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의 공동체
또 한 번 세상을 예전같이 대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떤 마음이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참을 수 없이, 우리라는 존재는 너무 여리다.
서로의 여림을 끝없이 응시하며 보일 때까지 보이지 않는 것, 들릴 때까지 들리지 않는 그 무엇을 위해 자꾸만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서로의 여림을 지켜줘야 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은.
그러지 않고는 우리가 밟고 있는 지면의 작은 균열들이 더 잘게, 촘촘하게 쪼개지고, 어느 순간 내가 서있는 곳에도 모른 척할 수 없이 선명해질 것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지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지하철에서 스쳐가는 사람들의 작은 어깨를 단 1초만이라도 사랑으로 바라보고, 눈짓으로 포옹을 해주는 것.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마음으로나마 속삭여보는 것.
누군가에겐 꽃이었을 그들이 편안하게 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