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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Jun 15. 2023

내가 예쁜건데 왜?

타고난 예쁜딸과 안예쁜 엄마의 차이란

나는 아침에 두 아이 등원을 차례로 시킨다. 둘째는 집 바로 앞 어린이집이라 도보로 바로 데러다주고, 이후 등원차로 첫째를 태워 보낸다.

오늘은 친구 해지뇽이 선물해준 티니핑옷을 입은 첫째가 "엄마 나 이 옷에 맞게 립스틱 발라줘"라고 하길래 살짝 발라줬더니 구두까지 핑크색으로 맞춰 신고 등원준비를 마쳤다. "이 옷과 립스틱엔 머리도 풀어야한다"면서 머리도 묶지않고 찰랑거리는 단발을 흩날리며 걸었다. 오늘따라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다들 "어머 너 너무 예쁘다"는 말을 엄청 들었다. 손녀 등원을 시켜주시던 할머니 한 분은 "어머, 화장하니 예쁜애가 더 예쁘게 생겼네"라고 감탄을 하셨다.


둘째 어린이집에선 선생님 세분이 돌아가며 첫째의 미모를 칭찬했다. 어쩜 그렇게 예쁘게 생겼니? 립스틱 바르니 너무 예쁘다! 나는 연신 "어머 감사해요, 지유도 인사해야지"라고 했다. 그런데 첫째는 얼굴만 까닥거리고 가만히 있었다. 부끄러운가? 싶었는데 둘째 보내고 내가 "선생님 오후에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니 같이 "안녕히 계세요"라고 허리를 숙인다.


첫째와 등원차를 타러 가면서 "지유 아까 선생님이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는데 왜 인사를 안했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유가 날 보면서 하는 말.


엄마, 내가 예쁜건데 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야 해?



뒤통수를 한 대 맞은거 같이 머리가 띵했다. 지유는 사람들이 "너 참 예쁘다"고 말하는건 내가 예쁘니까 그냥 보이는대로 말한거니 그건 '감사한 일'이 아닌거다. 아이의 말을 들으니 그런거 같기도 했다. 다만 누가 너의 장점을 칭찬해준것에 대해서 '칭찬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는 하는게 좋겠다고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딱 이 장면이 생각났다(출처: 하이힐을 신은 소녀/ 본인 소장도서)

집에와서 첫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첫째는 태어날때부터 예쁘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  양가의 첫 손녀에다 둘째 조카 이후 오랜만에 생기는 아기라서 예쁨도 많이 받았다. 나올때부터 머리가 풍성했고, 큰 눈에 쌍꺼풀, 전체적인 이목구비가 또렷한 편이고 키도 또래보다 커서 눈에 띄었다. 어딜가도 "예쁘다"는 말을 늘 들었고, 첫째도 자기가 예쁘게 생긴걸 알고 있는지, 누가 "너 예쁘다"고 하면 "내가 예쁘게 생겨서 그러는구나"하고 큰일아닌것처럼 네 하고 방긋 웃는게 전부였다.


반대로 난 살면서 '예쁘다'는 말을 손에 꼽게 들었다. 눈코입 몸매 어느 하나 <예쁘다>는 기준에 부합하는게 없이 동글동글뚠뚠이로 살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쁘다"는 말은 들었어도 그게 외모가 예쁘다기보단 하는 행동이나 싹싹한 태도가 예쁘다는 뜻의 칭찬을 들어서 첫째처럼 '타고나길 예쁜애들'이 듣는 칭찬이 그저 고맙고 감사했다. 그래서 난 누가 "예쁘다"고 하면 "어휴 감사합니다"하고 몸둘바를 몰랐다. 쑥스러움도 있었고, 안 예쁜 사람이 예쁘다 들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예쁘다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한 사람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타고난 미모의 딸 덕분에 예쁜애랑 안예쁜애의 태도의 차이를 너무 잘 알게 되었다. 아울러 "예쁘다"는 소리에 좀 의연하게 반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짜 예쁜애들, 진짜 '그런 애들'은 칭찬에 의연한 법이니까. 그런데 과연 앞으로 '예쁘다'는 말을 들을 일이 있을까? 지유야, 예뻐서 좋겠다 증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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