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상상의 시작점
딴짓이 제일 재밌는 30대.
월-금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딴짓을 꿈꾸고 언젠가는 내 것을 그리고 쓰고 만드는 것이 중심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와중, 2월에 스톡홀름 진 페스티벌 (Stockholm Zine Festival)에 참가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든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올해 초 청룡의 해를 맞아 나만의 용을 실크스크린으로 만들어둔 것을 스톡홀름에 가져왔는데 어쩌다가 페스티벌에서 실크스크린 워크샵까지 하게 되었다.
운영팀에서 홍보포스터도 만들어주고 하여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당일이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즐거워했다. 에코백, 티셔츠, 포스터 등에 나의 베이비 드래곤을 찍어갔는데, 이건 정말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행복이었다.
돌이켜보면 페스티벌 당일에 그림책에 대한 피드백도 받고, 친구나 지인이 아닌 사람들이 내 책을 사줬던 경험이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던것 같다.
"우리 같이 전시할래요?" - 함께할 동료들을 만나다.
워크샵은 그 나름대로 정말 즐거웠지만, 가장 큰 수확은 여기에서 전시를 함께 하게 될 두 친구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때 그녀들은 몰랐겠지만 나는 그들을 만난 순간부터 그림을 좋아하신다니... 같이 뭘 해봐야겠는데?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두 친구와 당일에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얘기는 못 나눴지만 페스티벌이 끝난 후 어느 추운 봄날 오피스 근처에서 점심회동을 가졌다.
다시 만난 반가움에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그녀들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제가 제안할 게 있는데요... 우리 같이 전시하면 어때요?"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당연히 있었으니 조금 떨렸는데, 떨 틈도 없이 그녀들은 "오 좋아요! 해요!"라고 눈을 반짝이는 것이었다.
세상에... 동료가 생기다니, 그것도 말하지 않아도 많은 것을 공유하는, 내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구역 만 리 떨어진 이곳에서 함께 전시를 할 수 있다니.
기쁨과 동시에 '어? 이렇게 간단하게?' 하는 얼떨떨함이 나를 감쌌던 바람은 차지만 햇살만은 봄을 암시하던 3월의 어느 날. 그날은 함께 새로운 일을 벌일 동료들을 찾은 날이었다.
전시를 찾으려면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은 물론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어떤 공간을 찾았을까. (╯•﹏•╰)
다음 편에 계속.