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어둠에 파고들기
북클럽. 내게 지난 31년간 미지의 세계는 미지의 세계였으나 그리 궁금하진 않았던 세계.
해가 벌써 4시면 지기 시작한 이 심심한 도시에서 책을 같이 읽고 얘기해본다는 거. 꽤 재밌을 것 같았다.
한 달에 한 번, 같이 정한 한 권의 책에 대해서 깊게 파고들고 어둡고 어두운 겨울을 함께 나보는 거.
우리 클럽의 멤버는 대략 8-10명 되는 것 같은데, 첫 모임에는 줌으로 조인한 친구까지 해서 여섯 명이 모였다.
브라질, 캐나다, 프랑스, 터키, 그리고 한국까지 너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이기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꽤 궁금했다.
책을 정하고 3주 후인 11월 11일, 어쩌다 보니 Single's day.
금요일 밤, 우리만의 불금이 시작되었다.
북클럽의 분위기가 고조되기에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와인, 올리브, 초콜렛, 누군가가 다정하게 사온 꽃, 그리고 책.
테이블에 아담하고 따뜻하게 놓여진 모양이 정겨웠고 이제 어른이 된 지 11년이 되었는데도, 조금 더 멋진 어른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들게 했다. 북클럽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준다!
우리가 함께 읽은 첫 책
북클럽을 창단한 친구가 제안한 5권의 책 중에서 Elaine Hsieh Chou의 Disorientation이 투표로 결정되었다.
주인공인 잉그리드 양이 박사과정 중에 논문을 쓰면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이런 표현 너무 오랜만에 써보지만...) 일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 학계의 부조리함 등 꽤나 여러 가지 주제를 건드린다. 그녀는 주인공 중에서도 독자가 우러러보는 인물의 반대 스펙트럼에 서있다. 그러면서도 그녀에게 공감을 느끼고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혀를 끌끌 차고 그녀가 또 무슨 일을 벌일지 걱정하며, 제발 그녀만의 답을 찾아내기를 거의 엄마나 언니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책에 대한 대화를 리드하신 분께서는 3가지의 파트로 나누어서 질문을 가져오셨는데, 이렇게 여러 가지로 잘게 쪼게 보고 다른 방식으로 소화시키는 메소드가 상당히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내가 진행을 하게 될 때 어떤 질문을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시작해보게 되었다.
첫 모임을 마친 후의 감상
모든 걸 다 떠나서... 재미있었다. 요새 나는 재미에 목말라있기에 이게 정말 중요했다.
두 번째는 신기한 감각이었는데, 내가 궁금해하는 어떤 걸 누군가가 답해줄 수 있고 그 생각에 대해 다른 이들의 관점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뇌세포가 연결되는 느낌들.
마지막으로는 그냥 궁금하다. 내가 어떤 것들을 얻을지. 새로운 사람들을 통해서 또 어떤 일들이 삶의 촛불들에 불을 켜줄지. 나도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그럴 수 있을지.
COZY IN THE DARK
12월 모임에서 읽을 책은 'Cozy in the dark'라는 주제로 터키 친구가 다섯 권을 골라올 예정이다.
저번 책은 솔직히 밝히자면 다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은 완독하고 가는 게 목표다.
다음 북클럽에는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도 우리의 곁을 지켜줄 예정이다.
#북클럽 #스톡홀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