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목표는 울지 않고 마지막 인사 나누기.
출근해서 세면대를 닦고 탈의실을 치우고 장비 몇개를 닦았다. 책상에 앉아 수업에 쓸 노래를 고르고 오늘 누가 오나 예약 명단을 본다. 하나 둘 5:30 수업을 위해 회원들이 들어오고 애써 밝게 인사를 나눴다.
처음 지점 이동을 하면서 8:30 에 ‘비치바디’라는 수업을 만들었다. 다이어트가 목표이니 숨차고 간단한 동작 위주의 우업이었다. 아무도 안오면 어쩌나 싶었던 시간인데 혜경언니, 복남언니 두분이 매일 자리를 채워주셨다. 서로를 의지하며 으쌰으쌰 운동했고, 일찍 끝나면 폼롤러로 마사지하며 수다도 떨었다. 그러다 두 분은 5:30에 정착(?) 하셨고 마지막 수업에도 함께 오셨다.
“코치님 이거 회복하면서 맛있는거 사먹어요”
”네? 이런거 왜요. 그냥 오시지.“
“아잇 빨리 넣고 빨리 돌아와요!”
“네..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셋 모두. 그래서 황급히 해산하고 먼 산 보며 씁씁 후후.
“자! 5:30 앞으로 오세요. 인사 나누고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실 모두와 눈 마주치기가 어려웠다. 괜히 재호님을 놀리기도 하고 은규님한테 실없는 농담도 해가며 평소와 같으려 노력했다.
5:30 을 마치고 6:30 오신 분들까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소중한 한 장. 찰칵!
6:30은 의외의 조합(?)으로 모였다.
시그넷 선배님 지환님 (알고보니 대학 후배였...)
무료체험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성현님
똘래미 운동회(여성 멤버들끼리만 진행했던 운동회)의 숨은 공로자 소여리님
똘래미 운동회 이후 안 올까봐 걱정했떤 미리님
파워 인싸력 모세님까지.
내 마음대로 팀을 짜고 타이머 시작과 동시에 구경꾼 모드가 시작되었다. 투닥거리면서도 서로 응원하고, 누워있다가도 내 차례에는 온 힘을 다하는게 팀전의 묘미지 싶어 미소가 번졌다.
신나게 구경하는데 7:30이 심상치 않다. 사람들이 자꾸 들어온다. 원래도 인원이 많은 시간인데 몇 명 더 와서 두 배는 되는 것 처럼 복작거렸다.
7:30은 세번째 수업이라 자칫 타성에 젖기 쉬운 시간인데 그럴 새가 없었다. 이제서야 고백한다면 금쪽이 반이었달까? 하하하. 잔소리도 많이 하지만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도 마찬가지.
블랙저점 다니는 혜미님과 멀리 한림에서 와주신 새하님까지 함께여서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오늘 무슨 날인지 모르고 오는 사람 있는 것 아니냐 했는데 양지님이 그러했다. 심지어 집에 돌아가서 카페 글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아주 자연스럽게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말이지.
항상 뛰어서 운동 오는 동원님은 집에 뛰어갈 채비를 마치고 쑥스럽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8:30 시작할 시간.
어젯밤까지 예약이 0명이라 휴강인가 싶었는데 나의 일복이 그런 사치를 허할리 만무하다. 앞선 수업 회원들이 뒤엉켜 복잡한 와중에 마지막 비치바디 수업을 이어갔다. 동작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자리 세팅에 애를 먹었지만 이 또한 그리워질 혼란스러움이었다.
수업은 마지막을 향해가는데 어째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운동 휴식 중인 회원님, 오전에 다녀간 회원님, 블랙지점 회원님, 수업이 끝났지만 남아있는 회원님, 함께 근무하는 코치님들까지. 북적거리는 가운데 수업이 끝나고 어색한 안부를 묻는데 불이 꺼지고 케이크가 들어온다.
‘올 것이 왔군. 울지 말자!’
다짐을 하고 웃었다. ‘스승의 은혜’가 흘러나오고 어색함에 손도 흔들어보고 우스갯소리도 던져본다. 따로 뒤풀이를 할 것도 아니어서 쭈뼜거리는데 선물을 하나씩 꺼내어 주섬주섬전해준다. 그보다 더 큰 마음을 전해준다. 이 아꼬운 (제주말로 예쁘다는 뜻) 사람들!
“코치님 저랑 사진 찍어요!”
누군가의 선창으로 시작된 포토타임. 한명씩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들과의 역사가 스쳐갔다. 많은 고마움을 ‘나 연예인같네!’라며 쑥스럽게 흘렸다 .(그런데 사진은 왜 안올려주나요 여러분?)
모두가 떠나고 텅 빈 체육관. 마지막 정리를 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2021년 8월 23일. 오전 10시 수업 파트타임 코치로 시작해서 2022년 2월부터 블랙지점 헤드코치, 2023년 11월부터 화이트지점 헤드코치까지. 제법 긴 시간을 보냈다. 아주 행복하게. 직접 짠 와드로 수업을 하고 0에서 90 이상 성장하는 회원들을 보는 것은 기쁨이고 추복이었다. 매일매일 그들 덕분에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잠깐만 안녕이라고, 곧 돌아오겠다고 했지만 당장 2주 뒤의 수술도 확실하지 않은 터라 혹 못돌아오면 어쩌나 싶어 벌써 그리웠다. 오늘이, 어제가, 그때가.
우리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던 또 반갑게 인사해요. 그리고 제 몫까지 즐겁게 운동해주세요.
여러분 사랑합니다.
참,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