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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체 Jun 23. 2023

미라클모닝: 4주 차의 기록

기적이란 나에게 어떤 형태인지 상상해 보기

미라클 모닝. 기적을 만드는 아침. 직장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고 존경했던 첫 멘토가 자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해보고 있는 루틴이라고 알려줬다.


처음 들었을 땐 사이비 전단지에 나오는 글귀 같기도 하며, 온갖 자기 계발과 웰빙 관련 단어들에 조금 무감각해진 나에게 큰 감흥은 없었던 것 같다.


SAVERS? 정확히 잘 기억이 나지 않고 지금도 긴가민가한 이 축약어는 명상(침묵), 확언, 운동과 같이 우리 모두 하고 싶으나 잘하지 않는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내가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게 된 건 봄감기로 골골대던 중 유튜브 알고리즘이 돌돌콩이라는 유튜버분의 영상을 피드에 띄웠고, 그분이 나에게 큰 영감을 줬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본 첫 컨텐츠는 이분이 '도파미네이션'의 저자인 안나 렘키 박사를 인터뷰한 아래의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2y9xt4FIl7o&ab_channel=ThatKoreanGirl%EB%8F%8C%EB%8F%8C%EC%BD%A9


책 내용자체가 흥미로웠고, 중독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는 나로서는 여기 나오는 내용들이 많이 공부가 되었는데 그 덕일지 영상을 만든 돌돌콩이라는 분에 대해 관심이 갔다. 그녀의 영상들을 몇 개 보면서 발견한 건, 아주 열심히 고민하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누군가의 치열함 그리고 깨어있음과 성장의 흔적들이었다. 무기력하고, 무기력한 와중에서 해낸 것들에도 별로 스스로를 칭찬해주지 않고 있던 나를 그녀가 조금 흔들었다.


썸네일들을 보면 그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미쳤다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새벽의 루틴들을 하루하루 묵묵히 해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가 이분이 올린 아래의 영상을 보고 미라클 모닝... 이름은 마음에 안 들지만 나도 작은 기적을 만들고, 무기력을 삶의 환희, 찬란함 같은 것으로 밀어내보기 위해서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Rz-PCTolLM&t=5s&ab_channel=ThatKoreanGirl%EB%8F%8C%EB%8F%8C%EC%BD%A9


마침 스웨덴은 길고 긴 어둠을 지나 새벽 다섯 시에도 밝은 늦봄이었다. 이 겨울과 봄,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주 힘들었던 나에게 미라클 모닝을 시도해 보기 꽤 시기적절했다. 미라클 모닝의 저자는 SAVERS라는 침묵, 확언, 시각화, 운동, 독서, 일기라는 루틴을 추천한다. 나는 나에게 맞게 만들어서 하고 있고 내일 아침부터는 두 개를 더할 예정이다. 5월 28일부터 오늘 6월 22일까지 나는 아래의 루틴을 시도해 봤다.


Mediation 명상 5분에서 10분 사이. 나는 틱낫한 스님이 만들고 지내셨던 Plum Village의 무료앱을 사용해서 하고 있다. 플럼빌리지를 직접 다녀와서 그 명상 스타일이 마음에 제일 와닿기도 하고 일단 모든 콘텐츠가 무료여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


Affirmation 확언. 여기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적어본다. 작년 초부터 고생하고 있는 골반/엉덩이 통증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내가 꾸준한 관리, 운동, 스스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던가, 일터에서 내 창의성이나 직업적 능력을 스스로 믿는다던가, 인간관계에서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친구, 연인, 가족이고 싶은지. 그런 것들에 대해 적는다. 매일 적은 대로 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바라는 나에 대해 적다 보면 그곳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지만 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하루가 바쁘게 지나가는 사이에 이것들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어렴풋이 내 안에 있는 정도일까. 앞으로는 하루를 지내면서 조금 더 아침에 쓴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다.


Gratitude 감사. 지난 24시간 내에 일어난 일들 세 가지를 적는다. 무엇이든. 구체적으로. 나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감사함에 대해 많이 적는다. 나도 나에게 놀란다. 많은 기쁨과 감사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구나- 하며.


Reading 독서. 나는 한 책을 집중해서 읽는 걸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잘하진 못한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일단 사고 첫 몇 페이지를 읽는다. 그러면 이제 한 책에만 집중하기는 그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성향에서 오는 미라클 모닝 루틴 시간의 장점은, 그날그날 아침 기분에 따라서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날에는 도파미네이션을 읽으며 행동중독에 대해 배우고 싶고, 어떤 날은 유지혜 작가의 우정도둑 책을 읽으며 좀 더 감정의 결이나 개인적 성장, 창의력에 대한 영감을 얻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 책을 약 5-6권 동시에 읽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 물론 한 권씩 읽으면 더 확실히 진도가 나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 내 목적은 그게 아니고 무언가를 읽고 느끼거나 배우는 것이므로 괜찮은 것 같다.


Swedish 스웨덴어 공부. 사실 스웨덴어는 매일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독서까지만 하고 멈춘 날들이 적어도 7일은 된다. 물론 오늘도 돌이켜보니 안 했고. 그래도 손 놓고 살던 스웨덴어를 이렇게라도 다시 접하게 되면서 단순히 언어뿐만 아니라 스웨덴 사회의 소식들을 접한다. 때로는 감동적이고 때로는 흥미롭기도 한 시시콜콜한 삶의 이야기들. 제대로 정을 붙이기 어려운 이 나라가 또 조금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라 그게 소중한 것 같다.


시각화, 운동, 일기를 뺀 셈인데 내일부터는 간단한 스트레칭과 그림 그리기를 추가해 보기로 했다. 스트레칭은 딱 5분 걸릴 거고 그림도 선 하나만 그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아침에 읽는 모든 책은 리디북스앱에서 아이패드로 읽고 있는데 유일하게 미라클 모닝 책은 종이책으로 읽고 있다. 색연필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마음에 와닿는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초록색 색연필로 동그라미도 쳐보고 죽- 직선으로 꼬불꼬불 곡선으로 밑줄을 친다. 뭔가를 시작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걸 시작하니까 또 하고 싶은 다른 것들이 떠오르고 미래에 배우고 싶은 것들도 생각해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한동안 동력, 영감, 호기심 같은 삶에서 재미를 느끼는데 아주 중요한 것들이 부재했는데 그 감각을 조금씩 다시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살짝 행복하다.


더 행복하고 싶을 땐 '감사'에 대해 적은 글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


다음 달에 다시 그때의 감상과 배움에 대해 적어봐야겠다.



손바닥 만한 첫 미라클 모닝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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