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10.15.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는 공포, 호러 영화는 아예 배제했을 정도였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감각이 무뎌졌는지 극장에서 공포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점프 스퀘어가 잦은 영화는 여전히 극장에서 못 보지만 분위기로 조이는 영화는 괜찮다.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포기할 수 없다.
영화는 시놉시스대로다. 의문의 아동 실종 사건. 한 학급에서 일어난 일이다. 18명 중 한 명을 제외한 아이들이 새벽 2시 17분 집을 나가 어디론가 뛰어간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당사자들—사건의 주모자로 의심 받는 담임 선생님 저스틴 갠디와 실종 아동 매튜의 아빠인 아처 그래프—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조—플롯을 참 잘 짰다.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는 방식인데, 관객에게 선입견을 심어주고 또 그것의 다른 면을 보여주면서 비트는 걸 적절하게 이용했다.
서두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실종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고 본 사건으로 들어간다. 맨처음은 담임 선생인 저스틴이다. 저스틴은 올바른 어른처럼 보이지 않는다. 좀 이상한 게 담당한 아이들이 실종되었는데 차분하다 못해 남일처럼 대하는 면이 있다. 이는 저스틴의 행실 때문이다. 저스틴이 다정한 교사일지는 몰라도 인간으로서는 그리 모범적이지 못하다. 음주운전으로 잡힌 적도 있고 아이들과 너무 친밀하게 다가가려는 탓에 소문도 좋지 못하다. 또 술을 거절하는 옛 친구이자 경찰인 폴에게 술을 억지로 권하는 모습, 그리고 그날 함께 잠자리를 가지는 걸 보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애들이 사라졌다고 숨 죽여 살라는 건 아니지만 자제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색안경을 끼니 저스틴이 하는 행동이 전부 수상쩍었다. 이렇게 관객에게 의심을 심어주고 다음 인물로 넘어간다.
실종 아동 매튜의 아빠인 아처다. 아처는 매튜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일상 생활을 못한다. 건축업자인데, 잔디와 페인트 주문을 실수한다. 아처는 습관처럼 매튜가 집을 뛰쳐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가 열추적 미사일처럼 한 곳을 향해 달려간다고 생각, 그것에 착안해 아이가 향한 장소를 좁힌다. 그리고 마커스에게 습격 당하는 저스틴과 만난다.
그 다음은 저스틴의 친구이자 경찰인 폴, 폴과 엮인 마약중독자 제임스, 교장 마커스를 거쳐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알렉스로 인물들을 차례차례 조명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알려준다. 그리고 영화 서두에 등장한 어린아이의 목소리로 후일담을 간단히 설명하고 영화는 끝난다.
공포 영화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원인을 찾는 과정은 무서운데 구체적인 원인을 찾고 나면 재미가 급감한다. 다른 장르의 영화로 바뀌기 때문이다. ‘놉’, ‘파묘’가 그렇다. ‘곡성’, ‘미드 소마’처럼 기묘한 분위기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영화도 있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바가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웨폰’은 사건의 원인을 보여주고 감정적인 고조가 다다랐을 때 영화가 끝난다. 나레이션으로 후일담을 간단히 설명할 뿐 사건의 구체적인 해결을 보여주지 않는다. 글래디스를 처리한 아이들에 대한 처벌이나 폴과 제임스를 죽인 저스틴에 대한 처벌은 관심이 없다는 듯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말끔한 해결을 바란 관객은 조금 찝찝할 수 있겠다. 내 얘기다.
사건의 원인은 신상 미상의 알렉스의 이모 ‘글래디스’의 주술 때문이다. 글래디스는 그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마땅한 벌을 받지만 그걸론 말끔하지 못하다. 내가 말하는 ‘말끔’은 주술에 걸린 아이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등장인물 모두가 그 나름의 구체적인 결말을 맞이하는지에 대해 모호하다는 뜻이다. 단편소설처럼 관객에게 맡기는 면이 있다. ‘글래디스’가 왜 그런 주술을 쓰는 것이며 주술에 걸리면 왜 그러는 건지 제대로 설명하는 건 없다. 관객이 추측할 수 있도록 힌트를 주기는 한다. 저스틴이 ‘촌충’에 대한 수업을 하거나 마커스가 ‘동충하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 글래디스가 사용하는 주술이 피주술자의 생명력에 기생하는 종류로 보인다. 마녀가 약해진 몸을 보양하고 오래 살기 위해 이런 사건을 벌인 게 사건의 전말일까?
그러다 보니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주술이 어린아이가 따라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고 부작용이 없는가? 주술자가 주술을 당한 제물의 컨트롤을 할 수 없는가? 등 개연성이 부족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또 장르적 재미라고 받아들이면 물고 늘어질 건 없다.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사건과 현상을 밝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서두와 결말을 맡은 나레이션에서 어린아이의 입을 빌린 이유가 이런 점을 염두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영화를 마치 미스터리한 옛날 이야기나 소문처럼 말해서 조금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은 입과 입을 거치면서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라고 보험을 까는 것이다. 영리한 선택이다.
알렉스가 부모를 찾았지만 행복해졌을까? 아처가 매튜를 찾았지만 행복해졌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주술에 걸린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나니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주술자가 죽었으니 영원히 주술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아닐까? 이런 걱정도 들었다.
영화 구조를 보면서 진실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스틴에 대한 선입견. 매튜에 대한 선입견. 매튜는 실종 아이면서 아처의 행동으로 보아 불쌍하고 착한 아이일 것처럼 보이지만 알렉스를 괴롭히는 아주 못된 자식이다. 주술에 당한 게 꼴 좋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걸 보면 글래디스가 알렉스에게 친구들의 물건을 가져오라고 부탁했을 때 부모님을 구하려는 생각 말고도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에 대한 복수심도 조금은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치고는 통조림 수프를 꼬박꼬박 먹이는 걸 보면 내가 너무 시선이 비뚠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사건—진실은 시점에 다르다는 게 참 재밌고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 싸움이 일어나는 건가…
보면서 감탄한 건 영화가 사운드를 정말 잘 활용한다. 분위기를 조여야 할 때 불쾌한 배경음을 넣어서 긴장감을 불어넣고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도 영화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화는 영상도 영상이지만 소리도 중요하다.
여담으로 원제는 복수형 ‘WEAPONS’인데 정식 개봉명은 단수형 ‘웨폰’으로 정해졌을까, 궁금하다. ‘웨폰스’나 ‘웨폰즈’라고 하면 안 될 이유가 있을까? 단순한 호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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