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톡홀름 북클럽 VOL 01

책과 어둠에 파고들기

by 유동체

북클럽. 내게 지난 31년간 미지의 세계는 미지의 세계였으나 그리 궁금하진 않았던 세계.


해가 벌써 4시면 지기 시작한 이 심심한 도시에서 책을 같이 읽고 얘기해본다는 거. 꽤 재밌을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같이 정한 한 권의 책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어둡고 어두운 겨울을 함께 나보는 거.​


우리 클럽의 멤버는 대략 8-10명 되는 것 같은데, 첫 모임에는 줌으로 조인한 친구까지 해서 여섯 명이 모였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터키, 그리고 한국까지 너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이기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꽤 궁금했다. ​


책을 정하고 3주 후인 11월 11일, 어쩌다 보니 Single's day.


금요일 밤, 우리만의 불금이 시작되었다.


북클럽의 분위기가 고조되기에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


와인, 올리브, 초콜렛, 누군가가 다정하게 사온 꽃, 그리고 책.


테이블에 아담하고 따뜻하게 놓여진 모양이 정겨웠고 이제 어른이 된 지 11년이 되었는데도, 조금 더 멋진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했다. 북클럽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 ​


우리가 함께 읽은 첫 책

북클럽을 창단한 친구가 제안한 5권의 책 중에서 Elaine Hsieh Chou의 Disorientation이 투표로 결정되었다.


주인공인 잉그리드 양이 박사과정 중에 논문을 쓰면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이런 표현 너무 오랜만에 써보지만...) 일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 학계의 부조리함 등 꽤나 여러 가지 주제를 건드린다. 그녀는 주인공 중에서도 독자가 우러러보는 인물의 반대 스펙트럼에 서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공감을 느끼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혀를 끌끌 차고 그녀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하며, 제발 그녀만의 답을 찾아내기를 거의 엄마나 언니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


책에 대한 대화를 리드하신 분께서는 3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서 질문을 가져오셨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로 잘게 쪼게 보고 다른 방식으로 소화시키는 메소드가 상당히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내가 진행을 하게 될 때 어떤 질문을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


첫 모임을 마친 후의 감상

모든 걸 다 떠나서... 재미있었다. 요새 나는 재미에 목말라있기에 이게 정말 중요했다.


두 번째는 신기한 감각이었는데, 내가 궁금해하는 어떤 걸 누군가가 답해줄 수 있고 그 생각에 대해 다른 이들의 관점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뇌세포가 연결되는 느낌들.


마지막으로는 그냥 궁금하다. 내가 어떤 것들을 얻을지.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서 또 어떤 일들이 삶의 촛불들에 불을 켜줄지.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을지.

COZY IN THE DARK

12월 모임에서 읽을 책은 'Cozy in the dark'라는 주제로 터키 친구가 다섯 권을 골라올 예정이다.


저번 책은 솔직히 밝히자면 다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완독하고 가는 게 목표다.


다음 북클럽에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도 우리의 곁을 지켜줄 예정이다. ​


#북클럽 #스톡홀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