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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체 Oct 22. 2022

책 리뷰: 2인조 by 이석원

사람에게는 이미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줄 수 있는 손이 두 개나 있다.

올해 읽는 이석원 작가의  번째 책이다.

제목은 2인조- 처음엔 사람이 혼자서는 살아갈  없다던가, 타인과 혹은 세상과 2인조를 이루는 이야기라고 막연히 짐작했다. 작가는 내가  몇 달간 그리고 3년 전 이별  했던 꼬리를 물던 생각들과 고민들을 한마디로 정리해줄 것이라는  짐작을 아직 못한 채로. ​


 한마디를 여기에 쓰기 전에 잠시 외로움, 고독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


사람이라면 빈도는 다르나 외로운 순간들이 찾아온다.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는 친구가 없어서. 직장동료들과 있을 때 물컵에 있는 한 방울의 기름처럼 나만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서. 또 나같이 외국에 사는 경우에는 내가 누구여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주는 가족이 멀리 있어서. 7년이나 산 도시가, 이 사람들이 아직도 낯설어서.



스톡홀름에서 학교를 시작한 첫날.


같은 반 친구들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한 활동 중 하나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 3가지’를 전지에 그림이나 글을 통해서 표현하고, 반 전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나,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이것 하나뿐이다. 나와 친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연락조차 안 하는 친구가 했던   마디.​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우울증 때문에 고생했어. 지금도 조금 그렇고. 항상 너무 외로웠지. 하지만 그 고독의 시간들을 살아내다가 어느 밤 나는 아주 중요한 걸 깨달았어.

하루의 끝에는, 내가 나의 곁에 있어줄  있다는 사실. ​


그 생각이 든 후에는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려나?”

제일 외롭던 여름의 끝자락에  말이  마음에 단단히 박혔다. 나도  후로  말을 가만히 꺼내보면서, 전보다 괜찮아졌다. ​


그리고… 요새는 전에는 안 해봤던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 보다도 나 스스로와의 시간을 가지지 못했을 때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는 그런 생각. 내가 타인과의 관계에 집중하느라, 내가 뭘 원하는지, 어디가 아픈지,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도대체 왜 흐리멍텅하게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

그런 종류의 것들은 결코 남이 답해줄  없다. 오히려 꼬아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해보고,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의 나와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하는 것이다. 이걸 빨리 알고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은   단단하지 않을까 싶다. ​


이석원 작가는 1년간 무너진 자기 자신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글을 쓰고, 몰두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고, 스스로를 보살펴주는 행위를 통해서 말이다.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며 그는 스톡홀름에서 만난 친구가 했던 것과 닮아 있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는, 우리는 누구나  때부터 2인조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결코 잃을  없는  편이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종종 까먹는다.


잃을 수 없는 내 편.

아무리 지질해도, 비겁해도, 뭐 저러냐 싶은 생각과 행동을 하더라도. 잃을 수 없는 내 편.

남에게 바라는 것을 내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해주기.

맛있는  먹여주고 좋은 영화 보여주기.

지쳤을  쉬게 해 주기.

수영장 가주기.

꽃을 선물하기. ​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은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다. 밖에서 찾으면 외롭지만 안에서 찾으면   충만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

잃을 수 없는 내 편인 나를 의지하며.


 언제라도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벌려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는  다른 나를 매일매일 만들어가며.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닌 2인조니까.


#책리뷰 #2인조 #이석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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