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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쩌면 마지막 크로스핏

by 은주리

윤성이와 사장님 말고는 모두에게 비밀로 했다. 아직 측정 중인 대회가 있어서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 마지막 측정이 끝나면 털어놓아야겠다 생각했다.


11월 13일


역시나 힘들지만 즐겁게 측정을 마쳤다.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서 ‘역시 크로스핏은 변태스럽다.’며 깔깔깔.

서로 자기는 잘했는데 다른 사람때문에 못 끝냈다며 장난 섞인 탓을 하며 깔깔깔.

정말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물론 아무일 없었다면 하기 싫었을 테지. 간사한 사람 마음이란.)


“코치님들, 저 내일모레가 마지막 수업이에요.”

“잉? 네??? 아????”

“네? 15일부터 수업한다고요?”

“아니 아니. 그날이 끝이에요. 저번에 검사했던 것.. 사실은 유방암이래요.”


그간 있었떤 일, 앞으로 있을 일들을 이야기했다. 즐거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미안했다. 쓸데없는 농담과 장난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지우려 했다. 그럼에도 자꾸만 침묵이 생겼다. 아쉽고 슬펐다.


11월 14일

수업이 끝나고 영은씨와 참가 중인 대회의 마지막 측정을 했다. 이렇게 저렇게 작전을 짜고 텅 빈 체육관에서 마지막 측정을 시작했다. (씻으러 가던 지혜씨! 인증 영상 찍는 것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나, 둘, 셋, 넷... 아... 윽”

“괜찮아요, 침착하게!”


예상보다 많이 했는데 타이머가 울리지 않아 촬영이 잘못되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봐줄 사람이 없어서 계속 할 수 밖에.


“이제 14분 지나요!“


씻고 나타난 지혜씨가 알려준 시간에 놀랐다. 타임캡이 20분인데 아직 안끝났다고?

얼마 남지 않은 동작들을 온 힘을 짜내 끝냈다. 16분!


“우리 너무 잘 했어요!”

“진짜! 너무너무!”


찰떡콩떡 같은 합으로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쁨도 잠시.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영은씨, 사실....”

“저 들었어요 아까...”


퇴근 전에 알게 되었는데 오히려 내가 걱정되어 더 밝게 인사하고 아무일 없다는 듯 열심히 측정을 했던 것이다. 고맙고 미안하고 아쉽고 슬펐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크로스핏 대회가 끝이 났다. 시작할 때는 재미였는데 너무도 큰 의미로 남은 시간들이었다.


나의 짝꿍들.

너무나 고맙고 미안해요.

내가 먼저 하자고 꼬셔(?) 놓고는 더 열심히 못했어요. 하지만 그대들과 함께했던 측정 주간 모두 소중하고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다시 올 수 있다면 또 나의 짝꿍이 되어줘요.

내 몫까지 열핏 즐핏 하고 있어저요. 곧,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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