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러닝 맨

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by 송건자
‘더 러닝 맨’ 포스터


2025.12.10.


저번주에 개봉이 잡혀 있다가 한 주 밀려 오늘 개봉했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신작에 스티븐 킹 옹 원작이라 안 볼 수 없었다. 세상에 보고 싶은 영화가 왜이리 많은지..


영화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리처즈는 딸의 감기를 고치기 위해 네트워크 사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러닝맨’이 아니라 조금 다칠 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되는 상금이 싼 프로그램을. 하지만 ‘러닝맨’ 제작자인 댄은 푼돈으로 딸을 고치고 시궁창에서 가족을 구할 수 있겠냐며 꼬득인다. 리처즈는 댄의 유혹에 넘어가 ‘러닝맨’에 출연한다. ‘러닝맨’은 30일 동안 잡히지 않으면 어마어마한 상금을 획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목숨을 걸어야 하며(TV 프로그램에서 고용한 헌터와 시청자들이 직접 ‘러닝맨’을 죽인다) 지금까지(시즌이 여러 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사람이 없다. 리처즈는 어찌저찌 살아남고 댄에게 통쾌한 한 방을 먹이고 가족 품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영화는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다는 표현이 무례할 수 있지만 시놉시스만으로 영화의 흐름이 대충 예상되고 대체로 그대로 흘러간다. 조금 더 현실적인 내용을 다룬다는 것이 의외였다. 영화는 빈부 격차와 그에 따른 차별, 그리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와 그것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종속된 시청자들을 꼬집는다. 조작된 영상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리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현실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조작된 영상—AI로 만든 영상인지 의심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될 것 같다. 영화 속에서도 무지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조작된 결과를 꿰뚫어보고 그것을 비판하고 사회를 바꾸려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는 ‘러닝맨’에 출연한 리처즈 개인의 분투보다는 TV와 정부를 장악한 네트워크 사와 민중의 싸움으로 초점이 옮겨간다. 리처즈도 불공정한 손해를 받은 동료를 구하다가 해고를 당했다. 명령 불복종이란 이유로. 명령 불복종이란 건 겉으로 들으면 규칙을 어긴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을 반드시 봐야 한다. 단어는 편견이란 벽을 세우는데 탁월한 힘을 가졌다. 후반부에 합류하는 아멜리아도 조작된 리처즈의 영상을 보고 오해를 하지만 그를 실제로 겪은 뒤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안다. 이런 걸 보면 러닝맨 세계의 민중은 바보가 아니다. 조작된 영상만 본다면 아멜리아처럼 분노하는 게 당연하다. 리처즈는 인간 말종보다 더 못한 인간이니까. 인간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힘이 있다. 그렇게 믿고 싶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 특유의 만화적 연출이 진하게 녹아 있다. ‘베이비 드라이버’보다는 ‘스콧 필그림’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유치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베이비 드라이버’나 ‘라스트 나잇 인 소호’가 현실적인 색채를 품고 있다면 ‘더 러닝맨’은 ‘스콧 필그림’처럼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연출이 도드라진다. 못 볼 정도는 아니고 굳이 나누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너무 극적으로 해결되어서 당황스러웠다. 너무나 권선징악이라서 킹 옹스럽지 않다고 느꼈는데 원작 결말은 조금 다른 모양이다. 나중에 꼭 읽어봐야지. 액션 영화와 팝콘 영화인 만큼 사이다스러운 결말을 그리는 게 어쩔 수 없어 보였다. 결말이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리처즈의 분투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는지—영화에서는 그의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에 하층민들의 마음이 동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 다뤄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번 달에 스티븐 킹 옹의 원작을 둔 영화가 세 편이나 공개된다. ‘더 러닝맨’, ‘샤이닝’(재개봉), ‘척의 일생’. ‘샤이닝’은 극장에서 못 볼 거 같지만 ‘척의 일생’은 보고 싶다. 톰 히들스턴이 주연이라는데 궁금하다. ‘더 러닝맨’이 ‘베이비 드라이버’에 가까웠으면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팝콘 영화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 쿠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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