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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y 11. 2023

세 시간 성취감

나의 은밀한 세시간 이야기


나는 평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온전히 글쓰는 시간"으로 정해놓고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듯 글도 쓰고, 후기도 쓰고, 생각 정리도 한다.


한달에 5일 정도 약속이나 외부일정을 소화하느리 빼먹는다 치더라도 15일*3시간=45시간의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애서 나의 하루를 담는것이다. (사실 한달에 약속은 5일은 커녕 2,3일도 안될 때가 많다.) 주변에선 "그 시간에 잠을 자라"던가 "돈 안되는 일을 참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5개월쯤 접어드니 잠이 부족하고 돈이 안되더라도 그보다 더 큰 성과(장점)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주5일, 하루 세시간 "나만의 일"을 해보니
좋은점


              오전 9시(두달 전부턴 8시 40분/애들 등원 마치고)부터 12시까지 머리를 쓰니 하루가 상쾌하고 개운하다.            

              나만의 루틴이 생기니 의욕도 넘치고 활력이 생긴다.            

              글쓰기 연습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조금씩 글쓰기 요령과 실력이 오르는게 보인다.            

              나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웃님들을 많이 알게 되어 좋은 이야기도 듣고, 정보도 쏠쏠하게 써먹게 되었다.            

              특히, 다독을 했지만 다소 편협했던 책 습관이 많이 개선되었다. 요즘은 경제, 인문, 철학책 등도 읽고 있다.            

              공모전 응모율도 부쩍 늘었다. 많이 낸 만큼 다양한 주제의 여러 이야기도 알게 되고, 또 나의 삶과 주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아직 성과는 미미하지만 이따금 당선되어 상금을 받아 가용에 보태고 있다.            

              무엇보다 즐겁다. 하루에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을 하루 세시간 동안 하니 신이 난다.            

              차곡차곡 쌓이는 나의 이야기, 책 이야기, 후기를 보면 뿌듯하다. 뭐라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처음 한달간은 집에서 세 시간 동안 글을 쓰거나 자료를 정리했는데, 고개를 들면 보이는 집안일과 "아 오늘 이불빨아야하는데", 세탁기에 이불을 돌리고 나면 바닥 먼지가 신경쓰이고, 그러다 보면 글쓰기는 커녕 집안일로 하루를 다 보내버리기 일쑤였다.


그제서야 이 집에 변변한 내 공간이 없다는걸 알게되었다. 아이이빠는 서재에 본인 책상과 컴퓨터가 있고, 아이들도 방이 따로 있는데 나는 한 평은 커녕 책상하나 없이 늘 식탁과 개다리상을 펴서 이리저리 옮겨다닌것이다. 책상 둘 공간을 만들자니 여의치 않았다. 이래선 집중도 안되고 박탈감만 커지겠다 싶어서 동네를 돌다가 학생교육문화회관 1층 로비를 알게 되었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로비는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그곳을 이용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라 그날은 어쩔수없이 집에 있거나 미뤄둔 외부일정과 약속을 월요일에 몰아서 했다.


그러다 집 근처에 스타벅스가 생겼고, 그 동안 모아온 각종 쿠폰과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야곰야곰 써가며 두 장소를 번갈아 가며 출근하고 있다. 두 장소 모두 일명 '카공족'에게 최적의 장소라 더욱 좋다. 오전엔 음료와 푸드를 같이 주문하면 별적립이 두배라서 음료와 스프, 베이글, 샌드위치 따위를 시켜 먹고 적립된 별로 음료쿠폰도 많이 바꿔 먹었다.


우리동네 스타벅스는 그 시간에 테이크아웃 손님이 대부분이고 나처럼 오전 업무를 보거나 독서를 하러오는 몇몇의 사람들만 있어 굉장히 조용하다. 자리도 많아서 이용객이 앉아서 먹고 갈 공간이 없는것도 아니다. 와이파이도 무료고, 한번씩 신상메뉴가 나오면 맛보기도 권한다. 걸어서 15분 남짓한 거리라 왔다갔다 운동도 되니 일석이조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세 시간 동안 한 편의 글과 다양한 배경지식을 쌓다보니 집에갈때쯤엔 "내 오늘 일 다했다"는 생각에 매우 뿌듯해진다. 쓴 노고에 비해 아직 방문자와 조회수는 많이 낮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아예 없는것도 아니고, 나의 글에 공감해주는 분들, '멋지세요'라고 인정해주는 분들이 한 명이라도 있는 날엔 "아, 내가 허투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구나"싶다.


초창기엔 조회수가 0인 것도 많았다. 그래도 실망한적은 없다. 한 줄 쓰기도 귀찮고 힘들어했는데, 그래도 한 편의 뭔가를 써서 저장한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쌓인 글들을 보면 너무 날것이라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나의 실력이다 싶어 지우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뒀다.


그저께도 늘 그랬듯이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브런치 알람이 연신 울리는 것이다. 평소 조회수가 많아봐야 10, 조회수 0인 날이 대부분이었는데 뭔 일인가 싶어 보니 내 글이 다음 메인에 올라서 조회수가 100, 200, 300건을 넘었다는 것이다.


내 글이 뭐 대단하다고 이렇게 보는거지? 메인에 오르는게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의문과 감탄으로 이틀을 보냈다. 메인에 내려가면 늘 그랬듯 다시 0으로 내려올테니 일희일비 하지말자고 붕 뜬 마음을 다시 잡고 어제 오늘 늘 그랬듯 하루 세 시간 글쓰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방금 조회수를 봤는데 어제보단 내려갔지만(어젠 1만뷰가 넘었다), 여전히 2천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뭔가 심상치 않다 싶어 보니 좋아요 수가 메인에 내려갔음에도 더 많아지고, 구독자도 두 명이나 늘었다! 어쩌면 내 세시간이 "나름의 보상"을 받게 된 것 같아서 오늘만큼은 "일희"하기로 했다. 얏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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