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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Apr 28. 2023

돌고돌아 산딸기

이게 뭐라고 고생을 했담

금요일은 첫째의 소풍날이다. (오늘!)

월요일부터 첫째는 "엄마 금요일엔 **에 소풍을 간대! 그런데 금요일이면 몇 밤 자야하지?"라면서 잔뜩 들떠 평소 시켜도 안하던 청소에 동생 콧물 닦아주기(보통은 더럽다고 안함) 같이 소풍의 기대감을 다양하게 표현했다. 나도 덩달아 "오우 그럼 도시락이랑 맛있는것으로 싸줄게!"라면서 기분을 맞춰줬다.


그 다음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첫째가 대뜸 "엄마, 나 도시락통 뭘로 줄거야?"라고 물었다. 집에 다양한 도시락통이 있어서 몇 가지를 보여주니 아니란다. "엄마 **이가 그러는데, 시나모롤(산리오 캐릭터 중 하나로 하얀색 강아지 같이 생김)도시락통이 있대! 나도 거기에 도시락 가져가고 싶다.."사실 그 도시락통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다만 가격이 비싸서 안샀을 뿐. 결국 알아버렸구나 싶었다. 집에 실용적이고 다양한 크기의 도시락통이 있는데 굳이 사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첫째는 내 눈치를 보더니 "엄마, 시나모롤 도시락통 없어? 나는 못사는거야?"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에이 그거 뭐라고! 때마침 아버지께서 손녀 소풍간다고  10만원을 보내주셨다. 기가막힌 타이밍! 다음날 바로 단골 캐릭터샵에 연락을 하니 "어머, 어제 품절되었는데 방금 들어왔어요!" 라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온라인에서 구매하려면 1주일 넘게 걸리고, 몇 군데 품절이 되었다는 이야길 들은 터라 더욱 기뻤다. 냉큼 달려가 사왔다. 통은 좀 작아서 간식은 다른 통에 담아가야했지만 첫째는 이미 시나모롤 도시락통이 있는것만으로 기뻐서 어쩔줄 몰라했다.


목요일. 첫째에게 간식으로 뭘 먹고 싶냐고 물었다. "엄마 나 수박이랑 산딸기..." 집에 있는 키위와 사과는 싫단다. 수박이야 컵과일로 아이 도시락에 쌀 정도로 살 수 있었다. 문제는 산딸기.

먼저 집 앞 홈더하기 마트에 갔다. 400g에 16,000원이었다. 어휴 비싸네... 이전에 홈더하기에서 산 과일을 실패한 경험이 있고, 작년 제철에 샀을 때와 비교하면 좀 비싸서 일단 나왔다.

그 다음으로 5년 넘게 단골인 A과일가게에 갔다. 우리집에선 차로 20여분 넘게 걸리는데다 타 과일가게보다 비싸지만 과일의 맛이 보장된 곳이라 더러 주문했는데, 우리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2호점이 있대서 바로 갔다. 가게에 들어서서 한참 후에 직원이 나왔다. 수박 컵과일은 없고, 산딸기는 20분 뒤에 도착이란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오늘 "특가"라면서 500g에 2만원이라고 했다. 기다릴곳도 여의치 않고 가격이 비쌌다. 무엇보다 직원이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고"라 사고싶은 마음이 없었다. 가게에 들어설때 가게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던 무리가 있었다. 뭐든 싫지만 사람들 지나다니는 가게 바로 앞에, 그것도 과일을 파는 곳인데(가게 문도 활짝 열려있었다) 담배냄새가 매장 안까지 들이쳤다. "남의 가게에서 뭐하는 거야"한소리 하고 들어왔는데 그들이 따라 들어와서 가게 한켠에 자리를 잡고 이야길 나누며 날 보며 낄낄거렸다.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서 바로 나왔다.


그 다음으로 B가게에 갔다. 지역 과일가게 중 지점도 두 개나 있고, 꽤나 규모가 큰 곳이었다. 산딸기가 오늘 안들어왔고, 수박도 한 통으로만 판단다. 반통이나 컵과일이 없냐니 없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가게를 나섰다.


마지막으로 C가게에 갔다. 지역 카페에 후기가 좋은 곳이었다. 아이아빠라는 것을 강조하며 신선하고 좋은 과일을 매일 들여온다고 홍보하면서, 한번 배달시켜보니 맛이 좋아서 더러 주문했던 가게였다. 매장에 불이 꺼져 있어 안하나 싶었는데 문이 열려있어 들어갔다. 부엌에서 주인이 나왔다. 산딸기를 사러 왔다니까 부엌 안쪽에서 산딸기 300~400g정도 되는 스티로폼 상자를 가져왔다. 특별히 13,000원에 준단다. 가격이 저렴해서 기쁜 마음에 덥석 집었다. 수박컵과일도 있었다. 과일집인데 불이 다 꺼져있고, 부엌에 불만 켜져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잘 샀다는 생각에 현금을 내어드렸다. 가격을 시원하게 깎아준 주인내외가 고맙기까지 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열어보고 기겁했다. 매장이 어두워 못봤는데, 밝은곳에서 보니 멀쩡한 산딸기가 없었다. 짓이겨진건 물론이거니와 (치인게 아니고 상해서 무른 ) 곰팡이까지 엄청났다.


이런 쓰레기를 좋다고 받아온게 한심하기도 하고, 산딸기 하나 살거라고  시간 발품 판게 너무 억울했다. 가게에 다시 가서 주고 오자니 왔다갔다 기름값이 더들겠다 싶었다. 맥이  풀렸지만 가게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윽고 답장이 왔다. 군더더기 없는 주인의 답장에 기분이 풀렸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는 산지직송으로 신선한 과일을 들여오는데 이따금 이런 일이 생긴다면서- 상품이 좋지 않으면 군말없이 책임환불을 해주기로 유명하단다. (아직 입금은 되지 않았다. 돈은 애초에 환불을 바라진 않아서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쓰레기를 좋다고 받아온게 한심하기도 하고, 산딸기 하나 살거라고  시간 발품 판게 너무 억울했다. 가게에 다시 가서 주고 오자니 왔다갔다 기름값이 더들겠다 싶었다. 맥이  풀렸지만 가게 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윽고 답장이 왔다. 군더더기 없는 주인의 답장에 기분이 풀렸다. (아직 입금은 되지 않았다. 돈은 애초에 환불을 바라진 않아서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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