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화백의 생을 아들의 시선으로 담은 다큐멘터리
김창열 화백의 삶과 작품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들인 김오안씨가 감독으로 그에게는 아버지이나 또 탐구의 대상이었던 한 예술가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어떤 의미인지보다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게 느껴지는 그에 대해 김아온씨가 쓰고 또 직접 읽어 내려간 말들이다.
당연히 한국어로 내레이션이 나올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모든 내레이션은 프랑스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게 김창열 화백은 몽파르나스에 정착하고 거기서 가족을 꾸려 활동해왔기 때문이라고. 몽파르나스에서 서울로 돌아와 생을 마감한 그의 고향은 서울이 아니며 남한도 아니다. 맹산이라는 나는 들어본 적도 없는 그런 곳.
북한, 맹산의 호랑이가 아직은 살고 있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질풍노도의 한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에 발자취를 남기며 약 50년간 수만 개의 물방울을 그려온 화가의 마지막 모습들을 70분간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일정한 높낮이로 아버지에 대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대답을 해보기도 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시선을 통해서.
그는 영화 맨 처음에는 갓난아기, 흰 눈이 있는 풍경을. 영화 중간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신이 수영을 배웠던 것. 가장 마지막엔 고향인 맹산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갓난아기와 수북이 내리는 흰 눈, 물속을 유영하는 화백, 그가 그리워하던 맹산의 사이사이로 수만 개의 물방울이 지나간다.
재빠르게.
느릿느릿하게.
명확하게.
기쁘게.
기대가며.
고요하게.
춤추며.
애도하며.
하얀 종이 위에 떨군 수많은 물방울들은 200여 점 정도가 제주도의 김창열 미술관에 모였다.
언젠가 그곳을 찾아가 보고 싶다. 침묵을 위안삼아 자꾸자꾸 생겨나곤 했던 그 자국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