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2025.12.17.
영화관은 자주 가지만 특별관에 가는 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놀란 감독이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이 개봉할 때나 찾는다. 특히 ‘아바타’ 시리즈는 특별관에서 봐야 한다, 는 생각이 박혔다. 1편을 보았을 때 느낀 그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개봉날 IMAX로 보고 싶었는데 좋은 자리가 다 나가서 코엑스 돌비 시네마에서 보았다. ‘물의 길’도 코돌비에서 봤는데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골랐다.
벌써 3편까지 나온 아바타. ‘물의 길’은 1편과 다소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불과 재’는 전작인 ‘물의 길’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의 길’에서 매듭 짓지 못한 일이 이어진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타리의 첫째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은 가족 전체에게 영향을 준다. 부모인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는 아들의 죽음을 잊지 못했고 로아크는 자기 때문에 형이 죽었다고 자책한다. 스파이더는 친부인 쿼리치에게 신경이 쓰인다. 쿼리치는 (내가 보기엔 필요 이상으로) 스파이더에게 마음을 쏟는다. 영화는 1편에서 이어져온 구도를 답습한다. 인간 대 나비족. 아바타 1편에서는 오마티카야 부족에 한정했지만 2편에서는 멧카이나 부족과 톨쿤족이 합쳐지고 ‘불과 재’에선 ‘망콴 부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비족, 톨쿤족과 모든 생명체들이 힘을 합쳐 인간에 대항한다. 그리고 설리 가족은 위기를 봉합하고 하나가 된다.
아바타 시리즈를 보면서 스토리가 특별하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는데 ‘불과 재’는 인물 구도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네이타리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나비족과 싸우는 인간을 사랑하게 된 인물로 1편에서는 가장 깨어있는 인물로 이방인이자 남편 제이크 설리의 지지자이자 굳건한 멘탈의 소유자로 보였지만 세월의 흐름에 그녀는 늙었고 과거 자신이 내린 선택에 고통 받는다. 사랑하는 가족과 부족을 떠나고 아끼는 아들을 잃는다. 나비족에게 고향—터전, 가족은 무엇보다 소중한데 그것을 잃는 건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네이타리는 이 모든 아픔이 어머니 에이와의 큰 뜻이라고 굳게 믿는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건 나비족이기 때문에 더 특별하거나 드는 감정은 아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는 그리고 겪을 시련이다. 현실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 신을 찾는다. 꾸준히 종교 활동을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위로를 받길 원하고 구원 받길 원한다. 신을 믿은 보상을 받길 원한다. 하지만 신은 잔인하게도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다. 세상에 신따위는 없고 견뎌야 할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을 믿거나 과거의 자신을 비웃으며 신을 버리거나. 네이타리는 전자에 속한다. 신이 자신을 위해 설계한 큰 뜻이 있을 것이며 고통을 견디는 것이다.
그에 반해 망콴 족의 차히크, 바랑—포스터에 가장 크게 나온 새로운 나비족—은 후자에 속한다. 바랑은 어릴 때 화산 폭발에 숲과 마을이 휩싸였을 때 구해달라고 에이와에게 빌지만 에이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숲과 부족을 잃은 바랑은 에이와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판도라에 있는 모든 종족이 자신과 겪었던 일을 겪기를 바란다. 불에 휩싸여 모든 것을 잃고 고통받기를. 상반된 두 인물은 영화 내내 맞닥뜨린다. 라이벌처럼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보며 하악질을 하고 한 번씩 카운터를 날린다. ‘불과 재’에서는 네이타리의 최종 승리처럼 끝났지만 이후 시리즈에선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다음은 제이크 설리와 쿼리치 대령이다. 두 사람은 해병이며 인간에서 나비족이 되었다. 하지만 소속은 정반대다. 제이크는 나비족에, 쿼리치는 인간 RDA에 속해 있다. 제이크는 나비족이 되고 토르투 막토로 인정받는 등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외계인—이방인이라는 것을 마음 속 깊이 인지하고 있다. 이는 네이타리와의 말다툼에서도 나타난다. 피부색이 같더라도 그 안에 인간이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해외 교포들이 생각났다. 외국 태생이어도 피부색이 다르면 그들에게 배척 당하는 현실. 제이크는 어찌보면 1세대 이민자와 같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에도 제이크는 자신을 받아준 나비족을 사랑한다. 판도라 행성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나비족이 되었으니 나비족의 눈을 가졌다고 볼 수 있겠다.
쿼리치 대령은 피부색은 파랗지만 뼛속까지 인간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를 대접하는 현실은 파란 외계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더욱이 쿼리치 대령 본인도 아니다. 쿼리치 대령의 기억만 이어받아서 엄연히 따지면 쿼리치 본인이 아니다.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 본인이 아니냐 맞냐는 정체성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라 깊이 생각해봐야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자. 여하튼 쿼리치는 자신의 본진을 인간에 둔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쿼리치의 심적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이후 시리즈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 쿼리치가 화염으로 뛰어드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잘 만든 빌런을 이대로 소모하진 않을 것이라 본다.
이번 영화에서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 말한다. 네이타리와 바랑, 제이크와 쿼리치, 추방자 파야칸과 로아크, 비슷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대비한다. 이전 시리즈에서도 숱하게 보인 방법이다. 그래서 인물 구도가 흥미롭게 다가왔나 보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아바타 시리즈에서 기대하는 건 기술력이다. 특히 ‘물의 길’에서 본 판도라 행성의 자연은 황홀했다. 톨쿤과의 교감. 물 속의 체험. 선명한 3D 기술까지 합쳐져 실제 판도라 행성에 있는듯 즐거워 판도라의 생태를 담은 다큐멘터리가 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불과 재’는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물의 길’만큼 신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IMAX 화면비가 아니라서 위 아래로 짤려 답답한 장면도 있었다. 소리도 조금 아쉬웠다. 청력이 떨어졌는지 돌비시네마 특유의 생동감 느껴지는 사운드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기술력이 좋아져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실제 사람이 나오는 부분에서 3D 효과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상하게 CG로 만든 나비족과 톨쿤족, 판도라는 어색함이 덜했는데 오히려 실제 배우들이 나오는 장면은 배경과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토리 진행도 아쉬웠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상반된 구도를 통한 인물 대비는 좋았지만 이러한 구도를 반복해서 사용하다보니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한다. 제이크와 쿼리치의 공조는 스파이더를 연결 고리로 가지는데 이를 이용한 인질 교환이 계속 반복한다. 또한 쿼리치는 스파이더에 집착하다 못해 스파이더만 있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이것으로 스파이더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려는 의도겠지만 지나치다.
전쟁을 끝낸 방식도 아쉬웠다. 나비족 연합의 힘이 아니라 에이와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해결한다. 그들이 싸운 노력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는 자연이 도왔거나 키리의 능력이 아니라 에이와의 변덕처럼 느껴졌다.
좋았던 것도 있고 아쉬운 것도 있지만 ‘아바타’ 시리즈는 극장에서 봐야 더 재미가 느껴진다. 이왕 볼 거라면 특별관에서 보는 게 더 낫고!
이후 시리즈를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다. 남은 떡밥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예상하자면—신빙성이 없는 추측이다— 쿼리치와 바랑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등장할 것 같고 드디어 쿼리치가 나비족으로 돌아서지 않을까 싶다. 쿼리치의 결말은 죽음으로 끝날 것 같지만. 마스크 없이 숨을 쉴 수 있는 인간의 등장으로 새로운 싸움이 벌어질 것 같고 RDA 회장도 전면에 나타나 판도라와 최후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제이크의 탈옥을 구한 해양 생물학자처럼 인간에서 나비족으로 돌아서는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 같다. 마스크 없이 활동할 수 있다면 적이 강해지는 만큼 아군도 강해질 것이다.
이후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연세가 연세인지라 다른 프로젝트도 하고 싶다던데 4, 5편이 언제 나올까. 1편과 2편 사이처럼 너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정은 29년과 31년 개봉 목표다.
+ 쿠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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