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03.03.
티모시 샬라메가 나오고,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개봉하기 전부터 기대를 했었다.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을 탄 최초의 가수, 라는 점과 유명한 팝가수—팝이 맞나?—라는 정도만 알았다. 전기 영화는 그 인물의 배경을 알면 더 좋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도, ‘로켓맨’도 그들의 배경을 엄청 잘 알지 못했어도 재밌게 보았었기에 별 부담없었다.
영화는 1961년, 중병을 앓고 있는 우디 거스리를 만나러 밥 딜런이 병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피트 시거. 밥 딜런은 우디 거스리의 부탁으로 자작곡을 부르고, 피트 시거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게 된다. 그 인연으로 밥 딜런은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신의 실력으로 불과 2-3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밥 딜런은 사람들이 그에게 바라는 것이 점점 부담으로 느껴진다. 어두운 밤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닐 정도다—이건 원래 이 시대의 젊은이의 겉멋일지도? 그렇게 시대화 상황, 주위 사람들의 변화를 겪으며 밥 딜런도 변한다. 그리고, 매년 올라가던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포크송이 아닌 록앤롤을 부른다. 사람들에게 야유를 받은 밥 딜런은 마지막 곡으로 포크송을 마지못해 부르고, 만족하냐며 무대를 떠난다.
밥 딜런은 우디에게 받은 하모니카를 돌려주며, 우디의 병실을 떠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원래 밥 딜런이 어떤 말투로 말하고, 어떤 표정을 짓는지 잘 모른다. 외형은 물론 그의 노래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유명한 사람이니 듣기야 했겠지만, 밥 딜런이 부른 노래를 하나만 대보라고 하면 한 곡도 못 댈 것이다. 그럼에도 극에 나온 노래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포크송. 기타 하나와 남자 혹은 여자의 목소리로만 채워진 장르—라고 영화에서 설명한다. 밥 딜런도 이것에 끌려 포크송을 시작했지만, 사실 밥 딜런은 음악의 장르를 구분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들어서 좋으면 되잖아. 그래서 뉴포트 페스티벌에서 록앤롤을 부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이는 밥 딜런의 반항이다. 사람들이 노래를 ‘포크’ 라는 장르에 가두려고 하는 것은 밥 딜런에게 ‘blowing in the wind’만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과 동일하다.
밥 딜런은 무척이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그렇게 나온다. 실비,라는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당대 유명 여가수인 조안과 동침하기도 하고, 실비와 헤어지고나서도 그를 잊지 못해 새벽 4시에 찾아가기도 한다. 조안에게도 마찬가지다. 멋대로 호텔로 찾아가 하룻밤도 못 지내고 쫓겨난다. 그렇기 때문에 밥 딜런은 일반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명곡들을 마구마구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밥 딜런의 행동만 보면 이해할 수 없었다. 원체 내가 꽉 막힌 사람이기도 하지만 자유롭다 못해 제멋대로인 밥 딜런을 보면 너무 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프레디 머큐리처럼 자신의 유명세에 못 이겨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거나—프레디 머큐리도 자유롭게 노래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레코드 회사와 매니저 때문에 자유를 빼앗긴다— 엘튼 존처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 인간적으로 공감을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에서 밥 딜런은 초인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상처 입은 장면도 나오고, 밥 딜런도 쉽지 않았겠다, 생각하지만 자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산 게 아닌가? 싶었다. 특히, 실비를 대하는 장면은 더욱. 기껏 정리한 실비를 뒤흔들고는 계속 자기 옆에 두려고 한다. 실비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린 적 없으면서.
결정타는 영화의 절정이자 결말이라고 할 수 있는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이다. 왜 여기서 포크송을 불러야 하는지 모른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뉴포트 페스티벌은 6년 전부터 포크송을 부흥시키기 위해 만든 페스티벌이다. 거기서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야. 시대의 흐름은 포크송이 아니야. 이제는 록앤롤이야. 너네도 이거 들어. 하며 깽판치는 꼴이 정말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뉴포트 페스티벌은 밥 딜런이 공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피트 시거가 공들인 페스티벌이다. 피트 시거가 부탁까지 한다. 포크송을 불러달라고.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서 기여코 록앤롤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피트 시거가 어떤 성격을 가졌고, 밥 딜런과의 관계가 어떤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만 봤을 때는 밥 딜런이 너무 했다. 밥 딜런도 서운했을 것이다. 새로운 앨범을 들어봤냐고 피트에게 물었을 때, 피트가 듣지 않아도 안다고 말했으니 거기에 반항심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내 음악을 듣지도 않고 왜 멋대로 정의하는 거야? 라고. 그랬다면 차라리 펑크를 내거나(이것도 전혀 프로답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뉴포트 페스티벌에 서는 거라고 선언하던가 해야 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보지 않아도 밥 딜런을 훌륭하게 모사했을 거고, 그 시대를 완벽하게 복사 붙여넣기 했을 것이다. 노래도 하나같이 다 좋고. 하지만 밥 딜런, 이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실제는 몰라도 ‘컴플리트 언노운’에 등장한 밥 딜런은 정말 밥맛이었다. 자유로운 영혼. 좋다. 그러려면 사람들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제멋대로 자기를 규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것이 유명 가수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이 아닌가? 이건 유명해서 돈을 많이 벌었으니 사람들이 하는 말에 복종하라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는 타협을 하라는 말이다. 음악 장르에 구분이 없다면서 마지막에 우디에게 하모니카를 돌려주는 장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모니카를 돌려주는 건 이제는 포크송을 부르지 않겠다는 건가? 이제 뒤쳐진, 고리타분한 장르니까?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 같았다.
밥 딜런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시대상이 어떤지 한 번 찾아봐야겠다. 영화에 담기지 않았지만 대중에게 엄청나게 압박을 받았고 심적 고통을 얻었을지 모른다. 영화로만 그를 판단해선 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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