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네시반. 애어비앤비에서 St.Jean Gare De 까지는 걸어서 30분. 2.3킬로 미터의 거리.
기차 시간까지 아직 한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큰 배낭 하나. 에코백 하나. 크로스바디백 하나.
걸을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이게 내 일주일을 책임져 줄 무게라면 지고 걸어보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아파트 키를 잘 숨긴 뒤 오래된 보르도 건물의 나선형 계단을 천천히 내려왔다.
꾸준히 30분 정도 발걸음을 옮기니 어느새 번잡한 중앙역이 도착했다.
어느 나라의 큰 도시가 그렇듯 중앙역은 모든 사람들이 모이는 곳.
기다림이라는 목적아래에 어떤 흥분 또는 권태가 한 곳에 공존하는 곳.
여기서 플럼빌리지까지 택시를 셰어 하기로 한 독일친구 U와 미국 친구 A를 만나서 함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U는 만나는 순간부터 알았다. 우리는 같은 별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을. 낯간지럽고 추상적이지만 정말 그랬다. 그녀가 얘기하는 방식,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조용히 경청하는 태도, 다정함 속에 쉬고 있는 작은 예민함.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났는데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어떤 말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졌다. 나중에 대화를 하며 알게 된 건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우리 셋은 고요함과 짧고 또 긴 대화들을 지나 어느새 St.Foy La Grande역에 도착했다.
역에는 우리 말고도 아주 많은 플럼빌리지 참가자들이 자기의 밴을 기다리고 있었다.
적당히 밴에 나눠 탄 우리는 시골길 풍경을 지나 우리가 일주일간 지낼 집- 숙소가 아닌 집이라고 부르고 싶다- 플럼빌리지의 New Hamlet으로 향했다.
비포장도로의 차멀미와 파리에 사는 미국친구 L과의 대화 사이를 왕복하며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다. 앞으로 내 마음의 집이라고 부르게 될 이곳에. New Hamlet에는 벌써 여러 꽃들이 피어있었고, 공기에서도 꽃내음이 느껴졌다. 추웠던 몸도 마음도 따뜻해질 거라는 예고편같이 느껴졌다.
봄의 집에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