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대화에서 공적인 대화로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계속 맞닥뜨리게 되는 화두이자 앞으로 더욱더, 계속 중요해질 DE&I.
이 주제에 대해 스톡홀름 구글에서 개최한 Creative Spotlight 이벤트에서 패널로 얘기를 하게 되었다.
3월 말 플럼빌리지를 가기 바로 전날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스피커가 몸이 안 좋아 오늘로 미뤄진 것.
8.30-9.00는 네트워킹 겸 아침식사로 주스에 연어랑 햄 크로아상 샌드위치에 신선한 베리랑 과일까지 있어서 나는 ‘오.. 구글은 아침식사도 다르네…’ 했으나 프랑스에서 자라신 S님은 크로아상을 반으로 갈라 뭔가를 잔뜩 채워 넣은 모습에 경악하셨다(귀여우셨음)
9시부터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알라나의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그녀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소개한 문구가 참 좋았다. 내가 평소에 많이 생각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과 맞닿아있기 때문. 그 문구는 아래와 같다.
다양성은 파티에 누구를 초대하느냐에 대한 문제이고 포용성은 이들에게 함께 춤을 추겠냐고 초대하는 것에 대한 문제라는 것.
이 문구는 그녀의 팀의 신입사원이 DE&I 팀에서 깊은 소속감이나 포용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 알라나에게 인용했다고. 리더로서 부끄러웠지만 이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키노트에서는 우리가 그저 광고에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DE&I를 우리의 일상에서 좀 더 당연한 부분으로 만들고, 나아가서는 진정성 있는 광고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갔다.
드디어 패널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렇게 대중 앞에서 직업인으로서 얘기를 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동료들, 파트너, 친구들과 사적으로 너무나도 입 아프게 많이 고민하고 얘기한 것들이라 그런 걸까? 이벤트를 준비한 담당자가 미리 공유해 준 질문을 여러 밤 생각하며 내 생각을 준비해서 그런 걸까? 여기에 오기까지의 많은 시간, 고민, 사건, 배움이 모였기에 차분하게 또 가끔은 단호하게 내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다.
나와 함께 패널로 초대받은 레드완은 아디다스에서 근무 중인데 최근 라마단에 대한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한다. 누군가는 무슬림 스웨디시 아티스트가 맡은 내레이션이 ’ 진짜 스웨덴어가 아니다 ‘라는 코멘트도 했다고 하나 내부에서는 그 코멘트로 우리가 옳은 일을 했구나 하고 느꼈다고 한다. 스웨덴어로 급이나 그룹을 나누는 사람들에게 작고 큰 충격을 줬다는 의미니까 말이다. 8년 전 입사했을 때만 해도 자기 빼고 유색인종은 없었던 시절을 지나 지금은 카메라맨, 캐스트, 내레이션 아티스트 모두가 라마단을 실제로 겪고 살아온 무슬림 커뮤니티를 스탭으로 멋진 캠페인을 만든 레드완과 팀이 멋있었다.
‘지금 관심이 필요하나 아직 이목이 부족한 분야는?’
‘눈여겨보고 있는 브랜드나 인상 깊은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업무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등 여러 질문에 대해 서로 얘기하다 보니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 짧은 광고인 인생 중 아마도 제일 뿌듯하고 즐거웠던 30분.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스스로를 의심하기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다. 사적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얘기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과 공적인 자리에서 함께하는 것. 이럴 때 일은 일이 아닌 놀이이자 모험이자 인생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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