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라는 것이죠?”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왔고 외과 진료를 보는 것 이 좋겠다는데 왜 가야 하는지는 빼놓고 설명을 해준다.
“유방 검사 결과 때문이고예(제주 방언의 높임말 어미). 이거는 넘기지 말고 꼭 가봅써예.“
평소라면 제주도 말 알아들었다고 자랑부터 했을 테지만 그럴 정신이 아니다. 짧은 틈에 ‘어랏?‘하는 마음이 뭉그러진다.
앞서서 산책 중인 윤성이를 불러 세워 아무렇지 않은 듯 큰 소리로 말한다.
“자기! 나 아픈가 봐. 병원 오래!”
여차저차 설명을 해주니 조금 놀란 눈치지만 안심시키려 애쓰는 게 보인다.
“오늘 바로 가야겠어. 수술 있는 날 아니면 보통 당일 진료 가능하데.”
두리 산책을 마저 하고 집에 오자마자 간단히 준비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서귀포에서 겪기 힘든 교통 체증으로 30분이면 도착할 병원을 50분 만에 도착했다. ‘운수 좋은 날’이 끝인 것 같아 두근거린다.
외과 진료 접수를 하고 진료실 앞으로 가니 하필 방금 시술을 시작하셔서 20분 기다리라 한다. 이쯤 되면 괜한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나는 것이 사람마음 아니겠는가.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아 폰을 들여다보며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다.
“여기 보이는 흰 점들이 석회입니다. 보통 덩어리로 보이는데 환자분은 사진처럼 넓게 흩뿌려져 있듯이 나와요.”
밤하늘의 은하수마냥 내 유방 X-ray가 반짝거렸다.
“여기는 검사나 수술을 못하니까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서류 써드릴 테니까 협력센터 가서 예약하세요.”
이 와중에 낮에 다 못한 운동이 생각난다. 조금 일찍 출근해서 수업 전에 마저 할 계획이었는데 물거품이 되었다. 빨리 이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
“제대 병원에 초음파가 많이 밀려서 여기서 하고 오라고 하네요.”
다음 주 월요일 오전으로 초음파 예약을 잡고 부랴부랴 출근을 한다. 운동은커녕 옷도 못 갈아입고 바로 수업을 해야 했다.
갑자기 터진 일에 정신이 혼미하다. 하마터면 대회 측정 영상 업로드도 잊어버릴 뻔했다. 마감 직전에 기록을 제출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물론 병원 진료는 별것 아닌 일이라 잊은 지 오래였다.
오만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