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05.26.
드디어 ‘미션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의 후속편이자 최신작인 ‘파이널 레코닝’이 개봉했다. 파트1이란 이름으로 개봉해서 파트2로 개봉할 줄 알았으나 파트 1, 2로 나눈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파트 2를 떼고 부제를 바꿔서 나왔다.
스토리에 대해서는 사실 이야기할 게 없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단 한 편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아니 시놉시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알 것이다. 주인공 에단 헌트가 세계를 위협하는 절대악에서 갖은 고난을 뛰어 넘어 세상을 구하는 내용이라고. 나를 비롯한 관객들은 에단 헌트로 분한 톰 크루즈가 어떤 미친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하며 극장을 찾을 것이다. 이번 편도 마찬가지다. 이전 시리즈와 다른 점이라면 맞서 싸워야 할 적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현재를 반영해서 초고도 인공지능이 적이며 그것을 손에 넣어 도구로 사용할 욕심 많은 인간을 상대한다. 결과는 상처 투성이가 된 에단 헌트의 승리. 뻔한 이야기다.
내가 본작을 보고나서 말하고 싶은 건 그 내용이 아니라 에단 헌트, 라는 인물이다.
에단 헌트는 본작에서도 그렇지만 이전 시리즈를 보고 있자면 ‘타락’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의심도 많이 받는다. 겉으로 드러나선 안 된다며 IMF에게 절대 성공할 수 없는 미션을 던져주고 그것을 성공하면 당연한듯 받아들이며 다음 편에는 괘씸하게 에단을 의심한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에단 너 뿐이야, 라면서. 내가 에단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면 뒤통수 친 놈들을 모조리 없앴을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그러지 않는다.
에단은 ‘초인’이다. 그가 가진 육체적인 능력만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면을 말하고 싶다. 정신도 단순히 고문에 강하다거나 심지가 굳다거나 이런 걸 말하고 싶지 않다. 그와는 조금 결이 다른 부분을 말하고 싶다. 바로 인간의 선함을 믿는 것. 그리고 자신도 예외 없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점이다.
본작에서 적으로 나오는 초고도 인공지능 엔티티는 전세계의 보안을 뚫고 핵 미사일을 해킹한다. 하지만 그것도 완벽하지 않아서 그것을 도구로 쓸 수 있는 기술이 있다. 그것이 엔티티를 막는 방법과 이어지기도 하는데 여하튼 에단은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에단을 돕는 그레이스는 ‘당신이 엔티티를 올바르게 사용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단은 그것을 거절한다.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다. 그는 정말 초인 같은 능력과 정신력을 가졌음에도 이런 위험한 물건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올바른 판단한다.
에단은 언제적인가부터 초인이 되었다. 초창기에는 고민도 많이 하고 유혹에도 흔들렸는데 4편 쯤부터는 거의 초인이 되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성급한 행동을 하는 원인은 한 가지, 동료가 위험에 빠졌을 때이다. 그럴 때 말고는 에단은 말도 안되게 선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 이런 에단의 선함에 그의 팀원들도 감화되나보다. 루터를 제외하면 거의 원년 멤버나 다름없는 벤지는 물론 새로 합류한 그레이스, 파리, 드가 모두 에단과 팀을 이루고 나서는 선한 인간이 되고 만다. 절대적인 선과 함께하면 자신이 잊었던 선함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인간의 선함 말고도 영화에서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힘’에 대해서 말한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미션임파서블은 에단이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불가능하지만 옳은 선택을 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이끈다. 하지만 본작은 유독 선택에 관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엔티티(가 보여준 현실)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서로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 대통령이 핵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 대통령의 선택을 지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올바른 선택은 무엇인가.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를 믿어야 하는가. 내 친구를 믿어야 하는가 등등 영화에서 제시하는 선택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질문이 ‘인간의 선함’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선함’을 믿어야 이 복잡하고도 빠른 세상이 평화롭게 유지될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인간은 본디 악하며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 찬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부끄러워진다.
좋은 점만 늘어놓았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반복해서 같은 장면을 쓰는 부분도 있었고 액션은 정말 미쳤지만—심해에서 하늘까지 진짜 미쳤다!— 액션 시퀀스가 조금 길어서 기발한 액션임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빌런인 엔티티는 존재 자체가 모호하고 그것을 빼앗으려는 가브리엘은 너무 비호감이라서 빌런의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시리즈 전반에 대한 예우나 오마주가 있는 점은 좋았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를 빠짐없이 챙겨본 팬이라면 오! 하고 놀랄 지점이 꽤 있다. 그래서 이번 편이 마지막인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들었다.
액션 영화지만 그 안에 관객을 울리는 메시지가 있을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톰 크루즈도 많이 늙었고—인정하기 싫지만 영화 내에서 그가 스턴트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세월의 흐름이 더욱 느껴진다— 에단 헌트가 세상을 구한다는 큰 줄기에서 바뀌지 않는 한 관객에게 항상 새로운 액션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점점 더 위험하고 스턴트를 위한 영화를 만들게 될 것 같아 충분한 완성도를 만들지 못하면 다음 작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평하는 2편도 재밌게 본 나로서는 8편까지 모두 수작인 것도 미친 시리즈라 본다. 그러니 후속작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아무리 OTT가 발달하고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극장에서 봐야 오롯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미션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이 그러하다. ‘탑건 : 매버릭’도 그랬는데 톰 크루즈는 진짜 이 시대에 남은 시네마 수퍼 스타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시네마의 황혼기를 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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