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 박완서 / 법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명언이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작가는 죽어서 작품을 남긴다" 그들은 떠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작품이 남아 이들을 그리워하는 많은 독자들의 그리움을 대신 채워줄 수 있다. 만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이 남긴 작품으로 그들을 기억해보자.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고통을 소통으로 치유하는 작가' 박완서 작가가 등단 40주년이자 팔순을 맞이하여 쓴 산문집이다. 작가는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너무 많이 모르고 있는 것들에 감동받을 수 있는 삶은 늘 새롭고 경이로운 시간으로 다가온다"고 말하며 노작가의 연륜과 깊이 있는 성찰을 엿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깨달음,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글들이 담겨 있다.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경리, 박수근 화백 등 먼저 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가슴 찡한 그리움도 함께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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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한 번 살다가면 그만이기에 자신이 보지 못하고 하지 못하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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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나를 스쳐간 건 시간이었다.
시간이 나를 치유해줬다.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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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존엄한건지, 치사한 건지 이 나이에도 잘 모르겠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작가가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긴 39편의 시를 모아 엮은 유고시집이다. 미발표 신작시 36편과 타계 전에 [현대문학] 4월호에 발표한 세 편을 묶고, 한국 대표 화가 김덕용의 정감 어린 그림으로 멋스러움을 더했다.
작가는 이 시집을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그녀의 유년기, 가족과 함께한 기억,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 자연에 대한 존경, 말년의 생활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또한 사회에 관한 시들지 않는 관심과 잘못된 세상에 대한 꾸짖음도 써내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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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 가고 /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옛날의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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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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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결론이 없다
우주 그 어디에서도 결론은 없다
「말과 침묵 」은 법정 스님의 전집 중 여덟 번째 책으로,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지금은 출간이 금지된 책이다. 이 책은 '침묵'이라는 것을 하나의 지혜로움으로 삼아 "온갖 소음에 매몰되어 시들어가는 인간의 뜰"을 소생시키라는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침묵'과 관련된 석가모니의 설법을 가려 엮고 불교에 생소한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주석을 달고 각 장의 여백에는 법정 스님이 평소 애송하던 선시가 적혀 있어서 불교에 생소한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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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세상에서 언젠가 죽어야 할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싸움이 사라질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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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한 권의 경전이 있는데, 그것은 종이나 활자로 된 게 아니다.
펼쳐 보아도 한 글자 없지만 항상 환한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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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말을 즐기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그가 비록 경탄할 만한 것을 말한다 할지라도 내부는 비어 있다. 무엇보다도 침묵을 사랑하라. 침묵은 입으로 표현할 수 없는 열매를 너희들에게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