰 장난감을 들고왔다. (*곳곳의 포토존에 직원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줬다.)
빅벤(엘리자베스타워)보기 정말 힘들다
런던을 넘어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빅 벤(엘리자베스 타워)"을 보러 가는길. 자타공인 "인간 네비게이션"으로 불리는 동현이와 내가 같은 곳만 빙빙 돌았다. 건물들이 워낙 비슷한데다가 가는곳마다 신기한 건물과 상점들이 많아서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니 정작 빅 벤을 못찾고 있다. 에라 모르겟다, 돌아다니다 보면 나오겠지 싶어 그냥 쭉 걷기로 했다. 그렇게 한동안 길따라 걸으니 다리 건너편에 '런던아이'가 보이고, 시선을 돌리느 바로 눈앞에 '빅 벤'이 있었다. 찾았다!
안뇽하세용?
빅 벤에서 런던아이까지 걸어가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조금 어눌하게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어디가냐 물어보길래 동현이와 나는 모른척 지나쳤다. 평소 같았으면 반색하면서 이야길 나누었을텐데, 진효가 동양인들, 관광객들에게 접근해서 돈을 구걸하거나 해코지하는 집시들에 대한 주의를 워낙 많이 들어서 ‘의미 없는 친절과 관심’은 과감하게 모른척 했다. 어쩌면 한국어를 공부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다 .
그러고보면, 외국에서 외국인(그곳에서는 우리가 ‘외국인’이지만)이 우리에게 말을 걸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어느 누가 봐도 여행객인데 길을 묻는다는것 부터가 어불성설이지 않는가. 불필요한 친절과 관심. 분명 이들 중에서는 ‘순수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일부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 안타깝다. 타지에서 누군가의 관심과 친절이 불편하고 적의를 가져야 하다니. 씁쓸한 현실에 슬퍼졌다.
우왓, 발좀봐!!!!!!!
숙소에 돌아와서 신발을 벗으니 발이 통통 부어있다. 발바닥엔 작은 물집도 나있다. 동현이도 나와 비슷한 상황. 그제야 하루의 피로가 몰려온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폭신한 이불에 몸을 넣었더니 잠이 스르르 쏟아진다. 손빨래도 해야되고, 내일 일정도 미리 봐야하는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잠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