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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섭 Sep 01. 2019

취업

그 단어를 얻기까지

 적당히 뜨겁고, 차분한 상태가 되었다. 27살의 나는 오늘 취업했다. 잠시 2018년부터 이야기하자면, 6월에 시작했던 인턴 생활을 포함해서 6개월 그리고, 1월부터 조금씩 준비했던 8개월에 걸친 하나의 대장정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나는 강인하게 잘 이결낼거라는 오만한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시원스레 풀리던 인턴의 합격과 직장생활을 하며 얻은 자신감은 불안하며, 환상만을 주었다. 처음 ‘합격’이란 단어를 봤던 어느 여름의 환호는 이후로 다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당하게 좋았던 시절이 바닷물 같았다. 나의 생각에서 우리 부서 막내를 자처했던 아무개의 삶은 그랬다. 인정을 받기도 하며, 한 때 꿈조차 꾸지 못한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스스로는 ‘나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며, 점차 확신으로 변했다. 견고하게 쌓인 나의 장밋빛 미래는 모두 그 시절에 스케치를 했다. 아쉬움의 눈물로 끝을 낸 인턴 생활 후는 더 큰 갈증의 기간이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생각만 가진 채 중요한 시간을 보냈다. 3월부터 시작된 스터디는 주 5회, 그 이후로는 공부. 절대적인 양을 채우기 위해서 발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 어느 하나 손에 잡지 못했다. 내 손에 있는 인턴 시절의 예리한 기억은 살갗을 뚫고 들어와 빼내지 않은 채 무언가를 잡을 수 없었다. 


 바닥에 가면, 나는 뛰어오를 사람인 줄 알았다. 어린 시절 나의 어머니는 수영장을 가면, 꼭 나를 데려갔다. 수영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물놀이를 했다. 발이 닿는 깊이에서, 그러다 어른들이 수영을 하는 곳에 들어갔다. 발이 닿지 않지만, 밑에 바닥을 차면, 나는 다시 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물론 레인의 시작점에서 컴퓨터의 커서가 깜빡이는 것처럼 그 어떤 진행도 없었다. 내가 가늠하지 못한 깊이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했었다. 하지만 실제 스스로를 갉아먹고 더 깊이 가라앉았다. ‘탈락’이라는 두 글자, 아쉽지만이라는 수식어 초조하게, 매일 찾아오는 어둠에 몸을 숨겨 불안한 몸짓을 숨겼다. 나는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홀로 솔직해진 밤마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오늘 무엇인가 했어야 했는데’ ‘예전에 해둘 걸’ 후회를 하느라, 후회할 거리를 만드는 무한동력의 시스템은 마법이었다. 그 흑마법의 영향은 다양했는데, 몸이 간지럽고, 아프고, 결국 다시 잠을 못 잔 채 뜬 눈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이 악순환을 끝내야만 했다. 


 아득바득 기었다. 망가진 몸이 무거워지기 전에 헛구역질을 하고, 땀을 토해내며 뛰었다. 그 결과 살을 파내고 싶은 간지러움이 사라졌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지. 못한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일정을 가득 채워냈다. 힘들거나 하진 않았다. 그 언젠가 했던 일이다, 지금의 내가 예전 같지 않을 뿐. 나는 필사적으로 영광스러운 지난날의 나를 찾았다.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던 사람. 그를 찾기 위해 바닥을 찾았다. 영화와 다르게도 한 번에 올라온 게 아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애써 아닌 척 감정을 숨겼다. 불안한 나, 반대로 너무도 견고하게 잘 변하는 세상은 독이었다. 빛이 강하면, 짙어지는 그림자의 색을 보기가 두려웠다. 타인의 기쁨에 오롯이 축하하지 못하는 처지는 비참했다. 나도 6월의 어느 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마치고, 밤이면 다가올 내일이 다르길 기대했다. 일어나서 어제의 가방을 다시 메고, 1시간 거리의 학교로 항하며 계속 되뇌었다. 이 시간이 지난다면, 나도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누릴 시간이 오겠지. 객관적으로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피하기에 힘을 쓰고 있었다. 나 스스로는 누구에게 '취업 축하해 너무 잘된 일이야!'라고 한 사건들은 이런 고민들과 충돌에서도 나름 지키고 싶었던 하나의 내 모습이었다. 진심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축하하는 마음의 변화는 없었다. 다만 변해가는 내가 싫었다. 축하받을 일이 없어서, 축하를 할 수 없었다. 


 삶 계속해서 변화한다. 내가 정지했다고 느끼며, 불안해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취업준비를 하며 보낸 수많은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공고를 봤고, 지원했다. 그리고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고, 필기시험을 봤다. 지금까지 나는 필기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나 스스로 필기를 통과하여 면접을 보는 상상, 더 나아가 실제 일을 하며 변화할 삶의 다양성을 몽상했지만, 실제는 그와 멀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기회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한다고도 꼭 더하고 싶다. 탈락의 쓰디쓴 맛들이 쌓인 결과였는지 운이 좋았는지. 필기를 통과했다. 8월의 뜨거운 햇살에서 '면접'이라는 전투를 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사람으로 나를 표현했는지. 선명하고, 정확했다. 나의 처절했던 지난 시간 내린 결론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곳에 합격했다. 


 예상 밖이었다. 공고보다 빠르게 발표된 결과는 나를 멍하게 만들었다.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기대하지 않았는데. 며칠 뒤 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앞으로는 더욱 할 것이 생겨날 예정이다. 사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기쁘다는 마음도 당장 나오지 뿜어지지 않는다. 다만, 차분하게 지난날들을 정리하고, 다시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 나는 취업을 했다. 단지 그뿐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내가 바뀐다면 사실 나는 그렇게 큰 깊이를 가진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준비를 하며, 느낀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아직도 내 삶은 계속해서 예상 밖으로 변할 예정이기 때문에.


 스물일곱, 졸업을 한 겨울은 무척이나 공허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지금, 나는 취업했다. 단지 내 삶의 단어가 하나 더해진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들이 특별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누군가 이 시기를 고통스럽게 넘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의 취준일기는 이 단어를 얻는다. 딱 그뿐이다. 과거의 과정이 지금을 만든 것처럼, 내일울 위해 현재에 필요한 단어는 계속해서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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