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놓고 살던 잭이
파국적인 자신의 롤모델을 만나
주도권을 다시금 꽉 붙잡게 되는 이야기"
직장 상사를 줘 패버리고 싶다면,
하루에 열번씩 퇴사를 고민한다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을 멈추고 싶다면,
나 자신이 아닌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다면,
소리치며 울고 때리고 싸우고 싶다면,
남들과 똑같아진 내가 신물난다면,
한번쯤은 브래드피트로 살고싶다면,
보세요,
파이트클럽.
똑같은 하루, 과중한 업무, 불면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직장인 잭. 잭은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자신의 삶이 달라져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잭은 자신의 삶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의 존재를 되찾기위해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소비해대지만, 그의 영혼은 공허하기만 하다. 탈출구가 필요했던 잭은 불치병 환자인 척 환자모임에 참석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편안함을 느낀다. 모르는 사람에게 안겨 평평 울어도 된다는 안정감과 타인의 불행이 나보다 더하다는데서 얻는 안도감은 그의 불면증을 낫게해주었고 잭은 여러 모임에서 각각 다른 이름을 쓰는 모임중독자가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과 같은 가짜 환자인 말라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되고, 잭은 다시 울지도 잠들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잭의 집은 가스 누출사고로 폭파되고, 갈 곳이 없어진 잭은 몇일 전 비행기에서 만난 타일러를 찾아간다. 비누 장사꾼, 영사기사, 호텔 웨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타일러는 집안의 모든 물건이 불타버린 잭에게 위로는 커녕 그것들은 모두 물질문화의 노예가 되지말라고 일침을 가한다. 타일러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낀 잭은 그의 집에서 지내기로 하고 타일러는 그 조건으로 자신을 있는힘껏 때리라고 한다. 이유없는 주먹다짐을 하며 고통을 느끼는 두 사람. 그런데 두 사람은 그 고통으로부터 살아있음을 느끼고 묘한 해방감을 얻는다. 공통점이 많았던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싸우는 생활이 지속되었다. 싸움의 고통은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주었고, 싸움으로 상처가 생길때마다 잭은 왠지모를 당당함을 느꼈다. 싸움 동지의 수는 점점 늘어나 파이트클럽이 되었고, 파이트클럽은 지루한 삶의 탈출구가 되었다. 싸움 동지들 또한 직장에서는 좀비 같았지만 파이트클럽에서는 생기가 넘쳤다.
낮에는 얌전한 직장인이었다가 밤에는 마초적인 싸움꾼이 되는 마법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타일러의 집에 말라가 찾아오고 말라와 타일러는 동침을 하는 사이가 된다. 타일러는 말라의 타락은 위선이 없지만 너는 타락하는 척 하는 거라고 잭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두사람의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타일러는 파이트클럽의 리더로써 입지를 굳히고, 클럽의 구성원들은 타일러를 추종하게 된다. 규모가 점점 커진 파이트클럽은 자신들끼리의 싸움을 넘어 사회에 골탕을 먹이는 범죄집단으로 변하고, 타일러는 구성원의 이름을 모두 없애고, 다 같은 옷을 입게 하는 등 구성원을 통제하며 파이트클럽을 군대화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 잭은 범죄활동을 멈추라고 하지만 타일러는 잭을 겁쟁이 취급하며, 내일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살고 있냐고 오히려 잭을 다그친다. 타일러는 모든 것을 잃어야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며 잭의 손등에 강제로 염산을 붓고, 운전 중 핸들을 놔 목숨을 잃기 직전까지 가는 등의 기행으로 잭을 극한까지 내몬다. 이에 각성한 잭은 회사에서 자해소동을 벌여 월급은 받되 출근은 안하는 꿀보직을 갖게되고, 직장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다음날 갑자기 타일러는 자취를 감추고, 파이트클럽 군단은 잭을 타일러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잭은 타일러를 찾아헤매다 타일러는 자시 자신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잭의 허약한 정신과 현실 탈출 열망이 무의식으로 꿈꿔왔떤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인 타일러를 만들어낸 것이다. 프로이트적 접근으로 이 영화는 원초아인 타일러가 잭을 억압하는 초자아(사회 규범, 윤리 체계 등)를 파괴하려고 하면서 잭의 자아가 혼란을 겪는 이야기이다.
또한 잭은 파이트클럽의 최종 목표는 카드사 건물 10개를 폭발시켜 신용사회를 붕괴시키는 초토화작전이고, 그것 또한 자신이 계획하고 지시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뒤늦게 정신차린 잭은 초토화작전을 중단하려 하지만 철저하게 세뇌된 파이트클럽 멤버들은 작전 수행을 멈추지않고, 오히려 잭을 공격한다. 파이트클럽의 멤버들은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원했던 개인들이었지만, 하나 둘 모여 집단이되자 다시 획일화되고 명령에 복종하는 군중이 된다. 스스로 비판적인 사고를 중지하고, 자신의 욕망과 리더의 욕망을 일치시키는 맹목적인 군중의 모습은 히틀러의 전체주의를 연상시킨다.
잭은 다이너마이트를 해체하기 위해 직접 카드사 건물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자신의 비뚤어진 분신인 타일러와 재회한다. 잭은 작전을 멈추기위해 타일러와 싸움을 벌이는데 막강한 타일러에게 잭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다. 만신창이의 잭은 타일러를 없애는 방법은 자살이라는 걸 깨닫고 자신의 목구멍에 총을 쏜다. 총알이 빗나가 잭은 죽지 않지만 타일러는 사라진다. 지금까지 부모님, 선생님, 타일러 등 남의 선택에 따라서만 살아 온 잭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했고, 삶의 주체성을 가진 이에게 타일러는 존재는 무의미했기때문이다. 하지만 잭은 초토화작전을 막지 못하고, 눈앞에서 카드사들이 차례로 폭파되는 장관을 보게 된다.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자본 시스템이 무너지는 모습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면서도, 주체성있는 삶을 산 결과가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 선택에 따른 결과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알려 준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그 때마다 장애물을 피할것인지 맞서 싸울지는 나의 선택이다. 따라서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을 싸운다는 것과 같다. 타일러는 잭에게 싸워봐야 나 자신을 알 수 있고, 싸운 상처가 한개도 없는 시체는 인생을 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영화는 주저하는 우리들에게 싸움꾼이 되라고, 세상에 얻어터지기전에 먼저 선빵을 날리라고 유혹한다. 처음으로 잭이 타일러에게 강펀치를 맞고 '돌았어?!'라고 물었을 때의 타일러의 대답이 귀에 맴돈다. '돌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