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05.21.
드디어 정식 개봉한 ‘그리드맨 유니버스’!
일본 현지에서 23년 3월에 개봉했으니 무려 2년하고도 2개월이 지나서 개봉했다. 90년대, 많이 봐줘서 0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그것도 서브 컬쳐 극장판인데 극장 개봉이 어디냐는 얘기를 했겠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보니 오래 묵힌 사실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지만 일단 극장으로 향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는 ‘SSSS 그리드맨’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되나) 유타를 다시금 전면에 내세웠다. ‘SSSS 그리드맨’에서 실제 유타는 기억 상실에 걸렸고 그를 움직인 건 그리드맨이었다는 반전이 있었다. ‘그리드맨 유니버스’에서는 기억을 되찾은 유타가 주인공으로 나오며 그의 시점을 따라간다. 극장판은 ‘SSSS 그리드맨’과 ‘SSSS 다이나제논’의 최종편이자 3부작을 마무리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앞선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내용이 중구난방인데다 시간을 계속 점프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은 의도한 것이다.
제멋대로 해석을 해보자면 기억 상실을 겪은 유타가 느끼는 현재를 관객과 공유하기 위한 연출로 받아들였다. 유타는 2달 간 기억을 잃었고 현재로 돌아왔다. 기억을 잃은 사이 세계를 구했고 릿카와 친해졌다. 그리고 자신들이 신죠 아카네라는 한 인간—신에게 만들어진 피조물이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다. 유타는 덤덤해보이지만 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거기에 릿카에게 고백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으니 더욱. 그리고 그 세계들을 공유하는 그리드맨 때문에 세계가 중첩되었으니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했다. 그리드맨은 또! 이용만 당하는 게 그의 대사처럼 참 약하다.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유타는 그리드맨을 공유하는 세계의 중첩을 막고 그리드맨을 구하기 위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한다. 이런 행동에 릿카는 유타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모두의 힘을 모아 세계를 구하고 그리드맨을 구하는 것으로 극은 끝난다.
극장판답게, 3부작의 완결편답게 소위 ‘오타쿠’가 좋아하는 걸 마구마구 넣었다. 가능한 합체 조합은 전부 다 보여주고 스케일도 크다. 폭발이 계속 일어나는데 눈이 시렸다. 때마침 나오는 오오이시 마사요시의 ‘uni-verse’는 최고였다. 전편들에서 회수하지 못한 떡밥도 거진 다 회수했다.
무엇보다 뻔한 적을 상대하지 않은 것도 좋았고, 스스로가 만든 허구를 믿는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았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오래 살아남은 이유를 ‘이야기’로 꼽기도 한다. 어찌보면 그리드맨 세계에 사는 아이들—실사가 아닌 그림으로 그려진 아이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림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허구라는 뜻이 아니라 실제 세계에 존재하지 않은, 누군가의 상상에 의해 창조된 존재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그들의 싸움, 좌절, 극복, 사랑을 보면서 울고 웃고 응원한다. 허구인 소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에서 독자와 관객이 힘을 얻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에 대한 우열은 없다. 유타가 드라마 중심 연극에 눈물 짓고 우츠미가 특촬극에 눈물 짓는 것처럼. 실컷 터지고 기합을 듣느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곱씹을수록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유타와 릿카가 이어졌으니 이보다 해피엔딩이 어디 있을까!
제법 깔끔하게 3부작을 마무리 지어 다행이다. 가끔씩 뇌절하는 경우를 왕왕 보았기에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내용은 몰라도 소문은 익히 들었기에 안심하고 보았지만.
한편으로는 ‘SSSS 그리드맨’과 ‘SSSS 다이나제논’이 끝나고 일본에서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적어도 일 년 안에 개봉했으면 더 많은 감정과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프로메아’의 늦장 개봉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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