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포 가득한 개인 기록용 감상문

by 송건자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2026.3.18.


영화 제작이 결정되자마자 원작을 찾아 읽었다. ‘마션’으로 유명한 앤디 위어의 장편 SF 소설이다. ‘마션’, ‘아르테미스’에 비해 월등히 평이 좋아서 기대했는데 두 번만에 완독했다. 한 번 펼친 책은 좀처럼 덮지 않는데 힘들었었다. 첫 번째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만 두었다. 하드 SF 소설이라서 그런 것보다는 주인공 그레이스가 기억 상실로 헤매는 부분이 읽기 힘들었다. 두 번째 도전했을 때는 왜 중간에 덮었는지 이상할 정도로 술술 읽었다. 컨디션 문제였나.. 지금은 소설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감상문이니까 여기서 줄이도록 하자.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지구 전체 인구의 1/4가 죽을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온다. 태양을 잡아먹는 아스트로파지 때문이다. 전 은하계가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되어 위험에 처했는데 타우 세티만 감염되지 않았다는 걸 관측, 그곳으로 가서 원인을 알아보기로 한다. 이름 하야 ‘프로젝트 헤일메리’.

주인공 그레이스는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우주선에서 깨어난다. 기억 상실에 걸린 채. 다른 선원인 야오 선장과 일류키나 과학자는 이미 죽어 있다. 그레이스는 기억을 찾으면서 자신이 우주에 왜 있는지 떠올리려고 애를 쓴다. 그 노력 덕분일까. 그레이스는 자신이 중학교 과학 교사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왜 우주선에 탔는지 기억해낸다.

그러다 어떤 우주선과 조우한다. 그곳엔 에리드 행성에서 온 지적 외계인 ‘로키’가 타고 있었다. ‘로키’도 모성이 아스트로파지 때문에 위기에 처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타우 세티에 온 것이다. 이름처럼 바위처럼 생긴 로키와 함께 그레이스는 타우 세티에 아스트로파지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지 함께 연구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레이스와 로키는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나누며 친밀해진다. 두 존재는 타우 세티가 아스트로파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건 아스트로파지를 제거하는 포식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그것의 이름을 타우메바라고 명명한다. 타우메바를 채집하는 과정에서 그레이스는 정신을 잃는 사고를 당하고 로키는 그레이스를 살리기 위해 지구의 공기에 노출된다. 참고로 그레이스와 로키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달라서 둘 사이에 유리막 같은 걸 세워서 분리해서 생활한다. 혹은 로키가 에어볼 같은 유리공에 타서 졸졸졸 쫓아온다. 꽤나 귀여운 포인트.

여하튼 로키가 목숨을 건 덕분에 그레이스는 살아난다. 그레이스는 로키가 회복하길 기다리면서 질소에 적응한 타우메바를 배양하는데 성공한다. 질소에 적응한 타우메바를 만든 이유는 금성에 모인 아스트로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둘 사이에 이별할 시간이 찾아온다. 타우메바를 가져가서 각자의 모성을 구하자고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가 난다. 타우메바를 보관한 제노나이트에 타우메바가 적응하면서 바깥으로 새어나간 것. 제노나이트는 로키의 행성에서만 나는 금속으로 보이는데 로키가 탄 우주선은 그것으로 만들어져 있다. 그 말은 기껏 타우메바를 만들었지만 전부 바깥으로 새어 나가고 제노나이트를 없애 로키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어 죽을 것이라는 결론에 닿는다. 그레이스는 타우메바만 실은 무인 우주선을 지구로 보내고 자신은 로키의 우주선으로 향한다. 그레이스는 로키를 그의 모성인 에리드 행성으로 데려가고, 그레이스가 보낸 우주선은 무사히 지구에 도착한다. 로키는 에리드 행성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레이스는 그곳에서 지내며 지구로 떠날 준비를 한다.


간단하다고 했는데 줄거리만 적었는데 저리 길다. 안 적은 것도 많다.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는 그레이스가 우주선에 타게 된 이유이다. 그레이스의 행동을 보면 용감하게 사명감을 가지고 우주선에 올랐을 것 같다. 대체로 전 지구적 위기를 마주한 주인공은 솔선수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그렇지 못했다. 영화의 말미, 그것도 타우메바 배양에 성공하고 각자 모성을 구하는 일만 남긴 아주 기쁜 상황에서 과거를 떠올린다.

그레이스는 자진해서 우주선에 타지 않았다. 아스트로파지 연료 실험 중에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한 과학자들이 폭발 사고로 전부 죽는 바람에 프로젝트를 속속들이 알고 임무를 행할 사람이 그레이스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과학자를 키우기에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러면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레이스는 어쩔 수 없이 우주선에 타게 된다. 상황이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정말 억지로 태운다. 못하겠다며 달아나는 그레이스를 붙잡고 주사를 맞춰 기절한 상태로 태운다.

그레이스는 그 사실을 떠올리고 망연자실해 하는데 그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그레이스는 목숨을 걸어가며 외계인과 조우하고 타우메바를 채집하는 등 용감한 행동을 거듭한다. 그런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도 용감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였다. 그렇다고 이것이 전혀 뜬금없는, 반전을 위한 반전은 아니다. 그레이스는 시종일관 유머를 발휘한다. 이건 그가 어떤 상황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성격인 것을 보여주면서 그가 의지가 약한 사람이란 것도 보여준다. 로키를 구하기 위해 헤일메리 호를 돌리기 전까지 그레이스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움직인다. 물론 시키면 잘하는 사람이지만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다. 그를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속하게 한 그의 논문 때문이 원인일까?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할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레이스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용감하지도 않다. 하지만 우주에서 혼자 지내고 로키와 만나고 자신이 해야 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리면서 그는 말뿐인 영웅—그레이스를 억지로 태우면서 프로젝트 책임자인 에바 스트라트가 한 말—이 아니라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난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칭찬하고 싶고 놀란 건 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막연하게 그렸거나 그릴 수 없었던 우주의 광활함과 우주의 오묘한 색채, 아스트로파지의 시각화, 로키의 시각화, 로키와의 대화 방법, 로키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등을 아주 잘 표현한 점이다. ‘인터스텔라’ 이후로 색채/색감을 잘 다루는 우주 영화가 늘었는데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그 뒤를 잘 따르고 있다.


원작이 꽤 긴데 그걸 적절하게 각색한 것도 좋았다. 그레이스가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 이유를 반전처럼 말미에 붙인 것도 좋았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과거를 알았다면 과거를 수용하는 과정이 들어가 뒷부분이 늘어졌을 텐데 분량을 압축하면서 우주에 홀로 남은 고독감을 적절하게 겹쳤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보면서도 느낀 건데 등장인물이 모두 착해서 망정이지 한 명이라도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장르가 완전히 달라지고 말하고자 하는 것도 달라졌겠지만.


IMAX로 보았는데 아주 잘 선택했다. 우주 영화는 왠만하면 큰 화면에서 보는 것이 무조건 좋다. 특히 광활한 우주를 느끼기 위해선 IMAX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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