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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갑자기 근손실

by 은주리

“음.. 크기는 작은데 경계선도 조금 지저분하고 이 안에 하얀 거 보이시죠?”


모니터 위를 허우적거리는 커서는 오른쪽 가슴 어딘가에 박힌 하얀 콩알을 가리켰다. 이건 또 뭐람?


윤성이랑 두리는 밖에서 산책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제주시 가는 김에(제주사람에게 서귀포와 제주시는 서울과 부산 정도의 거리감이다.) 맛있는 것 먹자고 식당까지 찾아뒀다.

서귀포 촌에서 왔다고 무시당하면 안된다고 얼마 전에 산 퍼프소매 블라우스에 시폰스커트 입고 오백만 년 만에 파란 플렛슈즈를 신고 왔다.

이 모든 계획에 ‘조직검사’는 없었다. 적어도 오늘 바로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오전 외래 끝나는 데로 조직검사 하고 가시죠.”


홀린 듯이 수납을 하고 돌아오니 팔에 주황색 팔찌를 채워준다.


“Rt. breast

여/42세

1982/07/08“


불현듯 운동 걱정이 스쳤다.


‘오늘 스내치 수업인데 데모할 수 있나? 수업 끝나고 걸크러쉬 재측정도 해야 하는데?’


블로그를 빠르게 찾아보니 이틀은 과격한 운동과 수영은 금지란다.


‘내일 수영도 못 가나?’


이름이 불리고 윗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TV에서나 보던 초록천이 얼굴까지 덮여졌다.

마취주사는 크게 아프지 않았다. 문제는 조직검사 시술이었다.


“탕! 소리가 날건데 마취해서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놀라지 마세요.”

“탕!”

“으억...”

“괜찮으세요?”

“조금.. 아픈데요?”

”괜찮아요. 한번 더 할게요. “

“탕!!”

“우억! 더 아픈데요..”

“마취주사 더 놓을게요.”

“탕!”

“으윽!”

“마지막, 탕!”


네 번의 채취동안 계속 아니 점점 더 아팠고 오히려 옷을 갈아입을 즈음 마취가 된 느낌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시술부위가 아닌 마취가 안된 더 바깥쪽이 아팠던 것 같다.)

가슴을 압박붕대로 감고 옷을 갈아입고 20분 동안 지혈을 하고 있었다. 얼얼하고 블라우스에 피가 묻을까 걱정이 되었다.


“2주일 뒤에 결과 들으러 오시면 돼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지만 병원을 나와서 타이레놀부터 사서 먹었다.

가기로 했던 식당에서 오늘 출근을 못할 것 같다 전화를 하고 찜찜한 마음과 불편한 몸으로 밥을 먹었다.


갑작스러운 조직검사 때문에 크로스핏 대회 측정에 차질이 생겨 신경이 쓰였다. 내가 먼저 같이 하자고 설득했는데 나 때문에 이번 주 예선은 통으로 재측정이 물 건너갔다. 미안하고 아쉬웠다.


“아... 본선 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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