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로 살게 된 계기

땅에서 다리가 안 빠져요...

by Han

게임을 만들고 싶었던 나는 별생각 없이 게임학과가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했다.

그 당시 우리 학교는 게임학과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터라 커리큘럼도 빈약했고, 컴퓨터 공학부와 차별점도 그다지 없었다. 대부분의 커리큘럼은 프로그래밍 언어와 컴퓨터의 구조를 배우는 것에 그쳤고, 배웠던 프로그래밍 언어들이 어떻게 게임으로 변경되는지 조차도 모르는 채 교수님들이 가르쳐주는 것만 배워나가고 있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아직 파트별 집중적인 교육이 되던 시기가 아니라서 프로그래머임에도 그래픽 툴을 다루는 수업도 꽤나 있었다는 점이다. 3D MAX를 이용한 모델링 만들기, 만든 모델링으로 애니메이션 효과 주기. 이런 것들이 꽤나 재미있었고, 아직까지도 타 분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긴 한다.


그렇게 이것저것 수업을 듣던 와중에 게임 개발에 열성이신 교수님이 오시게 되고, 수업과는 별도로 과 내에서 팀을 이뤄 게임 제작을 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었다. 나름대로 기획자, 그래픽, 프로그래머 파트를 구색을 갖추고 팀 작업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우리 학년부터 처음으로 게임을 만들게 되다 보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선배들이 만든 게임은 구경도 못해봤다. 아마 완성된 게임이 없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거야.

다른 팀들은 대부분 책에 나오는 미니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단순 프로그래밍과 다르게 게임은 게임만의 로직이 필요했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비교적 간단한 게임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사실 다른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가위바위보, 과녁 쏘기, 카드 맞추기 같은 게임들을 만드는 와중에 나는 게임이라면 어느 정도 갖춰야 하는 퀄리티가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했기에 점프를 하면서 적을 피해 상자를 쌓고, 지역을 돌파해나가는 게임을 팀과 얘기해서 제작하게 된다.


mario-g512b1ebc1_1280.png 대충 이런 느낌과 유사하다.

처음 만들어본 게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화면이 깜빡이는 현상, 게임이 꺼지는 현상, 점수가 계속 쌓이는 현상..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캐릭터가 점프를 하고 땅에 닿게 되면 땅 밑으로 발이 박혀버리는 현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였는데, 당시에는 이게 무슨 큰 기술이 필요한 거라고 도서관에서 논문을 찾아보고는 했더랬다. (땅 충돌 체크를 땅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다음 좌표 기준으로 하면 된다.)


이때만큼 몰입해서 뭔가를 해보려고 한적은 아직까지도 없는 것 같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자면서도 꿈에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코딩해보는 꿈을 꾸고, 일어나서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꿈속에서 해봤을 때 가능할 것 같았던 방법을 적용해보고는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우여곡절 끝에 내 캐릭터가 땅을 딛고 섰을 때 나는 사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어쩌면 천재일지도?'


이 감정 하나가 지금까지 나를 이길로 이끈 것 같다. 물론 졸업 작품에도 다른 게임들에 비해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에 스스로의 만족감도 꽤나 있었던 것 같다. 좀 더 다듬고, 더 깊이 있는 완성도를 생각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이것만으로도 꽤나 충족감에 가득 충족된 상태였다.


일이라는 건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항상 즐거운 일만 할 수는 없다.

아니 애초에 일이 즐거울 리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 나는 꽤나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문득 이 일을 하면서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를 되짚어보게 된다.

그리고는 이내 깨닫게 된다.



내가 게임 개발자 되기로 결정한 순간은 내 첫 캐릭터가 오롯이 서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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