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터 : 죽음의 땅

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by 송건자
‘프레데터 : 죽음의 땅’ 포스터


2025.11.7.


예고편을 봤을 때 재밌겠다, 싶었다. 예고편을 봤다는 건 극장에서 안 볼 가능성이 꽤나 높다는 얘기다. 물론 기대감을 못 이기고 보는 작품도 있다. 무조건인 건 아니다. 여하튼 11월에 볼 영화가 많아서 볼까 말까 망설였다. ‘프레이’와 ‘프레데터 : 킬러 오브 킬러스’를 재밌게 봤던지라 관심이 없었던 프레데터 시리즈에 흥미가 붙었다. 갈팡질팡하다가 결정적으로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메가박스 오리지날티켓 때문이다. 딱히 이쁜 건 아닌데 수집욕이 돋았다.


각설하고, 감상으로 넘어가자.


영화는 프레데터의 간판인 야우차 종족(프레데터는 인간이 부른 명칭이고 야우차 종족 언어로는 야우차라고 한다고 한다)의 덱이 주인공이다. 덱은 다른 야우차보다 몸집도 작아 아버지에게는 멸시 당한다. 죽어 마땅한 놈이라고 대놓고 깐다. 형인 퀘이는 덱의 능력을 증명할 기회를 달라며 아버지조차 사냥을 꺼리는 칼리스크의 목을 덱이 가져올 거라며 두둔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덱이 그럴 능력이 있냐며 나약한 놈은 솎아야 한다며 플라즈마 블레이드부터 들이댄다. 퀘이의 희생으로 덱은 칼리스크가 사는 행성 ‘겐나’에 불시착하고 자신을 증명하고자 칼리스크 사냥에 나선다. ‘겐나’는 육식 식물을 시작으로 기괴하고 기발한 동식물들이 많다. 덱은 불시착한 여파와 낯선 환경에 당하기만 한다. 그러다 하반신이 없는 합성인간 ‘티아’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다. 티아는 덱에게 칼리스크의 둥지를, 덱은 티아를 하반신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공동의 목표을 가지고 동행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버드, 라는 원숭이를 닮은 외계 동물도 합류하며 셋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이런저런 상황에 마주하며 덱과 티아는 서로 이용하고 배신하면서 위기가 찾아오지만 상황의 변화 속에서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며 관계가 재정립된다. 덱과 티아는 공동의 위기를 해결하고 버드를 부족의 일원으로 맞이한다. 덱은 자신만의 부족을 만들고 아버지를 죽임으로서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한다. 영화는 다음 이야기를 암시하며 끝난다.


영화를 다 보고 느낀 건 ‘깔끔하다!’ 였다. 이전작인 ‘프레이’와 ‘프레데터 : 킬러 오브 킬러스’를 봤을 때도 느꼈지만 댄 트랙터버그 감독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정보를 찾으면서 ‘클로버필드 10번지’ 감독이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꽤나 재밌게 본 영화이기 때문이다. 역시 능력자는 어디서든 빛을 내기 마련이다.


액션에 치중했다고 하나 영화에서 말하는 게 없지 않다. 진정한 자유와 승리란 무엇인가. 전통이란 허울에 갇힌 편협한 사고에 평가 받아야 하는가? 인생의 목적이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출해야 하는 것이다. 덱이 아버지의 명령에 칼리스크를 사냥해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이긴 테사의 두개골을 가져오는 것이 그것의 답이다. 또한 전통에 따라 아버지의 부족을 잇지 않고 자신의 부족—덱, 티아, 버그—을 꾸리며 운명에 멋지게 반격했다. 이는 합성인간인 티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티아는 웨이랜드 유타니 기업의 명령대로 움직여야 하지만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덱과 티아 모두 성격이 다르고 자유분방하지만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였다는 걸 생각하면 결말에서의 그들의 변화는 바람직하다. 이야기에서 인물의 변화는 중요하다.


야우차 종족의 얼굴 때문에 영화를 못 보는 게 아니라면—괜히 포스터에서 투구를 쓴 게 아니다— 킬링 타임용으로 괜찮다. 가슴 깊이 울리는 감동과 교훈을 찾는다면 아쉽겠지만 이 세계에서 본 적 없는 특이한 동식물과 지구의 물리를 벗어난 SF 액션을 보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스토리도 클리셰가 적절하게 섞여 있어 충분히 예상 가능하면서도 그 나름대로 꼬았기 때문에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아 지루하지 않다. 특히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액션도 선보인다. 티아의 상하반신 분리 액션은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도 이용할 줄은 몰랐다. 여러 영화들의 오마주를 찾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CG 때문인지 클라이맥스 전투씬이 야간에 일어나서 잘 보이지 않는 건 조금 아쉽다.


에일리언 시리즈와 달리 프레데터 시리즈는 사전 정보를 알아야 한다. 야우차 종족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는 호전성에 대해 알아야 덱의 행동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저들이 왜 전투광인지 몰라서 스토리에 몰입하지 못했다. 야우차 종족은 원래 전투에 미친 놈들이라고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한다. 사이어인 같은 종족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프레데터를 재런칭하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까지 본 것 모두 만족스럽다. ‘프레이’와 ‘프레데터 : 킬러 오브 킬러스’ 모두 극장 개봉은 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는데—막상 개봉했으면 안 봤을 거 같아서 디즈니 플러스 공개는 잘한 선택일지도?— 역시 극장에서 보니 더 재밌다. 야우차 종족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 같은데 투구를 벗은 모습이 아무래도 조금 비호감(..)이다 보니 일반 관객에게 어필이 될지 모르겠다. 에일리언 시리즈가 ‘로물루스’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가 ‘어스’로 다시 기대치가 내려가는 걸 보면 프랜차이즈에 접근할 때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팬들의 염원을 이용해서 엉터리로 만들어서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뜨끔하는 시리즈가 있을 거다!


하나 더 말하자면, 엘 패닝이 진짜 귀엽게 나온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엘 패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연기가 두말없이 잘한다. SF와 야우차 종족의 얼굴이 싫어도 엘 패닝의 팬이라면 도전해봄직하다.


궁금한 것이 본작에서 등장하는 웨이랜드 유타니와 에일리언에 나오는 웨이랜드 유타니가 같은 기업인지 모르겠다. 에일리언과 프레데터는 옛날에 크로스오버한 작품이 몇 개 있기 때문에 공통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인터뷰에서는 이름만 같을 뿐 다른 기업이라고 해서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같은 세계관이면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두 시리즈 모두 엉망이 될까 걱정이다.


쿠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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