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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by 송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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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30.


올해 2월 ‘캡틴아메리카 4’에 이어 개봉한 ‘썬더볼츠*’. 개인적으로 ‘캡틴아메리카 4’보다 더 기대가 컸다. 각본에 ‘성난 사람들’을 쓴 이성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성난 사람들’은 개인의 분노와 억압을 잘 드러낸 작품이었기에 ‘썬더볼츠*’의 등장인물들을 다루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보았다.


스토리는 등장인물과 예고편만 봐도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간다. 더욱이 나처럼 마블 코믹스를 속속들이 알진 못해도 곁다리로 이것저것 주워 들은 사람은 센트리가 참전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상대로 스토리가 흘러갔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나쁘냐, 하면 근래 나온 마블 영화들 중에서는 제일 나았다. 그나마 나았던 ‘데드풀3’보다 더. 영화 자체의 짜임이 잘 되어 있다고 할까.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중구난방으로 나오는데 하나로 잘 엮었다. 그들이 왜 모이고 어떤 이유로 힘을 합치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잘 다루었다. 배경이 다른 인물들의 공통점인 어두운 과거, 끔찍한 과거를 새로운 인물인 밥—센트리와 잘 엮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얼기설기 얹지 않고 촘촘하게 엮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보이드’와의 싸움에서도 억지로 이겼다는 느낌보다는 최소한 관객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썬더볼츠*’만 가지고 ‘보이드’는 못 이기지.... 그렇기에 아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럴 거면 뭐하러 싸우나? 싶은 결말이기 때문이다. 빌런으로 내세운 센트리가 불안정한 히어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씻을 수 없는 과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말한다.


영화는 옐레나의 임무로 시작한다. 옐레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권태도 있지만 외로움과 씻을 수 없는 끔찍한 과거에서 기인한다. 이건 히어로만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은 과거가 있고 그것이 좋은 것만 있지 않다. 영영 지우고 싶은 기억도 아주 많다. 이상하게 지우고 싶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끈질기게 나를 괴롭힌다. 밥이 센트리 프로젝트에 지원한 것도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서라는 공감이 가는 이유 때문이다.


사람은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허영심일 수도 있고 외부의 압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나 스스로를 위해서 그렇게 바란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더 잘했다면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더 나은 내가 되는 건 프로젝트에 지원해서 약물을 맞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 마음을 굳게 먹고 힘든 현실을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다. 삶은 고통이다. 회피는 방법이 아니다. 회피한 과거도 꾸준히 내 안에 쌓일 테니까. 못난 나도 ‘나’고, 잘난 나도 ‘나’다. 나눠서 생각할 수 없기에 우리는 묵묵히 고통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으로서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간다.


영화를 보면서 ‘센트리’처럼 피지컬이 신급이지만 정신계 공격을 하는 빌런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했다. 완전무결한 빌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슈퍼맨은 크립토나이트라는 약점이라도 있지 센트리는 없잖아? 한 번 힘이 발동되면 ‘보이드’도 깨어나는 방식이라—영화에서 그렇게 설명한다—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센트리’가 나중에 동귀어진하며 희생하는 그림이 나오려나. 이 방식이 제일 별로인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영화에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독립된 영화지만 인물들이 이전 마블 영화들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그걸 안 본 사람들은 저들의 능력이나 과거에 크게 몰입하지 못할 수 있다. 옐레나와 레드 가디언, 태스크 마스터는 ‘블랙 위도우’, 고스트는 ‘앤트맨’, 워커는 ‘팔콘과 윈터솔저’, 발렌티나는 ‘블랙팬서’. 다른 애들은 영화에라도 나왔지, 워커는 드라마에만 나오는데 이걸 안 본 사람들은 어떻게 아냐고. 영화에서 대사나 분위기, 회상 장면 때문에 짐작할 수 있지만 ‘썬더볼츠*’만 본 사람들은 왜 너네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냐고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마블 영화를 독립된 작품으로 즐기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어쩔 수 없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아쉬운 점 하나 더. 쿠키를 다루는 방식이다. 또 옛 버릇 못 버리고 다음 작품과 연계하는 장면을 넣었다. 샘 윌슨—캡틴아메리카와 어벤저스 상호명을 가지고 싸우는 건 현실적인 문제라서 괜찮았는데 ‘판타스틱4’가 넘어오는 걸 보여주냐는 거다. 이러면 ‘판타스틱4’의 결말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되잖아. 아무리 사람들이 예상을 한다고 해도 쿠키에서 대놓고 보여주면 예측 가능성을 좁혀 버리니 아쉬운 대처다. ‘판타스틱4’를 볼 거지만 이 쿠키를 보고 ‘판타스틱4’에 흥미를 가질 사람이 있을까? 또 다음 걸 봐야 한다는 피로감이 먼저 다가오지 않을까? 독립된 영화에 쿠키 좀 안 넣으면 안 되겠니....


보면서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겠다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보이드’와의 결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이리 떨어지고 저리 떨어지는 장면은 한순간도 서있질 못 한다. 죄다 엎드려서 고개를 처드는데 고생이 많겠다 싶었다.


근래 나온 마블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캡틴아메리카4’는 영화 자체에서 애쓴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안쓰러웠다. 뭘 더 보여줘야 해. 사람들 관심을 더 끌어야 해. 극장으로 모아야 해. 하지만 ’썬더볼츠*’는 그렇진 않았다. 작품 짜임이 좋아서 편하게 보았고 많은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러면 ‘판타스틱4’도 기대해도 되죠…?


+ 쿠키는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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